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흥미진진한 선두다툼이다.
여자프로농구 선두다툼이 본격화됐다.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통합 6연패에 빛나는 신한은행이 12일 KDB생명을 상대로 2연패를 끊고 잠시 우리은행에 내줬던 선두 자리를 양분했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신한은행을 22점차로 대파하고 2006년 겨울리그 이후 6년만에 선두를 탈환했다. 우리은행의 5연승은 2007년 겨울리그 이후 5년만이었다. 올 시즌 두 팀의 관계는 묘하다.
▲ 원래 강한 레알신한, 쑥쑥 자란 우리은행
신한은행은 원래 강하다. 베테랑들 없이 지난 2011-2012시즌 통합 6연패를 차지하면서 세대교체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이연화와 김연주는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주전 멤버로 자리 잡았다. 김단비는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거듭났다. 국가대표 가드 최윤아와 파워포워드 강영숙, 최장신 하은주도 건재하다. 여기에 백업 가드 김규희가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비 시즌 임달식 감독은 모처럼 국가대표팀에 차출되지 않았다. 선수들과 함께한 시간이 여느 비 시즌보다 더 길었다. 세심하게 선수 관리를 했다. 그 결과 촘촘한 조직력을 유지했다. 일부 잔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도 있지만, 절묘한 선수 교체 및 관리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7승 2패, 공동 1위지만 우리은행과의 선두 다툼에서 쉽게 밀려날 것이라 보는 시선은 없다,
우리은행은 올 시즌 환골탈태했다. 단일리그 전환 이후 하위권을 전전했다. 오히려 FA 자격을 얻은 고아라가 삼성생명으로 이적해 전력 공백이 생겼다. 하지만 또 꼴찌를 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했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 아래서 지난 5시즌동안 혹독한 감독 수업을 받은 위성우 코치와 전주원 코치가 올 시즌 나란히 우리은행으로 이적했고, 본격적으로 신한은행 DNA 이식을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비 시즌 어마어마한 훈련을 했다. 위 감독은 임 감독이 신한은행 선수들을 매년 여름 혹독하게 몰아세운 것처럼 우리은행 선수들에게도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 강행군이 이어졌다. 그 결과 올 시즌 우리은행은 선수 구성에 변화가 없음에도 만년 꼴찌에서 선두로 탈바꿈했다.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 ‘할 수 있다’는 긍정마인드가 생겼다. 맏언니 임영희부터, 박혜진, 이승아, 양지희, 배혜윤은 더 이상 따로 놀지 않는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조직력을 과시한다.
▲ 한솥밥 먹다 갈라선 임달식-위성우, 본격 대결 시작
임달식 감독은 WKBL을 대표하는 명장이자 맹장이다. 꼼꼼하고 세심한 지도력으로 무명들을 스타로 키워냈고, 강력한 카리스마로 스타들을 팀으로 묶어냈다. 전술, 전략 활용 능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체력이 강하지 않은 하은주를 적절한 교체 투입으로 높이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술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상대 감독에 한번 패한 뒤론 두 번 연이어 지지 않는다. 위 감독도, 이런 임 감독의 장점만을 쏙쏙 뽑아서 우리은행에 이식 중이다.
지난 10월 27일. 선후배 관계이자 동지였던 임달식 감독과 위성우 감독이 춘천에서 역사적인 첫 맞대결을 치렀다. 신한은행의 완승이었다. 이후 임 감독은 “우리은행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위 감독에겐 분명 칭찬이었다. 하지만 위 감독은 만족하지 않았다. 칼을 갈았다. 지난 10일 2라운드 맞대결. 우리은행은 22점차 대승하며 선두로 뛰어올랐다. 청출어람의 순간이었다.
두 감독은 아직 5차례의 대결이 남았다. 3라운드 대결은 24일에 안산에서 열린다. 자존심이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임 감독이다. 분명 칼을 갈고 나설 것이다. 임 감독은 일전에 사석에서 “위 감독의 지도능력이 보통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나도 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두 감독의 피 튀기는 자존심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 용병 도입 3라운드가 고비
두 팀에 중차대한 고비가 찾아온다. 3라운드부터 여자농구에 도입되는 용병제도다.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는 5시즌만에 용병제도를 부활했다. 두 팀은 나란히 시즌 중 용병을 한 차례 교체했다. 신한은행은 타메라 영 대신 캐서린 크라예벨트를 영입했다. 191cm인 그녀는 공격에서는 파워포워드 역할을 수행하면서 수비에선 상대 센터를 막는다. 크라예펠트가 4번 자리에 서면 결국 하은주는 상대 국내 선수가 막아야 한다. 신한은행은 용병제 도입으로 선두 독주를 꿈꾼다.
우리은행은 루스 라일리 대신 티나 톰슨을 영입했다. 188cm의 톰슨은 WKBL 경력자다. 한국 무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37세라 과거보다 운동능력은 떨어졌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은행은 톰슨의 장점만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여전히 해결사가 부족한 우리은행에 톰슨은 가뭄 끝 단비다.
용병들만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한솥밥을 먹다 갈라선 선후배 감독들의 선두 대결은 더욱 흥미진진해질 전망이다. 반대의 경우엔, 두 사람의 희비도 서서히 엇갈릴 수 밖에 없다. 마침 오는 24일 3라운드 대결은 양팀 용병이 모두 출전하는 첫 맞대결이다.
[임달식-위성우 감독.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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