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상황이 심상찮다. 내년 3월 WBC에 메이저리거들이 빠진 대표팀이 구성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FOX 스포츠는 13일 오후(한국시간) “류현진과 추신수가 WBC 참가를 포기하고 시즌 준비에 전념할 것이다”라는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말을 보도했다. 예비 빅리거 류현진과 추신수는 모두 보라스의 고객들. 해외파 중에서도 핵심인 이들이 불참할 경우 내년 WBC에 참가하는 류중일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 LA 다저스에 둥지를 틀기 위해 계약만 남은 류현진과, 조만간 트레이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추신수 모두 내년 시즌 새로운 팀에서 감독 및 코칭스텝에게 자신의 진가를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류현진은 아직 미국에서 보여준 게 없다. 추신수도 귀국 기자회견에서 WBC가 신경 쓰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두 사람의 WBC 불참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다.
두 사람이 빠질 경우 한국 대표팀은 일본파 이대호를 제외하곤 전원 국내파로 구성된다. 한국은 지난 2006년 1회 대회선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이승엽 등 당시 메이저리거로 대표되는 해외파에게 상당수 의존했다. 3년 뒤 2009년 2회 대회서 해외파는 추신수와 임창용뿐이었다. 국내파에 무게중심이 쏠린 대표팀이 준우승을 일궈냈지만, 당시 추신수와 임창용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내년 3회 대회서 류현진과 추신수가 빠진다면 그 공백은 너무 뼈 아프다. 특히 류현진의 공백은 사실상 메울 카드가 없다고 보면 된다. 다른 선수들이 그간 국제대회서 뿜어왔던 류현진 아우라 효과를 전혀 누릴 수 없게 됐다. 류중일 감독은 대표 선수 명단을 꾸릴 때 두 사람의 WBC 불참 가능성을 점쳤었다. 때문에 기술위원회는 두 사람이 실제 공식 불참을 선언할 경우 대체 선수 가이드라인도 잡아놓은 상태다. 현 시점에서 추신수의 대안으로는 손아섭, 김강민 등의 중용이 재기된다
다만 국내파 중심의 대표팀이 3회 대회서 어느 정도의 저력을 보여줄 것인지는 미지수다. 타선은 1~2회 대회에 비교해도 무게감이 떨어지지 않지만, 최근 몇 년간 간판 투수들이 부진과 부상으로 중심을 잡지 못해 1~2회 대회보다 무게감은 떨어지는 편이다. 냉정하게 볼 때 지난 1~2회 대회보다 객관적인 전력은 약하다고 보는 게 맞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건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대체로 1~2회 WBC 대표팀에서 주축으로 올라선 선수들의 대체자를 키워내지 못한 탓이 크다. 좀 더 젊은 기수들을 키우지 못하면서 한국 야구가 정체된 듯한 느낌은 분명히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 하향평준화 논란과도 무관하지 않다.
결국 대표팀은 이대호와 국내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전 세계의 강호들을 상대로 4강 이상의 성과를 거둬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한편으로, 세계 강호를 상대로 한국야구의 현 주소를 냉정하게 평가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올해 한국야구는 국제대회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세계청소년 대회와 아시아시리즈를 야심차게 국내에서 개최했지만, 아우들은 5위에 그쳤고, 삼성과 롯데 형님들도 결승에도 오르지 못한 채 쓴맛을 봤다. 매번 국제대회서 선전할 수 없다. 하지만, 2% 부족한 경기력이 반복된다면 그건 곧 실력이다.
국내파가 주축이 된 대표팀이 내년 WBC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든 간에, 그것이 한국의 국제경쟁력으로 인정될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들도 100% 전력이 아닐 수 있다. 여전히 이 대회를 이벤트 성격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고 해도 WBC 성적이 국가경쟁력 파악의 중요한 잣대가 되는 건 분명하다. 대표팀이 1~2회 대회처럼 선전할 경우 한국야구의 저력이 인정되는 동시에 해외파 의존도를 줄였다는 성과도 인정받을 수 있다. 국내파 대표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야 할 류중일 감독의 리더십도 중요해졌다.
[2회 WBC 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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