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진짜 겪었던 일인 것처럼 연기해내는 것은 힘들다. 특히 주변에서 쉽게 겪을 수 없는 일일수록 더 그렇다.
하지만 영화 '돈 크라이 마미'(감독 김용한)의 남보라는 경험할 수 없는, 경험해서는 안 되는 사건을 실제 겪어낸 인물처럼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냈다. 성폭행을 당한 후 결국 자살이라는 선택까지 하게 된 은아 역을 맡아 배우의 감성을 불살랐다.
남보라는 "은아 캐릭터에 끌렸다. 감정이라든가, 행복했던 아이가 점점 파괴돼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싶었기 때문에 선택하게 됐다"고 이번 영화에 출연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런 선택은 '돈 크라이 마미'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감정의 피크를 찍고 싶다"고 했던 말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남보라는 "남김없이 가지고 있는 걸 표현해내고 싶었는데 그런 감정들이 있어 선택하게 됐다. 영화 '하울링'의 정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민화공주도 있었지만 (남김없이 모든 것을 표현하는 신이) 잠깐이다. 은아는 행복했다가 불행하기까지의 과정이 이어져 있었고, 그런 모습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성폭행 피해자의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내기 위해 자료를 찾아봐도 실제 그들의 감정에 대해 자세히 말하고 있는 자료들을 접하기 어려웠다.
이어 "'은아가 어땠을까' 생각하며 계속 시나리오를 써보기도 했다. 그래서 촬영하는 내내 더 힘들었던 것 같다"며 "욕심이 과하다 보니 내가 은아가 되고 싶다는 게 있었다. 은아의 감정을 유지하려다보니 일상생활에서도 영향을 끼쳤다. 주변사람도 힘들고 나도 힘들었다. 우는 날들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반면 "그 시간 동안 너무 우울했고 감정을 놔두다보니 더 깊어졌다. 그래서 은아가 더 이해됐던 것도 있다. 더 '가까워지는구나'하는 느낌이 있었다"고 괴로웠던 시간 덕분에 더 은아와 가까워질 수 있었음을 설명했다.
남보라의 기억 속에 '돈 크라이 마미' 촬영 현장이 암울하고 쳐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밝은 모습의 은아를 연기할 때면 남보라 역시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밝은 부분을 촬영할 때는 평소 성격이 밝아 어려움 없이 연기할 수 있었다. 홀가분했다. 무거운 마음을 하루 동안 내려놓을 수 있어 행복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남보라의 열연이 돋보이는 '돈 크라이 마미'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딸(남보라)을 잃게 된 엄마(유선)가 법을 대신해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미성년 성폭행 가해자에 대해 엄격한 법규제가 없는 국내 현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으로 오는 22일 개봉된다.
[배우 남보라.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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