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고착화된 순위표에 변화가 일어날까.
삼성, SK, 롯데, 두산. 몇 년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을 나열한 것일까. 정답은 2012시즌이기도 하고 2008시즌이기도 하다. 그리고 2010시즌도 마찬가지다. 최근 5시즌간 3시즌에 이 4팀이 포스트시즌에 나섰다. 2009, 2011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9시즌에는 KIA, SK, 두산, 롯데, 2011시즌에는 삼성, SK, 롯데, KIA로 4팀 중 3팀에 KIA만 더해졌다.
이렇듯 최근 프로야구는 순위가 고착화된 모습이다. 시즌 중반까지는 순위 싸움에서 흥미를 자아내지만 결국 올라갈 팀은 올라가고 떨어진 팀은 떨어졌다. 그렇다면 내년 시즌은 어떨까. NC의 1군 참가에 스토브리그에서 펼쳐지는 선수 대이동으로 인해 순위표가 변할 요인은 충분히 갖춰졌다.
▲ NC 특별지명에 FA로 인한 선수 대이동
2012 프로야구가 끝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2013시즌부터 1군 무대에 참가하는 NC 다이노스의 특별 지명과 활발한 FA 이동 때문이다.
지난 15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NC가 특별지명한 8명의 선수를 발표했다. NC는 다른 8개 구단에서 보호선수 20명을 제외한 선수 중 한 명당 10억원을 주고 영입했다. 이승호, 송신영 등 기존 구단에서 계륵이 된 존재를 비롯해 조영훈, 고창성, 모창민, 김태군 등 이름값있는 선수들을 데려왔다. 여기에 김종호, 이태양 등 유망주 영입도 빼놓지 않았다.
NC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NC는 FA 시장에도 뛰어 들어 2명을 영입했다. 이호준과 이현곤이 그들. NC는 이호준과 3년간 최대 20억원, 이현곤과는 3년간 최대 10억 5천만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1군 전력을 대거 보강하며 내년 시즌 준비를 마쳤다.
다른 팀들도 그대로 있지 않았다. 정성훈, 이진영(이상 LG)이 일찌감치 원소속팀과 FA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5명의 선수가 다른 구단과 계약하기 위해 시장에 나왔다. 구단들은 영입 가능 날짜인 17일이 되자마자 전력보강에 열을 올렸다.
정현욱이 4년간 최대 28억 6천만원에 삼성에서 LG로 옮긴 데 이어 이호준이 SK에서 NC로 향했다. 이어 다음날에는 김주찬이 4년간 최대 50억원이라는 대박을 터뜨리며 KIA 유니폼을 입었다. 이현곤도 NC와 계약했다. 홍성흔만 유일하게 계약하지 않은 가운데 그 역시 두산으로의 이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선수 대이동이다.
▲ 선수 대이동, 팀내 나비효과 가져올 수 있을까
야구는 개인 스포츠이면서 동시에 팀 스포츠다. 최근 고착화된 순위표 역시 야구는 팀 스포츠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삼성, SK, 두산 등은 두꺼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선수 몇 명이 이탈하더라도 크게 흔들리지 않으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약팀들의 경우 거액을 들여 FA를 영입한 뒤에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특히 타자 한 명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투수보다 적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번에 FA로 팀을 옮긴 선수 중 투수는 정현욱, 단 한 명이다. 다른 4명은 지명타자 2명에 내야수와 외야수 1명씩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팀을 옮긴 선수 개인이 한 경기에 직접적인 승리 영향을 미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선수층만을 탓하며 순위 핑계를 댈 수도 없다. FA를 영입한 이상 이를 최대한 활용해 투자한 금액에 걸맞은 효과를 내야한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자체 팜 시스템을 탄탄히 해야 하지만 FA 선수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택근이 좋은 예다. 이택근은 지난해 스토브리그에서 4년간 50억원에 넥센과 깜짝 계약을 체결했다. 2012시즌 그의 성적은 타율 .275 8홈런 55타점 13도루.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몸값과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하지만 이택근은 클럽 하우스 리더로서 넥센 선수단 분위기를 변화시켰고 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코칭스태프 역시 이택근의 공로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번 선수 대이동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그대로 나타난다. NC는 이호준을 영입하며 성적 이외의 부분도 크게 기대하는 모습이다. 배석현 단장은 "우승 경험이 많고 노련미와 리더십을 갖춘 베테랑이 젊은 선수 중심의 신생팀 NC에 큰 기여를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으며 김경문 감독도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다. 팀의 맏형으로서 팀을 잘 이끌어 줄 것이다"라며 클럽 하우스 리더로서의 역할도 바랐다.
이는 투수쪽도 다르지 않다. LG는 정현욱을, NC는 송신영을 영입하며 젊은 투수들에게 기술적, 정신적 도움을 주기를 바라고 있다. 홍성흔 영입전을 펼치는 두산이 노리는 것도 이 부분이다.
또 KIA의 경우 김주찬을 영입하며 이용규와 함께 수준급 테이블 세터를 구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이들이 발야구로 상대팀을 흔들어 놓는다면 중심타선들이 상대 투수와 상대하는 것도 한결 수월해진다.
선수들을 영입한 이상 이제 각 팀들이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얼마나 잘 일으키느냐에 내년 시즌 성패가 달려있다.
[LG 정현욱과 KIA 김주찬(첫 번째 사진 왼쪽부터), NC 이호준과 두산행이 예상되는 홍성흔(두 번째 사진 왼쪽부터).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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