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드디어 연결이 시작됐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25일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최형우가 어제 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타구의 질은 괜찮았다. 오늘 더 좋아질 것이다”라고 했다. 류 감독의 말은 현실로 이어졌다. 삼성이 최형우의 결정적인 만루홈런 하나로 한국시리즈 스코어 2-0을 만들고 올 시즌 대구 홈경기를 모두 마쳤다.
최형우는 올 시즌 타율 0.271 14홈런 77타점을 올렸다. 전반기 70경기서 타율 0.240 5홈런 44타점을 올렸지만, 후반기엔 55경기서 타율 0.310 9홈런 33타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으나 후반기 들어 정신과 기술을 개조한 결과물이었다. 아무리 부진해도 77개라는 타점은 무시할 수 없는 결정력이었다.
이런 그가 한국시리즈 2차전서 중심타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3회말 2사 만루 볼카운트 2B1S에서 마리오 산티아고의 124km짜리 체인지업이 높게 구사되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날린 것. 이는 한국시리즈 역사상 3번째 만루홈런으로 포스트시즌까지 합하면 통산 11번째 기록. 삼성은 첫 포스트시즌 만루포. 2-0에서 6-0으로 달아난 삼성은 승부를 사실상 끝냈다.
최형우의 만루포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삼성 타선이 드디어 ‘타선’에 적합한 역할을 시작한 것이다. 삼성은 1차전서 5안타 3득점했다. 시원스럽지 못했다. 이승엽의 투런포 말고는 타선의 유기적인 협력 플레이가 보이지 않았다. 이승엽 뒤에 들어서는 박석민이 옆구리 통증이 있어 연습을 충실히 하지 못하면서 흐름이 뚝뚝 끊겼고, 최형우도 불운에 시달렸다. 배영섭과 정형식 테이블세터도 아직은 경험 부족이 드러났다.
하지만, 2차전은 달랐다. 연결이 되기 시작했다. 3회말을 보자. 선두타자 선두 조동찬이 우중간 안타를 친 뒤 후속 진갑용이 번트 모션을 취하다 자세를 바꿔 좌전안타를 쳐냈다. 번트 수비 대형으로 3유간이 넓어졌는데, 진갑용이 베테랑답게 잘 활용한 것이다. 이어 김상수가 깔끔하게 3루 희생번트를 댔고, 배영섭이 전진수비를 하던 중견수 김강민의 키를 넘겨 2타점 선제 2루타를 쳐냈다. 타선의 유기적인 연결에 의한 2득점이었다.
이어 정형식이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이승엽이 볼넷을 골라 2사 1,2루 찬스가 만들어졌고, 후속 박석민도 끈질기게 마리오의 볼을 골라 볼넷. 2사 만루 찬스가 됐다. 그리고 최형우의 그랜드슬램이 터진 것이다. 3회말 공격에서 삼성은 4안타 3볼넷을 집중하며 단숨에 6점을 뽑았다. 7회에도 배영섭에 이어 부진하던 박석민의 적시타가 나오며 2점을 추가했다.
이날 삼성 타선은 득점 찬스에서 ‘타선’이라 불릴 수 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타자들이 선처럼 연결된 플레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타선’인 것인데, 1차전서 실전감각이 부족한 약점을 하루만에 딛고 일어서면서 ‘타선’에 걸맞은 플레이를 해냈다.
삼성은 확실히 마운드에 여유가 있다. 이젠 타자들만 타선의 의미처럼 해주면 되는데, 2차전서 그렇게 됐다. 시리즈 스코어 2-0. 이제 삼성은 한국시리즈 조기종료를 꿈꾼다. 삼성의 막강한 투타 힘이라면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홈런을 친 최형우. 사진 = 대구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