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태극마크를 단 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또 그만큼 부담감도 있습니다. 그래도 국민 여러분들께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12일 오전 발표한 제 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비 명단에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이름이 한 명 있었다. 올시즌 활약만 본다면 당연한 발탁이지만 그동안 국가대표 명단에서는 찾기 힘들었던 그 이름, 박희수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박희수는 올시즌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65경기에 출장해 8승 1패 6세이브 34홀드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했다. 중간계투였지만 올시즌 박희수가 없었다면 SK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도 상상할 수 없었다.
덕분에 박희수는 경험이 중시된 이번 WBC 명단에도 어렵지 않게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예비명단이지만 대회 엔트리인 28명을 발표했기 때문에 특별한 이변이 없는한 대표팀 승선이 확실시된다.
▲ 청소년 대회에서 떨었던 소년, WBC 대표로 거듭나다
박희수는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아니었다. 아마추어 시절에도, 프로에서도 주연이 아니었다. 프로 신인 시절 각광을 받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이번 발탁 이전까지 국가대표 경력에도 내세울만한 것이 없었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대전고 3학년 때 뽑힌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 대표가 전부다. 이마저도 박희수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다.
박희수는 "나이도 어렸고 첫 경험이었기 때문에 긴장하고 떨었던 기억 밖에 없다"며 "성적도 안 좋았다. 때문에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지 않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상무에서 기량을 발전시킨 박희수는 2010년 대륙간컵 대회 대표로 뽑히며 생애 두 번째 태극마크를 달았다. 물론 의미있는 일이었지만 최정예 선수들이 나오는 대회가 아니었기에 아쉬움도 있었다.
때문에 박희수에게 이번 WBC 대표 발탁은 더욱 뜻 깊다. 그는 "큰 대회 국가대표로는 처음 뽑혀서 정말 기분이 좋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 "던져왔던대로 열심히… 결과는 그 다음"
올시즌 성적만 본다면 박희수가 WBC에 뽑히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이는 주변의 평가 역시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결정될 때까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박희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올시즌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내심 기대는 했다"면서도 "그동안 해온 것이 없어서 반신반의 했다. 뽑아주셔서 감사하다. 나가게 된다면 정말 열심히 던질 생각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의 주무기는 투심 패스트볼과 우타자 몸쪽을 파고 드는 힘있는 직구, 정교한 제구력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의 투구는 마운드 위에서 거칠 것이 없다. 액션은 많지 않지만 조용히 상대 타자를 돌려 세운다.
WBC 발탁 소감 역시 마찬가지다. 박희수는 겸손함과 함께 조용히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물론 미국, 일본 등 다른 야구들의 야구도 강하기는 하지만 한국 야구도 수준이 높기 때문에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물론 잘하는 선수들이지만 그동안 내가 던져왔던대로 열심히 던지겠다. 결과는 그 다음에 생각하겠다. 내 투구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태극마크, 자부심과 부담감 동시에… 실망시키지 않겠다"
청소년 대표, 대륙간컵 대표 경력은 있지만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는 대회에는 처음 참가하는 박희수다. 때문에 제 아무리 강심장인 박희수라하더라도 부담감이 없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상 WBC 출전이 확정된 박희수의 마음에는 설렘과 부담감 등 여러가지가 공존하고 있다. 그는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또 그만큼 부담감도 느낀다"고 밝히며 "1, 2회 다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3회 성적이 안 좋으면 실망하실 것이다. 실망하시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활약을 다짐했다.
잘 던져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박희수의 아버지 박종욱씨는 아들이 WBC 대표로 뽑혔다는 소식이 나오자 아들에게 '가족 모두 대만 갈 준비가 끝났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아들의 대표 선발을 축하했다. 선발 이전부터 박희수에게 농담식으로 "WBC에 뽑히면 대만까지 응원 가겠다"고 했던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박종욱씨는 박희수의 홀드 신기록 달성을 기념하고 선수단에 감사하는 의미로 와이번스 로고가 담긴 쿠션을 구단 사무실로 보낼 정도로 아들의 열혈 팬이다.
그리고 또 한 명. 올시즌 박희수와 함께 SK 불펜을 책임졌던 정우람 때문이다. 박희수와 달리 정우람은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고 군에 입대하게 됐다. 박희수는 "왼손 계투가 별로 없어서 (정)우람이가 뽑힐 줄 알았다"며 "WBC 대표로 뽑히면 군대까지 미룰 정도로 의욕적이었던 우람이었는데 아쉽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렇듯 박희수의 WBC는 본인에게도, 그 주변 사람에게도 특별한 대회가 됐다. 박희수 자신의 말처럼 올시즌 선보였던 투구만 재현한다면 SK에서와 마찬가지로 WBC 대표팀에도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거듭날 것이다.
[박희수.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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