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충격패였다. 몸에 쓴 보약으로 삼아야 한다.
삼성의 아시아 챔피언 2연패 도전이 실패했다. 라미고 몽키스에 8일 0-3으로 완패했다. 무기력했다. 3안타 빈공에 시달렸다. 상대 선발 용병 로리가 변화구 위주로 완벽한 투구를 했다. 경기 후 류중일 감독은 영상자료를 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후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류 감독도, 삼성도 대만야구에 제대로 한 방을 맞았다.
결과적으로는 삼성 야구의 약점이 단 1경기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류 감독이 지적한대로 상대 선발 투수의 영상 자료를 보지 못했다면 결국 임기응변 능력이 필요했다. 누구나 상대를 모르고 경기에 나서면 힘들다. 그래도 삼성이 좀 더 강해지려면 임기응변 능력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정규시즌 때처럼 경기 초반 선취점을 내주고 끌려가다 뒤집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지는 모습을 또 다시 반복했다는 것이다. 전력 차가 크지 않은 상대와의 경기서는 으레 경기 종반 뒤집는 야구를 하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좀 더 강해지려면 뒷심을 키워야 한다. 임기응변 능력이 있어야 뒷심도 생긴다. 두 가지 문제점은 일맥상통한다.
관점을 바꿔보자. 라미고전 패배는 야구에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단기전의 특성상, 그리고 전력 차이가 크지 않는 팀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돌이켜보면 삼성도 지난해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서 소프트뱅크를 누르고 우승했다. 소프트뱅크로선 지난해 예선서 삼성에 완승하고도 결승전서 패배했으니 삼성이 라미고에 패배한 것처럼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삼성은 소프트뱅크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했다. 반대로 라미고는 이번 대회서 분명 삼성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삼성이 소프트뱅크를 이겼다고 해서 한국야구가 일본야구를 뛰어넘었다고 할 수도 없다. 라미고가 삼성을 이겼다고 해서 대만야구가 한국야구를 뛰어넘었다고 할 수도 없다. 어차피 서로 전력은 종이 한장 차이다.
삼성으로선 절대 기 죽을 필요가 없다. 야구에서, 단기전의 특성상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을 겪은 것일 뿐이다. 그저 위와 같이 패배의 원인을 짚은 뒤 보완을 하면 된다. 오히려 내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3연패를 해야 할 확실한 동기부여가 생겼다. 그렇게 해야 아시아시리즈에 나설 수 있고, 올해의 쓴맛을 되갚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 사상 첫 2년 연속 3관왕은 어마어마한 대기록이다. 삼성으로선 그걸 놓친 게 아쉽다. 그래도 이번 라미고전 패배로 아시아 챔피언에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게 돼 팽팽한 긴장감을 갖게 됐다. 2년 연속 모든 걸 다 이뤘다면 분명 정상에 안주하며 느슨해질 수도 있었다. 야구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갖는다면 라미고전 패배는 보약이 될 수 있다.
야구인들은 “야구는 언제든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다. “야구 몰라요”란 격언이 있기에 야구가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이다. 삼성이 라미고전 패배로 지나친 충격 수렁에 빠질 필요가 없는 이유다. 같은 실패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고개 숙인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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