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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박원상이 영화 '남영동 1985'(감독 정지영)를 보는 시선은 좀 남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대선을 앞두고 선보인 故김근태 의원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정치적 영화라 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끔찍한 고문장면이 적나라하게 그려졌다는 점에서 인간의 야만성과 비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라고도 하다.
하지만 박원상은 정치적으로만, 인간의 비인간성에만 국한된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남영동 1985'가 고문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영화면서도 이를 넘어서서 용서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며 가해자든 피해자든 학교폭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학생들이 꼭 봐야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박원상은 "'남영동 1985'가 15세 관람가 등급이 나왔다. 그 얘길 듣고 굉장히 반가웠다. 어린 친구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들의 문제가 매스컴에 많이 보도된다. 보도되지 않더라도 심각하다는 것에 대해 공감을 한다. 그 이유로 거론되는 것이 중구난방인데, 아이들의 문제로 몰아갈 수는 없다. 내 생각에는 기성세대들이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습자지처럼 그대로 흡수하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한 아이를 둘러싸고 상상할 수도 없는 위해를 가한다"며 "지나간 과거의 역사에 대해 '선배들이 민주화를 위해 피눈물을 흘리며 살아갔구나'를 보라는 것이 아니다. 고통을 직시하고 공포를 인지했으면 한다. 그런 것에 보탬이 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원상에게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남영동 1985'를 상영했던 기억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 한 아이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와서는 '고문의 또 다른 종류가 뭐가 있냐'고 물었던 것. 한 사람의 수면과 식사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기본, 폭력에 물과 전기를 이용한 고문 등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할 만한 장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무엇을 더 알고 싶었던 것일까.
그는 "무대 위에 있는 우리도 실소가 나왔다. '어린 아이들이 보면 뭘 안다고' 그렇게 얘기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고통을 직시했으면 좋겠다. 학교로 돌아가 한 아이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할 때 그 아이를 보고 '잠깐, 저 표정은 지금 공포를 느끼는 것이구나', '이렇게 하면 고통을 느끼겠구나'를 인식하고 인지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것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남영동 1985'는 2시간 동안 일상생활에서 지쳐있던 걸 풀어줄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보는 게 힘들 수도 있겠지만 버티고 정면을 응시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조금 힘들겠지만 서로 그 기억들을 공유하고 놓치지 않는다면 '아마도 미래의 후배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사는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중학교 1학년이 된 아들의 손을 잡고 가까운 극장을 찾아 '남영동 1985'를 볼 예정이다. 영화를 보고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떤 이야기를 할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남영동 1985'는 故 김근태의 자전적 수기 '남영동'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1985년 공포의 대명사로 불리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22일 간의 기록을 담았다. 오는 22일 개봉.
[배우 박원상.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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