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한국시리즈 1~2차전을 모두 잡은 삼성. 알고 보면 삼성의 1~2차전 승리엔 최근 한이 맺힌 자들의 한풀이가 듬뿍 담겨 있었다. 삼성은 1~2차전 한풀이로 홀가분하게 3~4차전 인천 원정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 “10년동안 나온 기사보다 어제, 오늘 기사가 더 많았다”
강명구는 24일 한국시리즈 1차전서 재치 있는 베이스러닝으로 쐐기 득점을 올렸다. 이승엽의 선제 투런포보다 더 화제가 됐다. 1사 2루 상황에서 대주자였던 그는 배영섭의 2루수 왼쪽 강한 타구에 뒤를 돌아보지 않고 홈으로 쇄도했다. 하지만, 2루수 정근우가 잡아 3루수 최정에게 공을 연결했고, 강명구는 꼼짝 없이 런다운에 걸리기 일보직전. 이때 강명구는 “죽어도 홈에서 죽자”라는 심정으로 홈으로 쇄도했고, 최정의 홈송구가 높은 틈을 타서 득점에 성공해 세레모니를 했다.
류중일 감독은 “그 상황에선 주자가 베이스 코치의 신호를 보기가 힘들다”라고 강명구를 두둔했지만, 강명구는 “내 잘못이다. 김 코치님의 사인을 뒤늦게 봤다”라고 실토했다. 폴짝폴짝 뛰어오르며 기뻐한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 걸작이다. “죽었다가 살아나 보셨어요?” 한술 더 떠서 “데뷔 10년동안 나온 내 기사보다 어제, 오늘 나온 내 기사가 더 많았다”라고 웃었다. 만년 조연 강명구는 한국시리즈 1차전의 당당한 주연이었다. 언론, 팬들의 무관심을 딛고 한풀이를 했다.
▲ 3636일만의 KS 연타석포
강명구의 홈 쇄도가 본인의 한 풀이었다면, 그에 앞서 터진 이승엽의 선제 투런포는 삼성 팬들의 한 풀이 홈런이었다. 이승엽은 1차전 1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맞이한 첫 타석에서 윤희상의 포크볼이 높게 구사되자 감각적으로 밀어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만들었다. 이승엽이 아니면 절대 칠 수 없는 기술적인 홈런이었다. 이 한방은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마지막 타석 동점 스리런포에 이어 3636일만에 터뜨린 한국시리즈 연타석 홈런이었다.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6-9로 뒤진 1사 1,2루 상황에서 이상훈에게 뽑아낸 이승엽의 동점 3점포에 대구 팬들은 그해 월드컵 4강보다 더 기뻐했다. 정말 극적이었다. 당시 극심한 부진을 딛고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뜨린 그는 “역시 슈퍼스타”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랬던 그가 일본으로 떠난 뒤 삼성엔 결정적인 순간 결정적인 한 방을 쳐준 선수가 드물었다. 양준혁도 2010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삼성 팬들은 2002년의 향수가 그리웠다. 3636일만에 터진 한방은 삼성 팬들의 한풀이 한 방이었다. 10년 전만큼 극적이진 않았지만, “출루에 신경을 쓰겠다”는 이승엽이 한국시리즈 첫 경기 첫 타석에서 한방을 쳐낼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삼성 팬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한방으로 왜 그가 슈퍼스타인지 증명됐고, 삼성은 시리즈 주도권을 잡았으며, 삼성 팬들은 3636일만에 슈퍼스타가 선사한 짜릿함을 만끽했다.
▲ 근심 덜어낸 만루포와 적시타들
2차전서도 한풀이 야구는 이어졌다. 올 시즌 극심한 부진을 겪다가 시즌 후반 완만한 상승세를 보여준 최형우. 그래도 홈런은 14개로 부족했다. 결정적인 순간 대포 본능이 폭발했다. 3회초 2점을 선취한 뒤 이어진 2사 만루 찬스에서 마리오 산티아고의 체인지업을 걷어올려 우중간 만루포로 연결했다. 이는 한국시리즈 통산 6번째이자 삼성의 한국시리즈 첫 만루포였다.
한 방을 보여주지 못해 결국 5번타자로 내려앉은 전직 4번타자의 한풀이 한 방이었다. 류 감독은 여전히 “최형우가 4번을 쳐주는 게 맞다”라고 말한다. 에이스 장원삼을 한국시리즈 2차전에 내세워 중요성이 부여된 상황에서 승부를 가르는 만루포. 그가 기록한 생애 최고의 한방이었다. 과거 방출까지 당했다가 다시 유니폼을 입은 기억이 있는 그가 이 한방으로 거만해질 것 같진 않다. 오히려 스스로에게 기분 전환이 돼 잔여 경기서 좋은 활약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의미 있는 적시타도 터졌다. 톱타자로 중용됐으나 끝없는 부진 속 2012시즌을 마감한 지난해 신인왕 배영섭. 시즌 막판 타격감을 끌어올리더니 2차전서 2루타 2방에 3타점을 곁들이며 오랜만에 자존심을 세웠다. 결정적인 순간 톱타자가 존재감을 발휘하니 삼성 타선의 흐름도 한결 매끄러워졌다. 올 시즌 마음고생이 심했던 배영섭은 2차전 활약으로 한 풀이를 했다.
박석민도 부활을 알렸다. 시즌 초반 불꽃 타격감을 뽐냈으나 시즌 후반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다. 왼손 중지손가락은 주사를 맞아 괜찮아졌지만, 한국시리즈 준비 과정에서 옆구리에 경미한 통증을 호소해 훈련량이 적었다. 1차전서 침묵한 그는 2차전서 쐐기 적시타를 터뜨려 살아 있음을 만방에 알렸다. 적시타 한방으로 어느 정도 한풀이에 성공했다. 그의 활약을 의심하던 팬들에게도 믿음을 심어줬다.
[홈 쇄도 이후 포효하는 강명구(위), 만루포를 치고 환호하는 최형우(중간), 최형우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배영섭(아래). 사진 = 대구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대구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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