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년에도 외국인 타자는 못 보는 것인가.
8개구단 외국인 선수의 재계약 여부에 촉각이 선다. 이미 넥센이 브랜든 나이트, 벤 헤켄과 나란히 재계약을 확정 및 발표했고, 롯데도 쉐인 유먼과 재계약을 마쳤다. 나머지 팀들은 구단 실무진에서 용병 에이전트와 접촉하며 재계약 추진 혹은 새 용병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9개 구단 중 어느 팀도 외국인 타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 16명은 모두 투수였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시작된 뒤 처음이었다. 내년엔 신생팀 NC조차 외국인 3명을 모두 투수로 영입하려고 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점차 외국인 타자의 비중이 줄어들더니 내년엔 2년 연속 외국인 투수들만 볼지도 모른다.
▲ 외국인 타자 한국적응 외국인 투수보다 어렵다
타이론 우즈, 펠릭스 호세, 제이 데이비스, 클리프 브룸바 등 과거 한국리그를 쥐락펴락했던 용병타자가 많았다. 이들은 국내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온 타자들은 투수들에게 위압감을 심어주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용병타자들이 국내투수들에게 꼬리를 내린다. 지난 3~4년전 확고한 타고투저의 시대에도 당시 롯데에서 뛴 카림 가르시아, 넥센에서 뛴 덕 클락 정도를 제외하면 대세는 용병투수였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한국야구는 투고타저와 타고투저 흐름을 반복하면서 성장해 왔다. 국내 투수와 타자 모두 외국인 선수 도입 초창기와는 비교할 수 없이 성장했다. 그들에게도 한국야구가 준비와 연구 없인 살아남을 수 없는 무대가 됐다. 당장 적응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도태된다.
외국인 투수들에겐 한국 적응과 준비의 시간이 어느 정도 주어진다. 선발 혹은 마무리로 나와도 매 경기 출전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외국인 타자는 다르다. 매일 타석에 들어서면서 각기 다른 한국 투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한국 투수들을 익히는 데 정신이 없고,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적다.
투타 상대성도 무시할 수 없다. 타자는 많은 투수의 특성과 투구 패턴, 장, 단점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반면 투수는 수 많은 타자의 특성을 조금 천천히 익혀도 큰 상관은 없다. 일단 자신의 구위와 제구 등 장점이 확실하다면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어느 정도는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야구의 메커니즘 자체가 그렇다.
이 단계를 넘어서서 한국 특유의 세밀한 분석이 더해지더라도 알고도 공략을 못하는 게 위력적인 외국인 투수다. 외국인 타자의 경우 일차적으로 국내 적응을 하더라도 각 구단의 데이터 분석에 의한 약점 공략에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여전히 국내 투수들은 외국인 투수들보다 컷패스트볼, 싱커, 투심 등 직구와 비슷하게 날아가다 홈플레이트에서 살짝 꺾이는 구질 구사가 다소 미숙하다. 제대로 던지는 국내 투수가 적다보니 이에 대한 국내 타자들의 대처 역시 미흡한 편이다. 결국 한국야구 구조상 외국인 타자가 오래 살아남기란 상당히 어렵다. 이러면서 일부 구단들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비싼 외국인 투수를 데려오면서 성공 확률을 높이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외국인 투수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 외국인 선수 제도 틀을 바꿀 수 있나
2인 보유 2인 출전 외국인 선수 제도. 한국의 현실에는 마침맞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야구계는 신생팀 NC에 용병 3인 보유 2인 출전을 허용하면서 장기적으로 기존 구단들도 3인 보유 2인 출전제도를 고려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허약한 유망주 인프라 훼손 우려로 사실상 무산됐다.
하지만, 지난주 한화 마무리훈련 현장에서 김응용 감독은 “외국인 선수 제한을 풀어야 한다. 2명만 뛰니까 실패 확률이 높아지고 FA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한다. 일본처럼 2군 보유 제한을 없애서 2군에서 키우다가 1군에서 쓰게 만들어야 한다”라며 일본처럼 2군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 무제한을 얘기했다. 이어 “한국-일본-미국 모두 선수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야구계는 김 감독의 말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2군 외국인 선수 보유 무제한 제도로 2군에서 충분히 한국 야구 경험을 쌓은 뒤 1군에 공급하면 외국인 선수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적응 시간이 필요한 외국인 타자들에게 괜찮은 제도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야구단의 무분별한 과잉투자를 막을 수도 있다. 결국 외국인 선수 자체의 성공 확률이 높아질 경우 자연스럽게 외국인 타자들을 영입하는 구단도 나올 수 있다. 물론 이럴 경우 국내 2군 유망주에 대한 대책은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
▲ 다양성과 균형이 무너진다
외국인 투수와 타자를 떠나서 야구 팬들은 외국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만족감을 느끼면 된다. 문제는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수가 많다는 게 잘못된 게 아니다. 과거 외국인 선수 제도 초창기 한국야구를 주름잡았던 타자들은 국내 톱클래수 타자들과 홈런 대결을 펼치며 수 많은 볼거리를 낳았다. 하지만, 이젠 이승엽과 우즈의 세기의 홈런 대결을 볼 수 없다. 야구 팬들 입장에선 슬픈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야구가 투고타저와 타고투저 흐름 속에서 계속해서 발전을 꾀해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리그를 주름잡는 외국인 타자가 나와줘야 한다. 그래야 국내 톱클래스 타자들도 톱클래스 외국인 타자를 보면서 기술 노하우를 목격하고 자극을 받을 수 있으며, 동반 성장도 꾀할 수 있다. 지금처럼 외국인 투수만 득세한다면, 한국야구는 절대 균형 잡힌 발전을 꾀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눈 앞의 성적을 위해 외국인 투수들을 영입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다양성과 한국야구 의 전반적인 발전 차원에서 접근해보면 외국인 투수 득세 현상은 썩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볼 순 없다.
[하이파이브를 하는 제이 데이비스(위), 스윙을 하는 클리프 브룸바(중간), 하이파이브를 하는 카림 가르시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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