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이쯤되면 '메이저리거 실종사건'이라 해도 무방하다.
내년 3월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린다. 그런데 1회와 2회 모두 우승을 차지한 일본은 대표팀 구성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본인 메이저리거들이 차례로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터줏대감'인 스즈키 이치로(39)는 물론 다르빗슈 유(26·텍사스), 이와쿠마 히사시(31·시애틀), 구로다 히로키(37) 등 일본인 메이저리거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불참 의사를 드러냈다. 대만 역시 메이저리거 천웨인(27·볼티모어)이 자신의 SNS를 통해 불참을 시사한 상황.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2일 선수 28명이 포함된 예비 명단을 발표했고 이 가운데 메이저리거 추신수(30·클리블랜드)와 LA 다저스와 협상을 가질 류현진(25·한화)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출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최근 추신수와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추신수는 FA 자격 취득을 앞둔 2013시즌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류현진은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데뷔를 준비하기 위해 WBC 출전이 힘들다"고 말했다. 계약을 앞두고 '함구령'이 내려진 류현진은 아직까지 별다른 언급이 없으며 추신수는 "아직 거취가 정해지지 않아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거들의 불참 행렬이 이어지는 것은 대회의 개최 시기와 맞물려 있다. 메이저리그는 정규시즌이 4월에 열린다. 시즌을 준비 막바지에 치닫는 3월에 국가대항전을 치르는 것은 선수 입장에서 꽤 부담스러운 일이다. 또한 출전을 반대하는 구단도 적지 않다. 추신수는 지난 2009년 WBC에 나섰지만 구단의 동의를 얻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됐고 이 때문에 2라운드부터 출전할 수 있었다.
이는 비단 아시아 선수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메이저리거들이 다수 포진한 국가에는 출전을 감행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100% 본연의 실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시즌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기 때문에 3월에는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1,2회 대회를 통해서도 증명됐다. 한국과 일본은 개막에 앞서 평가전을 갖거나 단체 훈련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준비해 WBC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쯤에서 WBC의 개최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국가를 대표해 나서 자웅을 겨루는 진정한 국제대회로 거듭나는 것이 최대 목표가 아닐까.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
사실상 세계 최고의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 총집결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정상적으로 대회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은 개최 시기 변경을 진지하게 고려할 만하다. 시즌 준비로 빡빡한 3월 대신 시즌 종료 후인 11월이 차라리 나을 수 있다. 물론 이때부터 WBC 예선이 치러지지만 WBC는 4년마다 열리는 대회인 만큼 예선 일정을 조정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세계 최대의 야구 국가 대항전이 되어야 할 대회에 '메이저리거 실종사건'이 벌어지는 웃지 못할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WBC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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