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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모양새가 이상해져버렸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홀에서 열린 제 49회 대종상은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에게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조연상 등 주요부문을 포함해 총 15개 부문에서 상을 수상했다.
급기야 김기덕 심사위원장은 심사위원 특별상을 동명이인인 '피에타' 김기덕 감독에게 안기기 직전 해명 아닌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김 심사위원장은 이례적인 수상 결과에 이례적으로 시상 도중 "특정작품에 쏠리는 것에 대한 오해가 있을 것 같다. 기존에는 모든 작품을 모두 심사를 하고 비교 평가를 했으나 올해는 한 작품 실사가 끝날 때마다 평점을 기입, 봉합하고 은행 금고에 넣어두었다. 심사위원장인 저조차 이런 결과가 나올지는 몰랐다. 집계를 안해서 어떤 작품이 어떤 부문의 수상작인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이해를 하실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변명해야 했다.
받는 입장에서도 민망해지긴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최우수작품상을 품에 안은 영화 '광해'의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의 표정이 그리 밝지 만은 않았다. 그는 수상 소감으로 "오늘 너무 기쁜데 많은 영화 동료들에게 미안한 감정도 있다. 이렇게 많은 상을 받을지 몰랐는데 죄송하단 말 드리고 싶다"고 말해 겸연쩍은 마음을 대신했다.
당초 대종상은 '피에타'의 잔치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리 발표된 주요부문 후보 명단에서 '피에타'는 주요부문을 포함해 최다부문에 이름을 올렸으며, '피에타'는 이미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피에타'의 몫은 심사위원특별상과 여우주연상 2개 부문 뿐이었다. 급기야 김기덕 감독은 1부를 마치고 중도에 자리를 떠났다. 몸이 불편해서였다는 것이 공식적인 김기덕 필름의 해명이었지만, 수상 결과에 대한 불편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추측이다.
50돌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공정성을 강조하던 대종상이었다. 그간의 공정성 시비를 의식한 듯 새롭게 바꾼 심사제도는 오히려 부작용을 드러냈다. 네티즌들 역시 "이건 '광해'에게도 해가 되는 일일 듯", "대종상의 권위가 더욱 추락한 듯 하다", "대기업 배급사의 영향력이 시상식에까지 미친 것인가"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1100만 관객을 넘어선 '광해'는 흥행 과정에서도 대기업이 배급하는 영화라는 점 탓에 비판을 많이 받았다. 여기에 대종상까지 나서 '광해'를 벼랑 끝으로 몬 셈이 됐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포스터.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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