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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 딴따라로 산 지는 12년이 됐다. 12년 만에 다시 데뷔 초 초심으로 돌아간다더니 정말 신인으로 돌아갔다.
시작은 우여곡절 끝에 나온 6번째 정규 앨범, 그리고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이다. 지난 7월 15일 발매 후 한 달 넘게 국내 가요시장을 점령하더니 이내 월드 음악시장까지 점령, 지구촌을 그야말로 말춤으로 물들였고 12년 만에 다시 늦둥이 신인의 마음으로 그는 전 세계를 돌고 있다.
‘강남스타일’이 나온 지 이제 4개월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불과 4개월만에 싸이는 한국 가요계의 역사를, 자신의 가수 인생을, 그리고 정말 세상을 바꿔놨고 이같은 싸이의 ‘대박도 너~~무 대박인’ 행보에 많은 사람들은 “싸이는 정말 천운을 타고 났나봐”, “싸이는 무슨 복이 그리 많지?”라며 부러움 섞인 시선을 보냈다.
싸이는 유튜브를 통해 ‘강남스타일’이 세계 속에 전파되고 해외 매체들이 앞다퉈 자신과 자신의 음악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을 때, 의외(?)의 영어실력을 드러내며 적극적으로 PR에 나설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가 만약 영어를 못했더라면..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직접 말춤을 가르치고 유명 시상식 또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타국 방송에서 한국말로 ‘죽이지’와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할 수 있었을까 싶다.
그렇게 보면 싸이는 참 운이 좋은 사나이가 맞다. 때마침 영어까지 이렇게 곧잘 하다니 말이다. 하지만 다시 이를 바꿔 생각해보면 만약 싸이가 영어를 진짜 못했다면 지금만큼의 넘사벽 행보를 이어갈 수 있었을까? 그가 한국어 곡을 자랑스럽게 얘기했던 것은 영어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게 보면 그의 작금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았던 영어회화 스킬 또한 대단히 중요한 성공 요소가 됐다.
싸이가 딴따라의 길을 가겠다고 했을 때 아들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그만큼 걱정도 많았던 싸이의 모친은 “유학을 보냈던 것이 헛 일은 아니었다. 이렇게 쓸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며 흐뭇해하셨다고 한다. 특히 막내 아들이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에서 재학생들을 상대로 당당하게 강연을 펼쳤을 때 정말 가슴 뭉클하게 지켜봤다고 했다. 고집있게 굴더니 보란 듯이 성장한 아들이 참 대견하기도 했을거다.
한 유명 사찰의 스님도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싸이를 언급했다. 그 스님은 싸이에 대해 “나는 싸이라는 가수에 대해 잘 모르고 그를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는 분명 성공할 요소들이 있다. 싸이가 해외에서 영어가 이처럼 유창하지 않았다면 이만큼 성공하지 못했을 거다. 준비된 자에게는 언제든 기회는 온다. 그는 준비된 자였기에 그 기회를 잘 잡을 수 있었다”고 평했다.
기회는 누구에게든 올 수 있다. 그 기회를 제대로 잡고 활용하는 것은 스님의 말처럼 준비된 자의 몫이다. 유학 4년 동안 부모 몰래 진로를 바꾸고 음악에 미치기 시작해 지금까지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한 길을 걸어온 그는 여러 모로 자신의 인생의 길을 바꿔 준 유학시절을 정말 헛되이 보내지 않은 셈이 됐다
그냥 우스꽝스럽게 남과 다르고 싶었던, 모범적이게 살고 싶지 않다던 그의 일관된 가치관, 뚝심. 배짱, 능청스러움, 고집은 그렇게 엽기가수를 탄생시켰고 오늘날의 개성강한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이 다른 사람에 비해 눈에 덜 띄었던 것은 그가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엘리트이고 잘 노는 가수고 그의 말을 빌면 ‘비주얼이 근면성실하지 않게 생겨서’일지 모르겠다.
그의 절친이기도 한 가수 성시경도 싸이에 대해 “만날 술만 먹고 놀 것 같지만 싸이 형은 항상 고민도 많이 하고 굉장히 노력하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실제 싸이는 혀를 내두를 만큼 완벽주의자다. 그도 한 인터뷰에서 “뭐 하나에 꽂히면 집요할 정도로 집중하는 성격이다. 공연을 할 때도 직접 특수효과, 레이저, 미러볼 등의 중장비를 챙겨 무대 감독님과 무대 연출 등에 대해 전부 다 의논한다”고 했다.
‘싸이는 참 천운을 타고났어’라며 사람들은 그의 관상과 사주에도 관심을 갖는다. 정말 천운을 타고난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싸이는 데뷔 후 가수를 다시 못할 뻔한 두 번의 큰 시련을 경험했고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를 무대로 옆에서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어느 누구는 전용기를 타고 대륙을 누비는 그를 마냥 부러워하지만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뛰어다녀야 했기에 이 또한 가능한 일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운이 좋아 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싸이란 가수의 앞으로가 더 흥미로운 것은 그가 단순히 운으로만 성공한 것이 아니기에 굉장한 노력파에 완벽주의자이기에 그가 그저 그런 ‘원 히트 원더’ 가수에 그치는 그릇이 아닐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강남스타일'의 싸이. 사진출처 = gettyimages/멀티비츠, 싸이 트위터 캡처]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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