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년 더 OK다.
삼성 오승환이 내년에도 국내에서 뛴다. 오승환은 12일 삼성 송삼봉 단장과 면담을 갖고 내년 시즌 팀 잔류에 합의했다. 이로써 오승환의 해외진출 타진 여부는 1~2년 더 지켜보게 됐다. 사실 오승환은 시즌 중반 일본 언론들의 관심 보도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해외 진출에 관심이 없진 않다고 알려졌을 뿐이었다.
류중일 감독도 솔직한 평소 성격대로 시즌 중에도 “승환이가 FA가 되고 나가는 게 낫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었다. 감독 입장에선 최대한 오래 같이 있고 싶다고 한 것이다. 풀타임 7년차 신분인 오승환. 이번엔 규정대로 오승환이 구단 입장을 존중했다. 사실상 양보를 했다.
▲ 내년엔 오승환도 압박카드가 있다
삼성과 오승환은 언제까지 함께 웃을 수 있을까. 상황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4년제 대졸자 오승환은 내년 시즌 이후 FA가 된다. 오승환은 국내에선 더 이상 이룰 게 없다. 그의 목표는 결국 일본이든 미국이든 해외 진출이다. 그런데 오승환이 삼성의 동의 없이 해외로 자유롭게 나가려면 9년차인 2014시즌이 끝나야 한다.
이게 미묘하다. 삼성은 내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오승환을 붙잡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구단이 “내년에도 한번 더 하자”라면 오승환은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만약 내년에 삼성이 통합 3연패에 실패한다면 더더욱 오승환 붙잡기에 혈안이 될 것이다. 반대로 삼성이 통합 3연패에 성공한다면 오승환으로선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오승환에게도 내년엔 구단에 압박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 FA신분으로서 엄연히 다른 구단의 오퍼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다. 삼성은 내부 FA를 국내 타구단으로 보내준 사례가 KIA로 옮긴 마해영을 제외하곤 없다. 오승환도 최강팀 삼성에 있는 게 세이브를 쌓는 게 가장 적합하다는 걸 안다. 오승환 입장에서도 국내 타 구단 이적은 구미에 당기는 건 아니다. 이미 삼성에 오승환은 이승엽 다음가는 슈퍼 프렌차이즈 스타다.
그런데 오승환이 내년 시즌 이후 개인적으로 점점 더 해외 진출 열망이 강해진다면, 일단 FA 협상 기간에 타구단의 오퍼를 받으며 삼성에 무언의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알고보면 삼성도 내년엔 이번처럼 간단히 “우리랑 같이 하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삼성으로선 오승환이 내년 시즌 FA자격을 얻어 다른 팀과 계약을 덜컥 해버린다면 큰 낭패다. 물론 이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삼성과 오승환의 상호 신뢰는 상상 이상이다.
▲ 삼성, 오승환에게 엄청난 돈다발을 풀 수 있지만…
삼성은 내년 시즌 후 FA가 되는 오승환과 다년 계약을 할 수 있다. 엄청난 돈다발을 풀 것이다. 나머지 8개 구단도 그를 잡으려고 혈안이 될 테니 말이다. 자금에서는 안 밀리는 삼성도 내년 이 시기엔 엄청난 돈으로 오승환을 유혹할 수 있다.
삼성으로선 그럴 수 밖에 없다. 오승환이 일단 구단의 해외 진출 불가 방침에 맞서 다른 구단의 오퍼를 기다리겠다고 하면 애가 탈 것이다. 삼성엔 오승환이 해외로 나가는 것보다 국내 타구단과 FA계약을 하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지각 변동 파급력이 어마어마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원 소속구단과의 계약기간에 엄청난 대우로 그를 붙잡으려 할 것이다.
그래서 삼성은 오승환과의 관계설정을 장기적으로 확실하게 해야 한다. 아무래도 오승환은 내년, 내후년엔 해외진출을 시도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FA 다년 계약을 하려는 삼성에 오승환이 해외 진출 의사를 드러내면 자칫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 삼성은 과거 이승엽에게도 해외 진출의 문을 열어줬다.
그렇다면 삼성은 내년 FA로 풀리는 오승환에게 장기 계약이 아닌 적절한 1~2년 계약에 해외 진출 수락 등의 조건을 다는 방법도 있다. 전격적으로 내년 시즌 후 오승환이 해외진출을 선언하고 삼성이 도와줄 수도 있다. 양자가 어떤 방식을 택하든, 이별, 그리고 그 이후 관계에 대한 준비도 슬슬 해야 할 때다.
7년 전, 대학교 때 팔꿈치 수술 경력이 있어 일부 구단에 차가운 외면을 당해 2005년 2차 1라운드 5순위로 조용히 삼성에 입단했던 투수는 이제 국내를 호령하는 슈퍼스타가 됐다. 이번엔 삼성이 붙잡았지만 이미 오승환은 너무 커버렸다. 그들이 언제까지나 함께 웃는다는 보장은 없다.
[한국시리즈 2연패로 기뻐하는 오승환(위), 진갑용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오승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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