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영화 '남영동 1985'를 본 관객들이라면 기억에 남을 영화 소품이 있다. 바로 칠성판.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 도구로 사용된 것이다.
칠성판이란 나무판에 일곱개의 별을 상징하는 구멍을 새겼다는 뜻을 지닌다. 전통 장례 때 사용하는 장례용품 중 하나다. 관을 짤 때 만드는 얇은 나무 판으로 북두칠성을 나타내는 일곱 개의 별 그림을 그리거나 구멍을 뚫어 만든다. 두께는 약 1.5cm, 너비는 관 속에 들어갈 수 있게 성인 남자가 누울 수 있는 정도다. 여기까지는 입관 할 때 주검과 함께 관 속에 넣는 칠성판의 용도다.
그러나 이를 고문 장비로 사용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가 바로 1970~80년대다. '남영동 1985' 제작팀은 현존하는 당시의 칠성판이 없는 관계로 고문 피해자들의 증언을 고증 삼아 도면을 그리기 시작했다. 고문 피해자들의 증언 중 고(故) 김근태 의원의 수기 '남영동'도 참고했다.
여러 번의 실패를 거쳐 나무의 재질과 고문대의 높이, 성인 남자가 누울 수 있는 너비와 길이, 몸의 다섯~일곱 군데를 결박할 수 있는 구멍과 줄의 소재 등을 고안한 제작팀들의 수고 덕에 영화 '남영동1985' 속 제2의 주인공 칠성판이 탄생 할 수 있었다.
시신을 염할 때 일곱 군데를 묶는 것을 연상시켜 당시의 야만성을 짐작하게 만든다.
남영동 대공분실에서는 간단한 나무판 하나로 물고문, 전기고문 등 인권을 유린하는 가학적인 행위가 자행됐다. 영화 '남영동1985'는 실제 고문 과정의 재현을 통해 시대의 야만성 뿐만 아니라 고문 받는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파괴를 보여준다.
역사 속에 묻혀버린 과거 공공연히 자행됐던 고문의 실체와 치유되지 않은 상처에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들의 현실을 관객들에게 알릴 '남영동 1985'는 오는 22일 개봉된다.
[칠성판. 사진=아우라 픽쳐스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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