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판타스틱4, 결국 김시래 하기 나름

[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결국 김시래 하기 나름이다.

올 시즌 울산 모비스는 판타스틱 4가 결성됐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다. 귀화혼혈 문태영을 영입한 모비스는 기존의 양동근-함지훈 콤비에 득점력을 드높일 수 있는 라인업이 됐다. 여기에 지난해 명지대의 농구대잔치 준우승을 이끈 신인 김시래가 가세했다. 양동근과 비슷한 듀얼가드 유형이지만, 패스워크는 상당히 좋은 편.

유재학 감독은 시즌 초반 양동근을 슈팅가드로 돌리고 김시래를 포인트가드로 기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렇게 해서 양동근-김시래-문태영-함지훈으로 이어지는 판타스틱4가 만들어졌다. 용병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백전노장 아말 맥카스킬의 존재도 든든했다. 초반부터 치고 나갈 것이라 예상됐다.

아니었다. 모비스는 30일 오리온스에 패배하면서 5승 3패, 중상위권에 머물러 있다. 유 감독은 원인을 김시래에게서 찾았다. “볼을 질질 끄는 경향이 있다. 동료를 활용하는 심플한 플레이를 강조하는 데 잘 안 된다”라고 했다. 김시래의 볼 소유 시간이 늘어나면서 양동근의 공격력이 상쇄됐다. 모비스는 가드진에서 득점이 만들어져야 유기적인 공격이 가능하다. 높이가 여전히 최상급이 아니기 때문에 외곽에서 수비를 흔들어야 한다.

수비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양동근과 김시래가 함께 뛸 경우 상대가 키 큰 가드들을 내세우면 수비하기가 힘들다. 유 감독은 “전체적으로 수비할 때 근성이 부족하다. 전 선수가 좀 더 몸을 들이밀어야 한다. 시래도 수비를 너무 요령으로만 하려는 경향이 있다”라고 했다. 그래서 유 감독은 고심끝에 김시래를 양동근과 함께 뛰는 시간을 줄이고 수비력이 좋은 천대현을 중용하기 시작했다. 천대현은 외곽슛 능력도 있다.

하지만, 유 감독은 이날 오리온스전서 양동근과 김시래의 동시 중용 시간이 길었다. 경기 후 유 감독은 “대현이가 전태풍 수비를 힘들어 하더라. 그래서 시래를 넣어봤는데 곧잘 하더라. 하지만, 그게 독이 됐다”라고 했다. 이어 “가드 백업이 많지 않다. 시래를 포함해서 할 수 있는대로 운영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날 턴오버가 19개가 나오면서 두 사람의 동시 중용 효과를 살펴보기엔 무리였다. 김시래는 이날 8점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양동근도 3점 2어시스트. 둘다 부진했다.

유 감독은 “개막 이후 아직 마음에 드는 경기가 없다. 오늘도 턴오버가 너무 많았다. 감독을 맡고 나서 이렇게 많이 하는 건 처음봤다. 리바운드도 너무 많이 빼앗겼다. 그렇게 하고도 4점 진것도 이상하다”라고 푸념했다.

어쨌든 양동근, 함지훈, 문태영의 호흡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 하지만, 유 감독조차도 김시래의 활용방안에 대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유 감독은 “2라운드도 걱정스럽다”라는 말을 남겼다. 모비스 판타스틱4의 운명, 결국 김시래의 활용도에 달린 듯하다.

[패스를 하는 김시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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