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류현진의 LA 다저스 입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한화는 12일에 류현진에게 2573만 달러를 써낸 구단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LA 다저스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담당 기자들도 하나 둘 SNS에서 다저스가 류현진의 최고 금액을 입찰했다고 밝혔다. 이제 MLB 사무국이 이를 공식적으로 밝히면 30일 내에 류현진의 에이전시 보라스 코퍼레이션과 LA 다저스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 류현진의 계약금과 연봉을 결정해야 한다.
▲ 2573만 7737달러 33센트, 그냥 적어낸 게 아니다
애당초 류현진의 포스팅 응찰액은 적으면 500만 달러에서 많으면 1500만 달러까지 점쳐졌다. 다저스가 적어낸 한화 약 280억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다. 일각에선 다저스가 포스팅 금액을 높게 불렀으니 정작 몸값을 후려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선수에 대한 예산을 책정할 때 포스팅 금액, 계약금, 연봉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현진의 포스팅 응찰액이 올라간 건 실제 포스팅에 참가한 구단이 많았기 때문이고, 류현진의 국제대회 성과를 높게 평가한 결과다. 또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가 2010년과 2012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다. 그들은 1988년 이후 24년간 월드시리즈 우승에 실패했다. 지난 8월 보스턴과의 블록버스터급 트레이드를 시작으로 선수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승을 위해 막대한 돈을 퍼붓고 있다.
▲ 선발 기회는 주어진다
다저스는 류현진이 우승 퍼즐의 하나가 되길 원한다. 선발진은 겉으로는 번지르르한 것 같아도 류현진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제외하면 이적생 조시 베켓은 올 시즌 7승 14패로 부진했고, 베테랑 테드 릴리는 어깨 수술을 받았다. 크리스 카푸아노, 아론 하랑은 30대 중반이다. 20대 중반의 체드 빌링슬리는 잔부상이 많다. 전체적으로 내구성이 떨어진다. 류현진은 상황에 따라 3~5선발로 충분히 뛸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몸값이 곧 그 선수에게 주전이 될 기회로 환원된다. 류현진의 몸값은 그보다 약간 높은 2600만 달러의 응찰액을 기록한 이가와를 견줘보면 유추를 할 수 있다. 이가와 게이는 2006년 뉴욕 양키스와 5년 2000만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보라스의 협상능력에 따라 계약기간을 줄이면서 연봉이 좀 더 올라갈 수도 있다. 어쨌든 그 정도의 연봉을 받게 되면 선발 기회가 안 주어진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초반부터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면 붙박이 선발투수가 가능하다.
▲ 전성기 박찬호의 아우라를 지워라
다저스는 빅마켓 구단이다. 우승에 혈안이 됐지만, 친한파 구단으로서 류현진에게 당장 큰 부담은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무한대는 절대 아닐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원래 피도 눈물도 없는 곳이다. 좀 지켜보다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정리한다. 그 ‘좀’의 기간이 몸값이 올라갈수록 길어지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박찬호는 1994년 곧바로 다저스에 빅리거로 승격해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간 75승 49패를 거뒀다. 연간 15승을 따내며 1~2선발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한인 마케팅으로 구단도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그 당시 경인방송과 MBC가 그의 선발경기를 모두 중계하며 IMF로 휘청거리던 서민들의 애환을 덜어줬다. 박찬호는 다저스는 물론이고 한국 사회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공중파 채널의 애국가 화면에도 그가 쾌투 후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이 한동안 삽입됐었다.
다저스는 류현진에게 15년전의 그 향수를 느끼고 싶어 한다. 류현진에게 호기이자 독이다. LA 언론들은 앞으로 류현진을 언급하면서 박찬호를 수 차례 언급할 것이다. 류현진은 좋든 싫든 박찬호의 전성기와 끊임없이 비교를 당할 것이다. 류현진이 당시 박찬호의 활약을 뛰어넘는다면 영웅이 될 것이고, 반대라면 비난도 각오해야 한다. 미국 언론은 냉정해서 기대했던 선수에게 실망할 경우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고 퍼붓는다.
류현진은 박찬호의 아우라를 뛰어넘어야 한다. 아니, 지워야 한다. 류현진이 다저스가 15년전 박찬호를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친다면 자연히 다저스도 15년전 박찬호 향수를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 류현진은 이적 첫해인 내년 시즌부터 자신의 진가를 보여줘야 한다.
한 가지 다행인 건, 그동안 국내에서 봤던 류현진은 정말 강인한 멘탈을 지닌 투수였다는 점이다. 주위의 집중 견제, 관심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볼을 뿌렸다. 내년엔 한국 팬들과 함께 다저스 구단과 팬들의 견제와 관심을 받게 되는 류현진에게 믿음을 보내도 되는 이유다. 다저스에서 박찬호 전성기 아우라를 지워버릴 정도의 기량을 선보인다면, 류현진의 미국 도전엔 장밋빛이 가득할 것이다.
[다저스 입단 초읽기에 들어간 류현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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