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그들은 시종일관 웃고 즐겼다.
호주 챔피언 퍼스 히트가 다 잡은 대어를 놓쳤다. 퍼스 히트는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마구매니저 아시아시리즈 2012 B조 예선 2차전서 일본 챔피언 요미우리에 1-7로 역전패했다. 그래도 선전했다. 전날 롯데에 수비 불안, 무기력한 타격으로 무너졌던 그 팀이 맞나 싶었다. 일본 최고의 명문팀을 상대로 대등한 모습을 선보이며 호주 야구의 저력을 선사했다.
퍼스 타선은 요미우리 선발 고야마 유우키를 옳게 공략하지 못했다. 직구와 커브+체인지업의 단순한 조합을 당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선발로 나선 클라겟 앤서니가 이닝 피안타 탈삼진 1실점하는 호투를 선보였다. 지난 시즌 기록이 없었지만, 요미우리 타선을 상대로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볼, 투심 등을 고루 섞어 요미우리 타선을 얼어 붙게 했다.
그러자 기회가 왔다. 6회 선두타자 애덤슨 코리의 중전안타로 찬스를 만든 뒤 멜커 애덤이 포수 희생번트로 1사 2루 찬스를 만들었다. 제법 깔끔한 번트 솜씨였다. 후속 휴즈 루크가 헛스윙 삼진을 당했으나 4번 커넬리 팀이 선제 중전적시타를 뽑아냈다. 그는 2011-2012시즌 호주리그서 타율 0.374 65안타 10홈런 39타점 10도루로 타격, 타점, 최다안타 2위, 도루 4위를 차지한 실력자로서 퍼스의 자존심을 세웠다.
더 놀라운 점은 그들의 경기에 임하는 태도였다. 다소 경직된 듯한 요미우리와는 달리 시종일관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였다. 모두 모여 박수를 치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심지어 동료의 파울 타구를 호주 팬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잡아내자 관중석을 바라보며 박수를 보내는 여유까지 보냈다. 일본 최강 요미우리에 움츠러드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실력껏 치고 던지고 달렸다. 여전히 수비 짜임새도 부족하고 변화구 대처 능력도 떨어졌지만 자신감은 최고였다. 정말 당당했다. 7회말 힘이 떨어진 선발 클라켓 앤서니가 연타를 허용한 뒤 대타 아베 신노스케에게 역전 좌전 결승 적시타를 맞았고, 이후 구원 투수들이 무너지고 말았지만, 고개 숙이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8일 첫 경기서 롯데에 완패했다. 다 잡은 요미우리도 결국 뒷심 부족으로 잡아내지 못했다. 호주 야구의 한계이기도 했다. 그래도 스티브 피시 감독은 롯데전 패배 이후 “우리 선수들이 잘 했다. 내일 실수만 줄이면 더 잘할 수 있다”라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서양인 특유의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이었다. 처음엔 허언인 줄 알았던 각국 기자들도 실제 요미우리를 몰아치는 모습에 적지 않게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퍼스 히트는 2연패를 당하면서 조기에 짐을 싸게 됐다. B조는 예상대로 10일 롯데-요미우리의 자이언츠 더비 결과에 따라 결승 진출팀이 가려지게 됐다. 하지만, 퍼스 히트의 당당함과 자신감은 호주 챔피언의 위상을 드높이기에 충분했다. 막판에 구대성도 등판하면서 부산 팬들에게 팬 서비스도 확실하게 했다. 그들의 즐기는 야구는 다른 참가팀들, 팬들, 기자들 모두에게 신선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퍼스 히트 선수들. 사진 = 부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i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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