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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아무도 예측못한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의 15관왕은 제작사인 리얼라이즈픽쳐스에게도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에게도 대종상에게도 달가운 소식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홀대 받은 분위기의 '피에타'는 말할 것도 없겠지만, 결국 그 누구도 온전히 즐기지 못한 잔치가 끝났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홀에서 제49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이 열렸다. 50돌을 한 해 앞둔 49회 대종상은 그 어느 때보다 공정성 그리고 투명성을 강조했었기에 '광해'의 15관왕은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었다. 매년 따라오는 공정성 논란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공정하기 위한 대종상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였다는 것이 대종상 측의 설명이다. 김기덕 심사위원장은 시상 도중 이례적으로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그는 동명의 '피에타' 김기덕 감독에게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여하기 앞서 "특정작품에 (상이) 쏠리는 것에 대한 오해가 있을 것 같은데, 기존에는 모든 작품을 모두 심사를 하고 비교 평가를 했으나 올해는 한 작품 실사가 끝날 때마다 평점을 기입, 봉합하고 은행 금고에 넣어두었다. 심사위원장인 저조차 이런 결과가 나올지는 몰랐다"며 "집계를 안해서 어떤 작품이 어떤 부문의 수상작인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이해를 하실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리 발표된 대종상의 심사 과정을 다시 한 번 쫓아가보자. 대종상은 지난 9월 50여명의 일반 심사위원들을 선발해 심사에 돌입했다. 이들은 17일간 하루 평균 3편, 총 40편의 영화를 평가했다. 예심을 맡은 일반 심사위원들은 학생 개인 사업가 시나리오 작가 등 여러 분야의 직업군이 고루 분포돼 있었으며, 20대~50대 사이의 연령대로 선정됐다. 세대별 편차를 최소화 시키기 위한 노력이라는 설명이다. 선입견 방지를 위해 당일 심사영화는 당일 공개를 원칙으로 했다. 그러나 평가방식이 절대 평가로 진행되면서 한 영화의 다수 부문 수상이 가능하게 됐다는 허점이 존재했다.
이후 심사결과는 심사위원장이 말한 대로 봉합, 은행 금고에 보관됐는데 대종상 관계자들 조차 전 부문 수상 결과를 당일에야 알았다고 한다.
정영배 사무국장은 "우리 역시도 시상식 당일 결과를 보고 놀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미 나온 결과를 바꿀 수는 없는 노릇. 공정을 위한 노력의 결과가 오히려 공정성 논란을 부채질한 격이 됐다.
정 사무국장은 "올해와 같은 문제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심사제도를 검토하고 수정할 것이 있다면 수정할 것"이라며 "그러나 모든 비판과 논란들이 대종상의 질적 성장을 위한 방향으로 가길 바란다. 대종상이 비난을 받는 것과 같이 정말로 대기업 CJ나 자본과 결탁해 '광해'에 상을 몰아줬더라면 어떻게 15개 부문에 상을 줬겠나. 공정성 부문에 있어서 내·외부적으로 철저하게 단속했다. 너무 네거티브한 키워드로만 몰아가지 말았으면 한다. 시행착오였으며, 성장을 위한 비판은 달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1962년 문을 연 대종상은 문교부 주관으로 시작해 예총, 영화진흥조합, 문화관광부, 영화진흥공사 등을 거쳐 15년간 관에 의해 주도돼왔다. 이후 25회에 이르러 관 주도에서 벗어나 영화인협회에서 주최하게 됐지만, 여전히 국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자율성 부분에서 한계가 있다는 평을 받았다.
마침내 올해부터 사단법인화가 된 대종상은 새 출발을 알리며 초반부터 공정성으로 인정받겠다는 각오를 밝혀왔다. 50돌을 앞두고 조만간 백서 발간의 계획도 갖고 있는 대종상이 올해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원죄처럼 각인된 공정성 논란을 딛고 반백년의 새 역사를 꾸려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광해'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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