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안산 김진성 기자] “제가 좀 유해지긴 했어요.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려고요”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이 온순해졌다? 맞는 것 같다. 임 감독은 여자농구 감독 중에서도 가장 카리스마가 넘치는 감독이다. KBL에 KCC 허재 감독이 있다면 WKBL엔 단연 임 감독이라 할 정도다. 경기 중 선수가 실수를 했을 경우에도 곧바로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호통을 친다. 칭찬에도 인색하다. 시즌 후 “수고했다”가 최고의 칭찬이었다. 신한은행 선수들은 그게 당연한 줄 알고 있다.
임 감독의 카리스마는 분명 신한은행이 6연패를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현재 WKBL을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한 김단비, 최윤아에 이연화, 김연주 등 임 감독의 손때가 묻은 선수는 대부분 임 감독의 호된 꾸지람 속에서 성장했다. 자칫 칭찬을 많이 할 경우 선수가 나태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임 감독이 올 시즌엔 확실히 변했다. 2일 하나외환전. 임 감독은 시종일관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중 선수들에게 이것저것 지적을 했지만, 일어서서 열정적으로 경기를 지휘하고 애매한 판정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모습이 많이 없었다.
임 감독은 “6연패도 했고, 이제 선수들을 좀 더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 여자 선수들은 심리적인 변화에 민감하다. 너무 다그쳐서도 안 된다”라고 했다. 이날 여유 있게 승리한 신한은행은 사실 경기 후반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추격을 허용했다. 수비 실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임 감독은 “잘못된 부분은 박빙 승부에선 치명적이니까 지적을 해줬다. 처음부터 타이트한 경기였다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선수들을 감쌌다. 확실히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선수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김단비와 김연주가 인터뷰실에 들어왔다. 두 사람은 “예? 뭐라고요?”라고 했다. 김연주는 “지우 언니가 나올 때 도움 수비를 하다가 박하나를 좀 놓쳤다. 경기 후에 감독님에게 혼 났다”라고 했다. 임 감독은 “지적을 했다”라고 했지만, 김연주에겐 여전히 호통이었다.
김단비는 “감독님이 정말 계속 앉아계셨어요? 난 계속 뭐라고 말씀을 하시길래 서 계시는 줄 알았어요”라고 했다. 김연주도 “감독님이 경기 후 잔소리를 하실 걸 다음 날에 하시는 경향이 있어요”라고 했다. 신한은행 선수들도 임 감독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임 감독은 “무섭다”라는 반응이 대표적이었다.
임 감독에게 경기 중 혼이 나면 마음의 상처도 받지만, 가장 쿨한 반응을 보이는 선수가 있단다. 김단비와 김연주는 “최윤아”라고 했다. 파이터 기질이 있고 다부진 플레이를 하는 최윤아는 임 감독의 호통에도 “예 죄송합니다. 파이팅, 파이팅”이라고 훌훌 턴다고.
그래도 김단비와 김연주를 비롯한 신한은행 선수들에겐 임 감독이 감사한 스승이다. 임 감독이 달라졌다는 반응에도 아니라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건 임 감독의 진심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임 감독은 강한 카리스마 속에서도 선수들을 잘 챙겨주는 편이다. 그만큼 임 감독이 여자농구판에 오래 있다 보니 선수 관리에 도가 큰 것이다.
김연주는 “감독님이 예전보단 화를 덜 내신다. 요즘은 지시보다 즐기면서 열심히 하라고 했다”라고 하면서도 “음, 이럴 때 잘 해야 하는데, 다음날 잔소리 할지도 모르거든요”라며 기자들을 웃겼다. 온순해진(?) 임 감독.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임달식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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