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돌부처가 웃는 모습, 얼마나 볼 수 있을까.
삼성 오승환의 별명은 익히 잘 알려진대로 돌부처다. 어지간한 위기 상황에서도 표정이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멀리 갈 것 도 없이 지난달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을 보면 된다. 오승환은 2-1로 앞선 9회말 첫 타자 최정에게 3루타를 맞아 무사 3루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후속 타자들을 차례로 삼진과 범타로 솎아내면서 1점차를 지켰다.
물론 당시 오승환은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활짝 웃은 건 아니었다. 그가 웃지 않는다는 건 ‘아직 안심할 수 없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승환에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언제일까. 한 해를 마감하는 한국시리즈가 아닐까.
오승환이 한국시리즈 우승에 또 한번 활짝 웃었다. 오승환은 1일 SK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서 7-0으로 앞서던 9회 안지만을 구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오승환의 투구를 끝으로 삼성은 2011년에 이어 2년 연속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2연패를 확정지었다. 크게 기뻐한 오승환은 포수 진갑용과 진한 포옹을 나눴다. 야구 선수에게 로망이라 할 수 있는, 한국시리즈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 주인공인 헹가래 투수가 2년 연속 오승환이었다.
사실 6차전은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류중일 감독은 오승환을 가장 마지막에 등판시키면서 전국에 생중계 되는 TV 화면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 삼성은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서 10-1로 대승했다. 당시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지만 오승환은 2이닝을 소화하면서 데뷔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마지막 타자 장원진을 3루수 플라이로 잡고 환한 얼굴로 진갑용에게 안겼다. 당시 오승환은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2006년에도 마지막은 오승환이었다. 잠실에서 열린 한화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 당시 9회말 3-2로 앞선 가운데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마지막 타자 제이 데이비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또 다시 한국시리즈 마지막 장면을 장식했다. 이번엔 오승환이 포수 진갑용에게 달려갔으나 진갑용이 오승환에게 안겼다.
5년이 흘렀다. 2011년에도 마지막은 오승환이었다. 잠실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9회 1-0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8회 1사에 마운드에 올라 1점을 지켜내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의 마지막 장면을 책임졌다. 마지막 타자 정상호를 3루 땅볼로 처리하면서 진갑용을 얼싸안았다. 역시 오승환은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그리고 2012년 11월 1일. 이번에도 마지막 투수는 오승환이었다. 7-0으로 앞선 9회말. 마지막 타자 최정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고 마침내 진갑용의 품에 안겼다. 그 표정, 그렇게 행복해보일 수 없었다. 그 순간만큼은 오승환의 얼굴에 돌부처는 보이지 않았다.
오승환은 행복한 야구선수다. 한국시리즈의 마지막을 4차례나 장식하는 투수가 국내에 몇이나 있을까. 7년 전 선동열 감독은 “일본에선 일본시리즈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에 항상 에이스나 마무리를 낸다. 그때 나가서 마지막 순간을 장식하는 투수를 도야게 투수라고 부른다. 오늘 이기면 오승환을 무조건 도야게 투수로 내보낼 것이다. 1년 동안 정말 고생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프로야구는 역사를 먹고 자란다. 오승환이 진갑용과 한국시리즈 마지막을 장식한 포옹은 10년, 20년이 지나서도 한국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훗날 누군가 그 장면이 실린 사진을 보면서 “아, 저때 한국시리즈는 삼성이 우승했었지”라고 하며 오승환을 추억한다면, 오승환은 성공한 프로야구선수다.
삼성 팬들은 앞으로도 계속 오승환이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건 곧 그가 한국시리즈 도야게, 마지막 투수로 우승을 확정 지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일 것이다.
[환하게 웃는 오승환.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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