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돌아온 용병들의 위력, 대단했다.
여자프로농구에 5년만에 용병제도가 도입됐다. 첫날부터 강렬했다. 엠버 해리스가 30점으로 펄펄 날아오른 삼성생명이 신한은행을 15점차로 완파했다. 시종일관 리드를 잡은 끝에 완승했다. 삼성생명은 올 시즌 하나외환과 함께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었고 신한은행은 우리은행과 공동 선두였다. 세대교체 진통 속 약세를 보이던 삼성생명의 전력이 해리스 덕분에 수직 상승했다.
신한은행은 해리스를 전혀 막아내지 못했다. 해리스는 국내 최장신 신한은행 하은주와의 1대 1에서 여유있게 득점을 해냈고, 심지어 블록슛을 해내기도 했다. 이제까지 도저히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었다. 반면 캐서린 크라예펠트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신한은행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WNBA 출신들의 영향력이 여자농구를 강타했다.
동시에 열린 우리은행-하나외환전서도 경기 흐름이 용병에 의해 좌우됐다. 올 시즌 환골탈태한 우리은행은 시즌 준비를 완벽하게 하지 못한 하나외환보다 분명 전력이 우위였다. 하지만, 하나외환은 WKBL 경력자 나키아 샌포드를 앞세워 경기 초반부터 우리은행에 큰 점수 차로 앞섰다. 비록 경기 후반 우리은행이 저력을 드러내며 역전승을 따냈고, 그 과정에서 또 한명의 WKBL 경력자 티나 톰슨이 맹활약을 펼쳤으나 경기 내용은 시종일관 박진감이 넘쳤다.
용병들이 판도 변화를 이끌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6개 구단 용병들은 각자 한국농구와 팀에 적응을 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적응만 한다면 모두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감독들도 그에 맞는 전략을 갖고 나온다면 판도는 또 달라질 수 있다. 또 국내리그도 만만한 건 아니다. 용병들 역시 혹여 느슨해진다면 언제 국내 선수들에게 역습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용병들이 국내 무대를 쥐고 흔들면서 순위 판도를 흥미진진하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해리스를 앞세운 삼성생명과 톰슨을 앞세운 하나외환이 선전할 경우 올 시즌 판도는 아무도 모른다. 그동안 여자농구는 볼거리가 없었다. 신한은행이 6연패를 차지하며 뻔한 그림만 그려졌다. WKBL은 용병제도의 허점을 얘기하며 스스로를 틀에 가뒀다. 최경환 총재의 부임 후 5년만에 용병제도를 재도입한 WKBL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틀에 박혔던 판도가 출렁이면 팬들의 관심도 모이게 돼 있다. 수준 높은 외국인들의 활약은 여자농구의 다양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 올 시즌 여자농구는 일률적으로 오후 5시에 팁오프한 것에서 남자농구가 열리지 않는 월요일엔 7시, 토, 일요일엔 오후 6시에 경기를 배치했다. 팬들이 마음만 먹으면 남자농구를 즐기면서 여자농구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구단들과 WKBL이 힘을 모은다면 500명~1000명 내외에 불과한 유료관중도 좀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다.
일각에선 용병들이 여자농구를 장악할 경우 국내선수가 들러리가 된다는 우려를 할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얇은 여자농구 현실과 빗대어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그래도 여자농구는 변화가 필요했다. 모든 제도는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일단 시행한 뒤 문제가 생기면 그때 또 다시 보완을 하면 된다. 변화를 두려워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 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다.
적어도 올 시즌엔 용병들을 꾸준히 지켜보면서 다각도로 여자농구의 변화를 파악하고 느껴볼 필요가 있다. 용병들과 함께하는 각 구단의 행보를 지켜본다는 것만으로도 지루했던 여자농구에 활기가 돋는 일이다. 여자프로농구에 판도 변화와 흥행 가능성이 대두했다.
[슛을 시도하는 해리스(위), 슛 기회를 엿보는 티나(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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