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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유명한 애가 왔다.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의 이수연(김소현).
이수연은 '살인자의 딸'이란 손가락질에 고개 숙인 채 살았다. 부모를 대신해 빌었고, 울었다. 학교에선 또래들이 던지는 쓰레기를 맞아야 했다. 모두가 수연을 비난하고 욕했다. 그리고 정우(여진구)가 나타났다.
좋은 집안에서 자랐지만 정우는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외로운 아이였다. 그래서 정우는 본능적으로 수연의 외로움을 눈치챘다. 자신과 닮은 외로움. 그리고 정우는 혼자 그네에 앉아 있는 수연에게 다가갔다. "난 한정우야. 열다섯" 정우는 수연을 '유명한 애'라고 불렀다.
수연에게 정우는 자신에게 처음 다가온 친구였다. 친구이자 사랑이었고, 캄캄했던 삶의 유일한 빛이었다. 하지만 빛은 이내 사라졌다. 수연은 지옥 같은 고통의 순간, 자신의 손을 놓아버린 정우를 바라봤다. 그렇게 정우는 떠났다.
이수연을 연기한 김소현은 실제로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대화를 하는 내내 나이를 잊을 만큼 차분한 목소리와 분명한 생각을 들려주고 있었다. 때문에 몇 번이나 '1999년 6월 4일'이란 김소현의 생일을 다시 확인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가질 수 없는 남자를 사랑한 보경을 연기했고,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에선 욕망에 사로잡힌 화용과 세나를 동시에 연기했다. 수연도 비극의 운명을 지닌 소녀였다. 하지만 "사춘기가 온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모습이나 진구 오빠, 유천 오빠 얘기를 꺼내며 얼굴을 붉히는 모습은 보경이나 화용, 수연이 아닌 순진한 열세 살 여자아이 김소현이었다.
"촬영 전에는 긴장되고, 맞으면 아프진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상대 연기자 분이 볼 때는 아파 보여도 맞는 사람은 안 아프게 잘해주셨어요. 표정은 솔직히 조금 아프기도 해서 리얼하게 나오긴 했는데, 다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전 오히려 액션신이 재미있더라고요"
- 피해자 가족들에게 무릎 꿇고 빌다가 정우와 눈이 마주치자 맨발로 도망가던 수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맨발이라서 많이 아팠을 것 같은데.
"치마를 입고 있어서 다리, 그리고 손에도 상처가 여러 군데 생겼어요. 하지만 엄마로 나오시는 송옥숙 선생님이 제 걱정도 많이 해주시고, 나름 재미있게 찍었던 것 같아요. 발은 좀 아팠어요. 그래도 그 당시 감정이 '살인자의 딸'이란 사실에 고통을 느끼는 장면이라서 감정 때문에 계속 펑펑 울기만 했어요. 그래서 아픈 것보다 슬프고 서러운 감정이 컸어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뭔가요?
"1회에서 정우와 놀이터에서 비를 맞는 장면이요.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계속 비를 맞다 보니까 몸이 너무 춥고 근육도 다 굳어서 말도 잘 안 나오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여러 번 찍어야 했던 장면인데, 왠지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 전작들에선 강렬한 악역을 연기했어요. 어땠나요?
"보경이로 처음 악역을 할 때는 처음이다 보니까 주변에서도 '너의 이미지로는 전혀 나빠 보이지 않을 거야'라고 그러셨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욕을 많이 먹을까' 하는 생각하면서 고민을 계속 했어요. 거울을 보면서 째려보는 거라든지 못돼 보이는 표정을 많이 연습했어요. 마음 속으로도 (김)유정이를 보면서 '저게 없었으면'하고 독한 말도 많이 하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던 것 같아요"
- '해를 품은 달' 때는 마냥 못된 게 아니라 안쓰럽기도 했어요. '옥탑방 왕세자' 때는 정말 못돼 보였고요.
"보경이는 제가 촬영하면서도 참 불쌍하더라고요. '옥탑방 왕세자' 때는 동생한테 나쁜 짓을 많이 했는데, 제가 봐도 못됐더라고요. 동생으로 나온 (전)민서한테 계속 미안하단 말만 했어요"
- 악역을 연기할 때는 악플도 많이 생기지 않나요?
"일부러 악플을 찾아서 봤어요.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도 들어가 봤거든요. 시청자들이 절 정말로 나쁘게 봤을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반응들을 살펴보니까 좋은 댓글이 한 개도 없는 거예요. 하하. 무조건 나쁜 말이 들어가 있고 온통 악플들이었는데, 정말 뿌듯했어요. 엄마는 보지 말라고 하셨지만 전 웃으면서 봤어요. 왜냐면 '내가 그렇게까지 보였나' 싶어서 뿌듯하고 재미있었거든요"
- 악역을 또 하고 싶어요?
"두 번이나 해봤으니까 한 번 더 한다면 좀 더 익숙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지금은 좀 청순한 역할을 하고 싶어요. 착한 역할"
"친구들 되게 많이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쟨 연예인이야' 이러면서 나쁘게 보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냥 제가 뭘 해도 미워 보였나 봐요. 그런데 제 성격이 다른 사람한테 까다롭게 구는 편이 아니라서 친구들과 금방 친해지고 나니까 절 욕하거나 그러던 친구들이 없어지더라고요"
- 어렸을 때 연기를 시작한 배우들이 대부분 학창 시절을 아쉬워하지 않나요?
"친구들이랑 잘 못 놀아요. 아무래도 친구들이 저한테 서운한 게 많을 것 같아서 미안해요. 자주 연락도 못하고 같이 놀지도 못하니까요"
- 소현양이 좋다며 고백해 온 남자 친구는 없었어요?
"고백이요? 아… 없었어요(웃음). 제가 학교도 잘 못나갔고요, 또 제가 남자한테 관심이 많고 그러진 않아서요"
- 박유천 씨와 두 번째 만남이죠?
"얼마 전에 촬영장에서 만나서 같이 사진도 찍었어요. '옥탑방 왕세자' 이후에 새 작품을 들어가게 됐다고 연락을 했는데, 알고 보니까 같은 작품이더라고요. 반갑고 기뻤어요"
- 유천 씨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은데, 매력이 뭔가요?
"좀 의외였어요. 되게 조용할 줄 알았는데, 장난도 많이 치고 부드러워 보였던 첫인상이 좋았어요. 제가 원래 연예인에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유천 오빠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먼저 말도 걸어주고, 저한테 '너랑 나랑 생일이 똑같지 않니?'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정말 착한 분 같았어요"
- 유천 씨는 소현 양을 '공주님'이라고 부른다고 하던데요? 처음 만났을 때는 기억하나요?
"네. 말할 때는 아니고, 가끔 문자메시지 보낼 때만요(웃음). 처음 만났을 때는 유천 오빠가 빨간 추리닝(트레이닝복)을 입고 배를 긁으면서 나왔어요. '되게 털털하구나' 싶었어요"
"'너를 위한 빈자리'를 좋아하고요. JYJ 노래도 많이 듣고 'In Heaven'을 좋아해요"
- MBC '공감토크쇼 놀러와'에 나와서 '롤리폴리' 춤을 추는 걸 봤어요.
"하하. 저도 보고 오그라들었어요. 제가 몸이 뻣뻣하거든요. 나름 연습할 때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창피했어요. 방송 다음 날 학교에서도 친구들이 온통 '롤리폴리' 얘기만 했어요"
- 요즘에는 손예진 씨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죠?
"'리틀 손예진'으로 자꾸 나오니까 너무 죄송한 거예요. 손예진 언니가 기분 나쁘진 않을까 걱정돼요. 전 영광이죠.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손예진 언니 아역도 해보고 싶어요. 제 롤모델이 손예진 언니예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를 보진 못했는데, 영화를 캡처한 사진을 보면 배우로서 굉장한 매력이 느껴져요. 저도 그런 매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 외모가 나이보다 성숙한데,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나요?
"고등학생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스트레스는 없어요. 주위에서도 좋은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제 실제 나이보다 더 많은 나이의 역할을 일찍 할 수 있으니까 긍정적으로 장점이라 생각해요"
-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 중 가장 좋았던 건요?
"수연이요. 저한테 의미 있고, 감사한 역할이에요. 처음으로 여주인공의 아역을 하는 거였고, 지금까지 제 연기적인 부분을 많이 못 보여드렸는데 이번에 잘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이라 좋은 기회였어요. 제가 부족해서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절 선택해주신 감독님한테 정말 감사해요"
- 언제까지 배우의 인생을 살고 싶나요?
"정말 오랫동안, 여러 배우 선생님들처럼요.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있는 배우,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 아역이 아니라 소현 양이 여주인공인 작품을 하고 싶진 않나요?
"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부족하니까 경력을 탄탄히 쌓은 다음에 멋진 여배우가 돼서 제가 여주인공인 작품을 할 거예요"
[배우 김소현(위)-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의 배우 여진구. 사진 = 싸이더스HQ-이김프로덕션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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