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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FA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한화 관계자와 18일 오전 김주찬의 FA 계약 소식이 전해진 뒤 통화를 하자 돌아온 말이다. 한화가 FA 시장에서 쓸쓸하게 돌아섰다. 김응용 감독이 류현진의 포스팅금액 280억과 무관하게 FA 2인을 잡아달라고 구단에 요청했지만, 내부 FA 마일영을 잡았을뿐, 원하던 외부 FA로 전력보강을 하지 못했다. 실제 한화는 최선을 다해 김주찬과 정현욱의 영입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KIA와 LG에 넘겨주고 말았다.
▲ FA 놓친 한화, 내년 전력 더 약해지나
류현진은 내달 초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을 것이 확실하다. 곧 박찬호의 거취도 결정된다. 은퇴를 결정한다면 전력 하락은 불가피하다. 김태완이 공익근무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마운드에서 양훈이 군입대 했다. 박찬호가 은퇴한다면 결국 내년엔 김혁민과 재계약 가능성이 큰 대니 바티스타가 원투펀치를 형성하고 시즌 막판 마무리로 두각을 드러난 안승민이 주축 역할을 해줘야 한다.
사실상 올 시즌보다 더 전력이 떨어질 수 있다. 김응용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서산과 대전에서 지옥의 마무리훈련을 통해 젊은 선수들의 기량 성장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젠 정말 젊은 선수들 중 일부라도 잠재력을 터뜨려야 한다. 지금 한화엔 류현진의 대를 이을 새로운 스타발굴이 절실하다.
한화 관계자는 “감독님과 상의를 해서 전력보강 방법을 찾겠다”라고 했다. 트레이드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뜻이다. FA들의 대거 이동과 NC의 8인 지명으로 기존 구단들로선 전력 보강 필요성이 생길 수 있다. 이미 NC가 19일 넥센과 2:1트레이드를 했다. 한화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트레이드가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다.
▲ 믿을 건 김응용 리더십
결국 김응용 감독의 리더십에 내년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30년전이나 지금이나 감독님은 달라진 게 없다”라고 했다. 여전히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묶는 힘이 있다. 파트별 코치에게 전권을 일임한 뒤 세밀하게 지시만 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면서도 장신 투수 김주와 이태양, 청소년대표 출신 신인포수 한승택의 가능성을 눈 여겨 보는 등 날카로운 눈매도 여전했다.
서산 마무리훈련에서 만난 김 감독은 철저한 원칙주의자였다. “대전에 있는 애들은 다 환자들이야. 그 애들은 내가 나중에 적당히 부를줄 알야. 말도 안 되는 소리지”라며 부상을 확실하게 치료하고 착실하게 재활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라도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 위주의 서산을 지키면서 두각을 드러낸 선수들 위주로 1군을 꾸릴 수도 있다. 최소한 승패를 떠나서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는 데는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 90년대 말 해태는 어땠나
김 감독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김 감독의 해태는 1995시즌 후 선동열이 주니치로 이적했다. 김성한도 은퇴했다. 하지만, 1996년 보란 듯이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임창용과 김정수, 동봉철, 강태원 등이 제 몫을 했다. 김 감독은 싹이 보이는 선수를 과감하게 투입해 위기를 정면으로 극복했다. 구단 매각설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한 1997년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관계가 썩 좋지 않았던 이순철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초강수를 두며 선수단에 끌려가지 않았다.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2연패에 성공했다.
하지만, 김 감독도 더 이상은 호성적을 이끌지 못했다. IMF까지 겹쳐 재정지원이 열악해지자 어수선해진 팀 분위기를 잡지 못했다. 이종범이 주니치로 떠났고 주축들이 연이어 트레이드가 돼 객관적인 전력이 너무 약해졌다. 1998년과 1999년, 2000년 연이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김 감독은 삼성으로 팀을 옮겼다. 제 아무리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전력 약화는 어쩔 수 없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 한화는 과거 해태 마지막 시절보다도 전력이 강하지 않다.
김 감독이 감독 부임 첫해인 2013년부터 쉽지 않은 시즌을 보낼 전망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구단이 계속 전력보강 방법을 찾겠다고 한 것과 내년엔 사상 최대 FA 시장이 형성 돼 전력보강의 기회가 또 다시 생긴다는 점이다. 주요 선수들의 거취에 따라 울고 웃을 만큼 선수층이 얇은 한화. 당장의 위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지 궁금하다. 모든 사람이 김 감독만 쳐다보고 있다.
[김응용 감독. 사진 =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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