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여자프로농구 정규시즌-챔피언결정전 통합 6연패에 빛나는 신한은행. 올 시즌엔 우리은행의 돌풍 속에 3라운드가 막 시작된 22일 현재 2위로 내려앉았다.
모든 사람이 신한은행의 위기를 말한다. 5년만에 부활한 용병제도 변수가 크다. 힘 있는 골밑 플레이가 가능한 용병들을 데려오면서 국내 최장신 하은주의 위력이 뚝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한다. 실제 신한은행은 용병이 뛴 최근 2경기서 연이어 상대에 제공권을 내줬다.
또 지난 시즌까지 임달식 감독 밑에서 코치로 일했던 위성우 감독의 우리은행이 신한은행의 장, 단점을 잘 알고 있고 2라운드서 22점차 대파를 했다. 선두 우리은행이 쉽게 선두를 내줄 것 같지는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여전히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
▲ 득점력 뚝 떨어졌지만, 끈끈함 살아있다
올 시즌 신한은행이 왜 예년보다 위력적이지 못할까. 공격력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평균 76.4점을 올렸다. 어지간한 남자 프로농구 팀의 중간 이상 가는 화력이었다. 올 시즌엔 22일 현재 63.3점에 그쳤다. 무려 13점이나 뚝 떨어졌다. 지난해 김단비가 평균 16점, 이연화가 평균 14.7점, 강영숙이 평균 14점을 올리며 득점 톱10에 들었다.
반면 올 시즌엔 김단비가 평균 11.7점, 이연화가 9.7점, 강영숙이 7.7점에 머물러 있다. 톱10에 단 1명도 순위를 올리지 못했다. 최근 김단비는 “정신을 더 차려야 한다. 지난해와 달라진 건 없는데 수비에 더 신경을 쓰니까 그런 것 같다. 감독님은 예전처럼 과감한 공격을 주문한다”고 했다. 슛보다 돌파를 선호하는 특성이 수비자 3초룰이 폐지된 올 시즌엔 그녀에게 악재다. 강영숙은 몸이 좋지 않다. 최근 무릎 부상으로 2경기 연속 결장했다. 전반적으로 활동 반경이 위축됐다.
득점력이 떨어졌지만 실점도 함께 떨어졌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실점은 71.1점이었다. 올 시즌엔 59.4점이다. 10.7점이나 뚝 떨어진 짠물수비다. 임달식 감독은 선수들의 악착 같은 근성을 강조한다. 올 시즌엔 더 하다. 얼굴도 예쁜 선수들이 코트에 쓰러질 때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마다하지 않고 루즈볼을 걷어낸다. 수비자 3초룰 폐지로 더 적극적으로 골밑 수비에 가담한다. 신한은행의 끈끈함은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6연패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 3라운드는 캐서린 적응기, 4라운드부터 반격 시작
신한은행이 최근 주춤한 건 용병 캐서린 크라예펠트와 호흡을 맞춰볼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5개 구단도 똑 같은 조건이다. 용병들은 아직 각 구단의 패턴 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했다. 신한은행은 상대적으로 더 억울했다. “30분 호흡 맞춰보고 경기 했다”는 임 감독이다. 2라운드 막판 연이어 원정을 다니면서 용병과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다른 구단보다 더 적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2경기 볼 흐름은 다른 팀보다 더욱 뻑뻑했다.
임 감독은 “3라운드는 적응기간이다”고 했다. 시간만 주어지면 캐서린을 팀에 적응시켜 예전의 조직력을 보여줄 것이란 자신감이 있다. 196cm의 장신 캐서린은 외곽 플레이어다. 그가 상대 센터를 밖으로 달고 다니는 사이 하은주를 동시에 투입해 상대 국내 선수에게 수비를 하게 하면 예전의 하은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세부적인 전술을 가다듬어야 한다. 하은주와 캐서린이 동시에 투입될 경우 스피드에 문제가 생긴다. 이럴 경우 최윤아-김규희의 투 가드 시스템을 가동해 볼 흐름을 빠르게 하거나 변칙 전술로 커버가 가능하다. 19일 KDB생명에 패배한 뒤 24일 우리은행전까지 4일간의 휴식일이 있다. 임 감독은 훈련 성과에 대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기존 선수들이 워낙 조직력이 좋기 때문에 캐서린이 임 감독의 주문에 적응하느냐, 그리고 게임 체력을 끌어올리느냐가 향후 관건이다.
▲ 아무나 6연패 못한다, 레알 신한의 우승 DNA
선두 우리은행은 22일 현재 신한은행에 1.5경기 앞서있다. 24일 안산에서 3라운드 맞대결을 갖는다. 시즌 중반 선두 경쟁 명운을 가를 빅매치다. 이 경기 승자가 선두 싸움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 신한은행은 서진원 은행장까지 출동해 선수들에게 힘을 실을 태세다.
과거부터 신한은행은 위기에 강했다. 지난해 4연패를 당했지만,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된 뒤였다. 시즌 중엔 어지간해선 3연패 이상 장기 연패에 빠지지 않았다. 위기에서 한발 더 뛰는 끈끈함, 숱한 어려움을 딛고 6년 연속 우승에 골인한 자신감과 경험은 아무나 따라오지 못할 힘이다. 이미 전주원, 정선민, 진미정 없이 우승을 해냈다. 이런 보이지 않는 힘은 우리은행보다 확고한 우위다.
김단비는 “모든 팀을 다 꺾고 우승할 것이다. 나부터 정신을 차리겠다”고 했다. 임 감독도 여전히 여유로운 자세다. 신한은행은 2% 부족한 조직력만 가다듬는다면 선두 탈환의 기회는 분명히 찾아온다고 믿고 있다. 주위에서 위기설을 말하지만, 여전히 신한은행은 강하다. 날카로운 발톱을 내밀 기회만 엿보고 있다.
[신한은행 선수들(위), 캐서린 크라예펠트(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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