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석민이가 아픈 걸 참고 뛰는 거 같아.”
삼성 류중일 감독은 29일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쉽사리 선발 라인업을 말하지 못했다. 평소 시원스럽게 라인업, 선발투수 로테이션 등을 언론에 밝혔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류 감독은 이윽고 “내가 보기엔 석민이가 아픈 걸 참고 뛰는 것 같아”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박석민은 아프다는 내색을 하지 않는다. 약한 모습을 보이기가 싫어서다. 하지만, 그는 한국시리즈 3~4차전을 모두 내준 삼성과 류 감독에게 최대의 고민이 됐다.
▲ 훈련량이 적었던 4번타자
류 감독에 따르면 박석민은 시즌 종반 오른쪽 옆구리에 통증을 호소했다고 했다. 시즌 막판 타격감도 최악이었다. 그래서 지난 2~3일 두산-SK전으로 이어지는 홈 최종전부터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후 한국시리즈 직전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했지만, 옆구리 통증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훈련도 부족했다.
류 감독은 현재 박석민의 상태를 “배트 스피드도 떨어졌고, 실전 감각도 떨어졌다”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박석민이 삼성의 4번타자라는 점이다. 시즌 중반 선두로 치고 올라설 때 부진했던 최형우가 5번으로 내려가면서 타격감을 찾았고, 자연스럽게 4번 자리를 물려받은 박석민이다. 4번 박석민은 정규시즌서 맹활약했다. 하지만 정작 한국시리즈선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부상, 실전 훈련 부족 등으로 타격감각이 바닥으로 내려갔다. 이제까진 찬스를 뚝뚝 끊어먹는 경우가 많았다.
▲ 이승엽, 최형우와의 시너지효과가 반감된다
류 감독은 그래도 경기에 나서려고 하는 박석민의 책임감을 높게 평가한다. 한국시리즈 1~4차전에 모두 4번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박석민은 4차전까지 12타수 1안타 1타점에 그쳤다. 4차전서는 2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뒤 경기 후반 신명철로 교체됐다.
문제는 박석민을 감싸는 3번타자와 5번타자인 이승엽과 최형우의 타격감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이승엽은 14타수 5안타 4타점, 최형우는 16타수 2안타 8타점이다. 두 사람은 4경기서 7안타 합작에 그쳤으나 홈런 3개, 12타점을 합작하며 높은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SK 투수들은 일단 승부처에서 이승엽을 쉽게 상대하지 않는다. 1차전 결승포 이후 조심하는 것도 있지만, 박석민의 타격감이 바닥에 떨어진 걸 알고서는 전략적으로 피한다. 이승엽이 루상의 주자를 불려주면 박석민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후속 최형우에게도 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 마디로 클린업트리오의 가운데에 있는 박석민이 침묵하면서 시너지효과가 반감되는 모양새다.
1차전 2-0으로 앞선 3회말 2사 2루 찬스. 윤희상은 이승엽을 고의사구로 거른 뒤 박석민을 삼진 처리했다. 반면 2차전 2-0으로 앞선 3회말 2사 2루 찬스에선 이승엽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한 뒤 박석민도 끈질기게 볼넷을 골라냈고, 결국 최형우의 결정적인 만루포로 이어졌다.
박석민은 4차전서도 1회초 2사 2루 타점 찬스를 놓친 뒤 0-3으로 뒤진 6회초 무사 1,2루 추격의 타점 찬스에서 송은범이 폭투를 범해 무사 2,3루. 안타 한방으로 턱 밑까지 추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루킹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미세하게 흔들리던 송은범을 도와줬다. 결국 삼성은 최형우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이런 사례들은 타선의 연결이 얼마나 경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지 알게 해준다.
▲ 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류 감독은 4차전 직전 “석민이가 정 안 좋으면 라인업에서 빼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라고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실제 류 감독은 박석민의 4차전 직전 훈련 성과가 좋지 않을 경우 박석민을 빼고 새롭게 타순을 짜려고 했다. 마지막에 티베팅 타구가 나쁘지 않다는 걸 확인 한 뒤 그대로 박석민을 4번에 밀고 가면서 없던 일이 됐다.
삼성은 3~4차전을 모두 내줬다. SK의 흐름은 완벽하게 살아났다. 반면 삼성은 흔들리는 박석민이 안타깝다. 박석민의 타순을 바꾸는 플랜 B도 있고, 박석민을 대타로 기용하되 조동찬을 3루로. 신명철을 2루로 돌린 뒤 박한이 혹은 강봉규를 중심 타순에 기용하는 플랜 C도 있다. 결론은 류 감독이 내린다. 류 감독이 박석민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궁금하다.
[한국시리즈서 부진한 박석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