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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영화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감독 육상효)은 언감생심 미모의 여대생을 짝사랑하고만 철가방의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지난 1985년 실제 일어났던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이 극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정치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버렸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남영동 1985'와 '26년' 등의 정치 소재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되는 가운데 '강철대오'가 가진 정치적 색채는 주인공의 멜로를 감싸는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미 관계를 비롯해 강압적이나 우둔하게 그려진 집권층에 대한 묘사는 눈길을 끄는 요소다.
실제 벌어진 사건을 품에 안은 '강철대오'에서 픽션이 아닌 팩트는 무엇일까?
1. 레모나 청산가리는 영화적 유머가 아니었다!
주인공 유다인(서예린)과 김인권(강대오)의 사이가 한층 깊어진 때가 있었다.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진 대오를 위해 예린이 청산가리로 군인들을 협박하는 순간이다. 레모나를 병 속에 담아 마치 청산가리처럼 위장, 학생들을 압박하던 군인들을 한 순간에 제압한 장면이다.
그런데 이 장면 픽션이 아니란다. 육상효 감독은 "영화를 찍게 되면서 당시 미국문화원에 들어갔던 분들을 취재했다. 모티브를 얻은 장면이 영화 속에서 여럿 등장하는데 특히 레모나 청산가리 장면은 그분들께 들은 것이다.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2. 미국과의 한밤 중 긴급 회담도 진짜! 그런데…
극의 중반부 극명하게 대치하던 운동권 학생들과 미국 측과 회담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미국인 문화원장으로 나오는 달시 파켓 등과 명문대 운동권 학생들의 회담신은 서툰 영어로 인해 웃음을 자아내는 코믹한 장면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이 장면도 팩트에 가까웠다. 당시 정치담당 참사관과 학생들은 수차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자 했다. 물론 실질적으로 해결된 것은 없으나 여러차례 대화를 시도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서툰 영어로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만큼은 영화적 표현. 당시 통역이 투입돼 양측은 분명하게 서로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정치적 장벽이 더 컸었던 것 뿐(?)이었다.
3. 민중가요로 서로를 의지했던 것도 사실!
3일, 72시간 동안 문화원 내를 점거했던 학생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정부의 무력진압을 묵인한 미국에게도 책임을 묻고자 시작했던 일이었다. 피끓는 학생들의 뜻을 모아 미국에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그들이 젊다고 해서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학생들은 두려움을 이기고 스스로에 대한 신념을 다지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 육상효 감독은 "어린 학생들이 노래 부르는 장면들은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지금도 뭔가 비장한 것을 할 때 그런 행동을 하지 않나. 박철민 씨가 중앙대 운동권 출신인데 실제 그랬단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들은 김완선의 노래가 아닌 진짜 민중가요를 불렀을 것이다. 육 감독은 "민중가요와 김완선의 가요는 완전히 다른 세상의 노래였다. 당대 최고의 섹시 가수 김완선이 당시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현란한 몸놀림으로 부르던 노래였다. 그러나 우리 영화의 마지막 신 김완선의 '오늘 밤'은 운동가요가 되고 만다. 대오가 진짜 민중가요를 부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 나온다. 그래서 더 감동이 느껴지는 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은 25일 개봉했다.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 스틸컷.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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