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FA 쩐의 전쟁이 끝났다. 계약 총액이 242억 6000만원이었다.
새롭게 팀을 옮긴 FA 선수들은 팀 적응이 과제다. 외부 FA를 얻은 팀과 빼앗긴 팀은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주고 받은 뒤 보상 선수 지명 절차를 밟는다. 표면적으론 그것으로 FA 시장은 완전히 문을 닫는다. 그게 다가 아니다. 그런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 FA 몸값 폭등,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현재 FA 시장은 너무 부풀려졌다. 몸값이 너무 높다. 대기업 과장~팀장 연봉이 1억원이 채 되지 않는 한국 사회다. 물론 일할 수 있는 기간의 차이는 있다. 그래도 괴리감이 있다. 야구 선수로 사는 건 정말 힘들다. 자기 몸 관리는 물론이고 기술적으로도 매년 진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대박을 치는 선수 역시 프로야구 선수 전체 숫자를 감안하면 극소수다.
수요가 많으면 몸값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계속 FA 몸값이 폭등할 경우 구단들은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프로야구단은 만성 적자다. 야구단 1년 운영에 드는 3~400억에서 오버 페이가 필요하다며 혹여 모기업에 손이라도 벌리는 날이 오면 모기업 고위층들은 뭐라고 할까. 예산 승인을 해준다면 우승 압박을 더 심하게 주진 않을까. 결국 구단들이 FA 선수의 가치를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FA 사전접촉도 문제다. 메이저리그는 FA 선수와 원소속구단의 우선협상기간 없이 FA 협상 개장일부터 FA 선수와 30개 구단이 똑같이 협상한다. KBO는 FA 시장의 과열을 우려해 우선협상기간을 뒀다. 문제는 이게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FA 선수 일부는 원소속구단 접촉기간에 타구단의 은밀한 오퍼를 받는다는 설이 파다하다.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어하는 FA 선수들, 우승에 눈이 먼 구단 고위층의 지시 등이 어울려 몸 값이 올라가는 걸 무시할 수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 FA 1명 영입할 때 누군가는…
외부 FA 선수를 1명 영입했다고 치자. 이전까지 해당 포지션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선수는 백업으로 밀려나게 돼 있다. 포지션을 변경한다고 해도 누군가 1명은 출전 기회가 줄어든다. 보상 선수를 내주면서 자리 하나가 생기지만, 그 자리에 FA 영입으로 밀려난 선수가 대신 들어가는 건 아니다.
프로는 돈이다. 몸 값이 높은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기존 선수가 밀려나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좌절감을 주는 건 누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FA로 기존 유망주들 누군가는 분명히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올 기회가 봉쇄된다. 그들의 상실감은 프로의 냉정한 논리로 치부해버릴 성질의 것이 아니다.
좀 더 긴 시간이 지나서 FA 영입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을 경우엔 결국 FA 선수도, FA로 밀려나버린 선수도, 그 팀도 손해를 본다. 그게 팀워크와 전체적인 리빌딩에 미치는 악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FA 선수가 계약기간 내내 맹활약을 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제껏 팀을 옮긴 FA 선수의 성공 케이스는 최근에서야 조금씩 보이는 실정이다. 그만큼 외부 FA 영입을 일단 사놓고 보자는 식이 아니라 다각도로, 냉정하게 접근한 뒤 신중하게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 FA 제도, 이젠 수정 및 보완이 필요하다
지난주 한화의 서산 마무리훈련에서 김응용 감독은 “왜 국내에서만 선수를 주고 받나? 일본이고 미국이고 전 세계적으로 자유롭게 선수들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어야 돼. 우리는 너무 많은 선수가 꽉 막혀 있어”라고 했다.
한국, 일본, 미국의 경제 수준과 선수 평균 몸값을 생각했을 때 조건 없이 선수 영입 규제를 풀어버린다면 한국이 일본과 미국의 선수공급기지가 될 게 뻔하다. 아시아쿼터제가 진척이 없는 것도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다만, 김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은 최대한 많은 선수가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자유롭게 뛸 팀을 고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여전히 한국에서 FA제도는 소수의 성적 우수자를 위한 제도라는 평가가 있다.
메이저리그 방식의 FA 등급제로 성적, 시장 상황에 눈치보지 않고 최대한 많은 선수가 FA 자격을 획득해 수준에 맞게 팀을 고를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등급에 따라서 보상 규정에 차별을 두면 각 구단들도 무분별한 외부 FA 과열 영입전을 지양하고, 좀 더 현실적인 접근이 가능해진다. 또 FA 먹튀를 줄이고 경제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8개 구단은 NC의 등장으로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차드래프트를 실시했다. 메이저리그의 룰5 드래프트에서 영감을 얻었다. 2년에 한번씩 40인 보호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을 대상으로 선수를 선발하며, 라운드별로 차등화된 양도금을 주면 된다. 여전히 2차드래프트는 선발한 선수의 이듬해 1군 엔트리 등록 최소 일수를 정해놓지 않았다는 점, 현실적으로 보호선수 범위가 너무 넓다는 점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야구계가 NC 등장 계기로 좀 더 많은 선수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줬다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 희망이 됐다. FA 제도도 마찬가지다. 야구계가 머리를 맞댄다면 좀 더 많은 선수들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잣대로 FA 직장 선택의 자유가 주어지고, 구단들도 현실적이고 내실있는 전력보강이 가능하다.
못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해서 못하는 것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다. FA 시장 과열 양상, 단순히 수요와 공급 차원으로만 생각해볼 문제는 아니다.
[잠실야구장(위,아래), 목동야구장(중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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