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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이름 몰랐어요.”
오리온스와 삼성의 경기가 열린 18일 고양체육관. 오리온스가 경기 후반 짜릿한 역전극을 해내며 1승을 추가했다. 전태풍의 원맨쇼 덕분이었다. 하지만, 신인 성재준의 15점 깜짝 활약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승부가 갈린 4쿼터에만 정확한 외곽포와 상대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로 11점을 몰아쳤다.
그런데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선 전태풍과 성재준 사이에서 작은 논란(?)이 일어났다. 전태풍이 “솔직히 얘 이름 몰랐어요”라고 했다. 인터뷰실의 기자들이 웃겨서 뒤집어졌다. 전태풍은 이제 한국말을 자연스럽게 잘 한다. 그래도 한국인의 이름과 얼굴을 곧바로 익히는 게 아직 어려운 모양이다. 성재준은 건국대를 졸업한 신인. 더구나 지난 10월 신인드래프트 19순위로 오리온스에 뽑힌 뒤 팀에 합류한지 1달 정도 됐다. 전태풍으로선 아직 헷갈릴 수밖에 없다.
전태풍은 멋쩍은 듯 성재준에게 칭찬 세례(?)를 퍼부었다. “이제 이름을 확실히 알았다. 잘 하더라. 슛이 정확하다. 오늘처럼 계속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성재준에게 친근한 의미의 스킨십을 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 성재준은 또 한번 멋쩍게 웃고 말았다.
성재준은 건국대 시절부터 정확한 외곽슛이 돋보였다. 이날 경기 후 오리온스가 선정하는 수훈선수로 선정돼 안대로 눈을 가리고 슛을 시도했는데, 역시 깔끔하게 3점슛이 들어가며 고양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추일승 감독도 “훈련을 시켜보니 잘하더라. 부상 선수가 많은 데 백업 멤버, 신인들이 활약을 해주면 전태풍과 윌리엄스에 치우친 팀 공격의 혈액순환이 잘 될 수 있다”라고 반색했다.
성재준은 프로팀 생활에 대해 “대학 4학년 형님이었는데 프로에 와서 말단이 되니까 심부름을 많이 해야 한다. 빨래, 볼 챙기기 등을 갑자기 하는 게 쉽지 않다”라고 의외의 입담을 뽐냈다. 전태풍은 또 그걸 보고 “누가 심부름 시키는지 말하지는 마라”라고 당부를 해 기자들을 웃겼다. 물론 전태풍은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성재준이 점점 오리온스에 녹아들고 있다. 전태풍과 고양 팬들 앞에서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렸다. 비록 전태풍에게 굴욕 아닌 굴욕을 당했지만 그는 이날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성재준은 “슛은 자신은 있는데 아직 프로 형님들에 비하면 부족하다. 성준모 코치님이 슛, 드리블 등 모자란 부분을 많이 가르쳐 준다.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슛을 시도하는 성재준.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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