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혹자는 '남영동 1985'(감독 정지영)를 보고 끔찍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故김근태의 자전적 수기 '남영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때문에 관객에게 전해지는 감정의 무게는 영화 그 이상일 수 밖에 없다.
'남영동1985'는 김종태 역을 연기하는 박원상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가족들과 목욕탕을 나오던 중 경찰서로 연행된 그가 남영동으로 끌려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 극적인 기승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다양한 에피소드와 감정의 기복으로 치장한 영화들과 사뭇 다르다. '남영동1985'는 오롯이 한 사람에게 가해지는 고문 그 자체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가진 감정의 치달음은 그 어떤 영화보다 관객을 극한까지 몰아간다.
박원상이 견뎌내는 고문들은 그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보는 사람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한 사람에게 가해지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고, 여기에 진정성 어린 연기가 더해지며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인간이 가진 야만성이 얼마나 극한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 타인에 의해 한 사람이 얼마나 힘없고 가녀린 존재로 추락할 수 있는지가 여과 없이 펼쳐진다.
'남영동1985'는 이런 과정들을 통해 관객들의 진심과 마주한다. 그리고 과거 故김근태 의원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겪었을지도 모르는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며 관객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분노 그 이상의 슬픔, 그리고 미안함을 직시하도록 만든다. 더 나아가 김종태와 고문기술자 이두한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며 고통, 미움, 슬픔 등을 초월한 용서에 대해서도 말한다.
이 영화는 분명 즐겁고 행복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에게는 부채의식을, 그 시절을 살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충격을 안기는 작품이다. 어쩌면 김종태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행되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는, 영화 마지막 관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박원상의 눈동자를 통해 관객들에게 '그 시절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묻고 있는 듯 하다. '그 시절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이 시절을 반복하시겠습니까'. '남영동1985'는 관객들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남영동1985'는 1985년 공포의 대명사로 불리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22일 간의 기록을 담은 영화로 박원상, 이경영, 명계남, 김의성, 서동수, 이천희, 김중기, 문성근, 우희진 등이 출연한다. 오는 22일 개봉.
[영화 '남영동1985' 스틸컷. 사진 = 아우라픽쳐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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