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때론 휴식이 훈련보다 보약이다.
삼성은 지난달 29일 SK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서 패배한 뒤 곧바로 인천 숙소에서 잠을 청했다. 이례적이었다. 다음날이 이동일이긴 해도 보통 경기 후 다음 경기 지역의 숙소에 가서 잠을 자는 경우가 많은데 삼성은 인천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하루를 더 잤다. 최대한 자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한술 더 떠서 삼성은 30일 대부분 선수가 휴식을 취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2차전 이후에도 대구에서 한 차례 훈련을 한 뒤 인천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인천에서 잠실로 이동한 30일에는 공식훈련이 없었다. 하루를 온전히 쉰 뒤 31일 5차전에 임했다. 2연승 뒤 2연패로 분위기가 최악인 가운데 류중일 감독은 훈련보다 휴식을 택했다.
류 감독은 31일 4차전을 앞두고 “이제까지 계속 훈련 했잖아. 하루쯤 쉬게 했다”고 웃었다. 알듯 말듯한 미소였다. 무언가 정비할 게 많아 보였지만 오히려 놓아버렸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였을 땐 훈련보다 휴식이 보약이 될 수 있다. 삼성 선수들은 31일 대부분 휴식을 취하며 그야말로 “야구를 놓았다.”
장원삼은 ”정말 하루 푹 쉬었다. 사우나에 가니까 대부분 선수가 다 와 있더라. 사우나를 한 뒤엔 (심)창민이와 당구를 쳤다. 창민이가 잘 하더라”라고 웃었다. 그렇게 삼성 대부분 선수는 야구를 놓으면서 스트레스를 날리고 머리를 식혔다. 식사 시간 외에는 철저하게 개인적인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장원삼은 “피곤하기도 했는데 하루 푹 쉬어서 좋았다”고 했다.
수능이 코 앞에 다가온 수험생이라고 해도 24시간 공부만 할 수 없다. 또 공부를 해도 24시간 내내 집중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시험을 못 쳤는데 곧바로 공부에 집중될 리도 없다. 이럴 때 잠깐씩 인터넷도 하고 TV도 보면서 머리를 식힌 뒤 다시 공부에 임하면 오히려 능률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인터넷, TV보는 걸 멈추지 못해 컨디션 조절에 실패할 수도 있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는데 TV에서 본 웃긴 장면이 자꾸 생각나서 공부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삼성은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쉴 때 쉬고, 공부할 때 공부를 할 줄 아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삼성 선수들은 근본적으로 야구를 잘 한다. 3~4차전 연패는 꼭 야구를 못해서가 아니라 이래저래 경기가 잘 안 풀린 탓이 컸다. 전교 1~2등하는 학생이 한번 5~10등을 하면 심리적 충격은 입을지라도 그 학생에게 ‘공부를 못해서 그렇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류 감독의 30일 휴식 지시는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타선은 여전히 답답한 면이 있었지만 마운드, 특히 3차전 역전패 빌미를 제공한 불펜 투수들은 완벽하게 재충전에 성공한 듯 보였다. 도망가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씩씩하게 공을 뿌리면서 SK 타선을 압도했다. 정규시즌 때 보여줬던 그 모습이었다.
류 감독은 30일 인천 숙소에서 서울 숙소로 이동하기 전 선수를 불러서 “굳어 있지 말고 긍정의 힘을 믿자. 좋은 것만 생각하자”고 했다. 다르게 말하면 3~4차전의 안 좋은 기억을 잊고 리플레쉬를 하자는 의미였다. 30일 하루 푹 쉬며 재충전을 한 삼성. 보란 듯이 31일 5차전서 승리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 8부능선을 넘어섰다. 때론 휴식이 훈련보다 보약이다.
[5차전 승리 이후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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