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누가 양승호 감독에게 돌을 던지랴.
양승호 감독이 30일 전격사퇴했다. 양 감독은 지난 23일과 24일 단장, 사장과 연이어 면담했으나 롯데는 양 감독의 사퇴 의혹을 부인하면서 아시아시리즈 준비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양 감독도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6일만인 30일 손바닥 뒤집듯 결과가 뒤집혔다. 롯데는 뒤늦게 양 감독이 지난 9월 23일 6연패 당시 처음으로 사퇴의사를 밝혔고, 이후 단장과 사장 면담에서 사퇴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롯데는 양 감독이 애당초 “반드시 2년내에 한국시리즈서 우승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롯데 장병수 사장은 올 시즌 시무식에서 “프로구단이 20년간 우승하지 못하면 창피한 일이다”라고 했고, 플레이오프 5차전 이후 사퇴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롯데 구단 고위층은 양 감독을 적극적으로 변호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이후 이날까지 심각하게 양 감독의 거취를 고민하다 감독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 양승호는 롯데를 바꿔놓았다
양 감독의 사퇴가 말이 되지 않는 건, 성적에 책임을 져야 할 정도로 성적이 형편 없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롯데는 올 시즌 이대호와 장원준 없이 시즌을 치렀다. 하지만 구단은 이승호와 정대현을 FA로 잡아오면서 우승전력이라고 생각한 것에서 현장과 시각 차이가 벌어졌다.
현실은 달랐다. 이승호는 원인 모를 초반 부진, 정대현은 부상 여파로 실질적으로 팀에 보탬이 된 건 시즌 중반 이후였다. 오히려 양 감독이 정대현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았더라면 시즌 막판 순위싸움과 플레이오프서 정대현의 위력이 발휘되기는 어려웠다는 관측이 크다. 김성배, 최대성, 강영식 등의 철저한 관리로 탄탄한 불펜을 만들어낸 것도 양 감독의 역작이었다.
힘대 힘 야구만을 즐긴 롯데, 양 감독은 부임 2년만에 탄탄한 불펜 구축으로 내실을 기했고, 포스트시즌서 세밀한 작전 야구를 가미해 체질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SK와의 플레이오프서 패퇴하긴 했지만, 롯데와 양 감독은 최선을 다했다.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승만 외친 구단 고위층은 양 감독과의 결별을 택했다.
▲ 우승에 대한 지나친 기대치, 마음의 짐 되다
양 감독은 덕아웃에서 항상 기자들을 웃는 얼굴로 응대했다. 돌이켜보니, 웃는 낯 속에서 스트레스가 많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시즌 중에도 그는 몇 차례 "우승을 못하면 잘리는 거야"라며 우승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기도 했고, 일부 극성스러운 부산 팬들과의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양 감독은 부임 첫해 초반 부진하자 롯데 팬들의 도를 지나친 인터넷 악플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뒤로 인터넷을 잘 하지 않는다. 어쩌다 인터넷에 들어가서도 얼른 기사만 읽고 ‘뒤로’ 버튼을 누른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다.
심지어 “나를 욕해도 되는데 가족 욕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기도 했다. 팬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몰래 집으로 가는 길을 개발했다는 이야기도 했었고, 택시 기사들에게 면박을 받은 사연 소개에 이번 포스트시즌 기간에는 호텔 숙소에 걸려온 괴전화에 놀랐다는 이야기도 했다. 양 감독은 그런 이야기를 특유의 위트로 승화해 기자들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웃으며 얘기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게 아니었다. 롯데 감독으로 지내온 지난 2년, 양 감독은 어마어마한 심적인 부담감 속에 살았다는 걸 알 수 있다. 팬들의 압박에 2년내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야 한다는 약속 아닌 약속까지. 감독 양승호는 사람답게 살지 못했다. 어쩌면 책임, 사퇴 발언을 꺼낸 것도 더 이상 롯데 감독이 받는 마음의 짐을 끌고 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의연했다. 플레이오프 5차전 이후 가장 먼저 꺼내놓은 이야기도 “감독이 제일 잘못했다”였다. 이런 양 감독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아니, 롯데는 양 감독만한 사령탑을 다시 구할 수 있을까.
[양승호 전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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