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 농구 천재들에게 비상구는 있나.
허재와 강동희. 한국농구의 역사를 논할 때 빠져선 안 될 인물이다. 선수시절 그들은 기아자동차에서 실업농구 전성기를 열었다. 프로에 입단한 뒤로도 한 차원 높은 농구를 선보였다. 지금보다 선수들 개개인의 테크닉이 훨씬 좋았던 80~90년대에도 그들이 구사하는 태크닉은 당대 최고 수준이었다. 두 사람은 농구천재, 코트의 마법사였다. 오랫동안 한 팀에서 콤비로 이름을 날렸다.
2000년대 후반부터 프로농구 1세대 선수의 은퇴 및 지도자 데뷔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허 감독은 2005~2006시즌 전주 KCC에서 감독 데뷔를 했다. 강 감독은 전창진 감독의 TG삼보, 동부 감독 시절 코치로 내공을 쌓은 뒤 2009~2010시즌 마침내 동부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들은 지도자로도 탄탄대로를 걸었다. 일각에서 ‘선수발’이라는 평가도 들었지만 농구계에선 두 사람의 지도자 변신을 성공적이라 평가했다. 그런데 올 시즌. 두 감독이 동시에 시련을 겪고 있다. 23일 현재 강 감독의 동부가 4승 13패로 9위, 허 감독의 KCC가 2승 15패로 최하위다.
▲ 주저앉았다 엎어진 KCC,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
애당초 허 감독은 올 시즌 성적에 대해 마음을 놓았다. KCC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전태풍이 귀화혼혈선수 규정에 따라 오리온스로 떠났다. 하승진은 공익근무를 시작했다. 추승균은 은퇴했다. 이중원과 유병재는 임의탈퇴 처리됐다. 지난 시즌 전력이 100% 가깝게 떨어져 나갔다. 장민국, 노승준, 박경상 등이 합류했지만 노련미가 부족하다. 임재현 홀로 농구를 할 순 없다.
KCC는 23일 현재 63.2점, 11.7어시스트, 1.9블록슛으로 해당 부문 모두 최하위다. 특히 4쿼터 득점이 14.8점으로 최하위다. 뒷심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일전에 허 감독은 “3쿼터까지는 다른 팀들과 대등하게 한다. 그런데 4쿼터만 되면 움직임도 없고 얼어붙는다. 내가 말해준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설상가상으로 1순위로 뽑은 용병 코트니 심스도 부상으로 뒤늦게 합류해 기존 선수들과 손발이 완벽하게 맞는 건 아니다.
현재 KCC의 가장 큰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힘들 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 젊은 선수들은 패배의식에 빠져 힘겨워하고 있다. 허 감독도 뾰족한 수가 없다. 경험이 쌓여야 해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년 신인드래프트에 나오는 경희대 김종규, 김민구 중 1명을 잡고 강병현, 하승진이 차례로 합류할 경우 전력이 올라갈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KCC 농구를 바라보는 전주 팬들에게 너무 좋지 않은 경기내용을 선보이고 있다. 리빌딩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예고된 몰락 동부, 프로-아마 최강전서 조직력 강화
동부의 몰락은 올 시즌 프로농구 최대 충격 뉴스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윤호영이 군입대하며 동부 특유의 골밑 삼각편대의 축이 무너졌다. 로드 벤슨은 용병제도 변경으로 LG로 옮겼다. 김주성은 확실히 전성기 기량이 아니다. 새롭게 영입한 이승준은 1대1 농구에는 익숙하지만 여전히 팀 수비에는 이해도가 떨어진다. 여기에 용병들이 시즌 개막하기 전부터 부상, 기량 미달의 이유로 2라운드 막판인 지금까지도 교체를 반복하고 있다. 조직력이 짜일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한 단계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올 시즌 동부의 몰락은 과거 행보와 시스템에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 동부는 전통적으로 주전 의존도가 높았던 팀이었다. 과거 TG 삼보시절부터 신기성, 김주성, 양경민 등 주전 의존도가 높았고, 계속 호성적을 내면서 리빌딩을 진행할 시간이 없었다. 구단도 체계적으로 젊은 선수를 육성하는 데 실패했다.
물론 동부도 윤호영, 이광재, 안재욱 등 젊은 선수들이 나왔지만 다른 팀에 비하면 유독 두각을 드러낸 젊은 선수가 적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베테랑 김주성이 흔들리고 윤호영이 군입대, 이광재가 초반 부상으로 흔들리자 대체 가능한 자원이 부족했다. 23일 현재 무려 80.3점을 내주고 있다. 리바운드도 29.8개로 6위. 득점은 76.6점. 수비, 리바운드를 근간으로 한 조직력이 완전히 무너졌다. 동부는 대학팀을 상대로 프로-아마 최강전서 조직력을 짜맞추려고 한다.
허 감독은 감독 7년, 강 감독은 감독 3년이 됐다. 초짜 감독은 아니지만, 베테랑 감독도 아니다. 선수 시절에 승승장구 했던 그들이 함께 감독직을 수행한지 4시즌만에 닮은 듯 다른 이유들로 인해 제대로 쓴맛을 보고 있다.
두 감독은 “스타 선수가 스타 감독이 될 순 없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현역 시절 최고였던 그들의 철저한 동반 쓴맛 경험이 이색적이다 못해 안쓰럽다. 그들이 무엇을 위기대처방안으로 내놓을까. 비상구는 있을까.
[허재, 강동희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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