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프로야구 역사상 한국시리즈 1,2차전을 모두 패한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단 1차례 뿐이다. 그 확률은 6.7%다. 1차전과 2차전을 연달아 내줄 경우 93.3%는 시리즈에서도 결국 패했다는 말이 된다.
당연한 이치다. 2경기를 먼저 내줬다면 나머지 경기(무승부는 없다고 가정)에서 최소 4승 1패를 거둬야만 한다. 또한 2패를 먼저 했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가 강했다는 뜻이다. 그런 상대를 상대로 4승 1패 혹은 4연승을 해내는 것은 생각보다도 더 어렵다. 6.7%라는 확률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SK 와이번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0%였을 수도 있는 확률을 그나마 6.7%로 만든 것이 5년 전의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당한 2패를 극복한 역사상 유일의 팀은 창단 첫 우승을 일궈냈던 2007년의 SK였다.
그렇기에 SK는 크게 뒤지고 있던 3차전, 팽팽히 맞서던 4차전을 모두 승리로 가져갈 수 있었다. 한 번 경험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르다. 올해 SK는 5년 전에 맛본 영광을 다시 노린다. 그럴 수 있는 것은 그 기적을 만들어냈던 선수들이 절반 이상 팀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 시리즈 MVP였던 김재현과 조웅천 등이 은퇴하고, 팀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박경완의 자리를 조인성이 대신하게 됐다. 이와 더불어 불펜의 핵심이던 정대현도 팀을 떠났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아직도 팀의 주전 라인업에 많이 남아 있다.
정근우는 여전히 팀의 중심이자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팀의 중심타선을 형성하고 있는 최정과 박정권은 당시보다 팀 내 비중이 높아졌다. 이호준의 성적은 2007년과 비슷하고, 김강민과 박재상, 조동화도 외야에 버티고 있다.
마운드에도 2007년을 떠올리게 하는 선수들은 많다. 2007년과 같이 1승 2패의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린 김광현은 그때와 달리 에이스로 성장했고, 송은범과 정우람은 계속해서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불펜의 핵 정대현은 롯데로 떠났지만, 5년 전에는 없던 박희수가 정대현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여기에 채병용도 힘을 보탠다. 2007년에는 외국인 듀오가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팀을 이끌었지만, 올해는 다소 부족했던 외국인 투수의 활약을 토종 선발 윤희상이 메워줬다.
단순히 SK가 2패 뒤 역전우승을 해낸 적이 있기에 이번 시리즈에서 2007년의 우승을 재현하리라는 기대를 품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당시 시리즈에서 활약했던 선수 절반 이상이 팀에 버티고 있다. 0%의 확률을 6.7%로 만든 선수들이 다시 한 번 6.7%의 기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4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SK. 사진 = 마이데이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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