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9개 구단이 28일~29일 대부분 마무리훈련을 공식 종료하고 해산한다. 12월과 1월은 공식 비활동기간. 9개 구단 선수들은 내년 1월 중순까지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마무리훈련에 충실히 임한 선수들이라면 비활동기간 개인훈련을 하되, 기쁜 마음으로 내년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마무리훈련을 강하게 하는 팀이 늘어나면서 마무리훈련의 중요성이 커졌다.
▲ 왜 초강력 마무리훈련인가
올해 마무리훈련이 예년에 비해 아주 강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4강에 탈락한 팀들은 굵은 땀을 흘렸다. KIA는 오키나와에서 주전-비주전 가리지 않고 강한 훈련을 소화했고, 한화와 LG도 비주전급 선수 위주이긴 했지만, 서산과 진주에서 빡빡한 훈련 일정을 소화했다. 포스트시즌에 나간 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성은 오키나와에서, SK는 플로리다로 건너가 비주전 위주로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최근 몇 년간 마무리훈련을 강하게 하면서 효과를 본 팀은 단연 2007~2008년 SK를 꼽을 수 있다. 김성근 감독 부임 후 일본 고치에서 그야말로 별 보고 일어나서 별 볼 때까지 훈련을 하면서 강팀으로 거듭났다. SK에 자극을 받은 다른 팀들도 하나, 둘 마무리훈련 강도를 높였다. 삼성도 2009년 12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자 주전, 백업을 가리지 않고 오키나와로 건너가 강훈련을 했고, 2010년 예상을 뒤엎고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성적지상주의 시대다. 각 팀은 우승에 혈안이 됐다. 우승을 위해선 투자가 필수다. 선수 투자도 중요하지만, 훈련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시즌 후 10월~11월에 진행하는 마무리 훈련은 다음 시즌의 시작이다. 다른 팀들이 1월 중순 스프링캠프서 시즌을 시작할 때 몇 달 앞서서 미리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다. 요즘 마무리훈련을 말 그대로 마무리의 의미로 치르는 구단은 몇 없다.
▲ 선택과 집중, 스프링캠프와는 다르다
요즘 마무리훈련은 단순히 훈련 시간만 긴 게 아니다. 알차게 진행된다. 한화 서산 마무리훈련의 경우 5일 훈련 1일 휴식을 토대로 새벽 6시 기상해 식사를 한 뒤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웜업, 타격훈련, 수비훈련, 주루훈련, 웨이트트레이닝, 식사 후 야간 보충 훈련까지 빡빡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LG도 진주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각종 훈련을 소화한 뒤 저녁시간에 자아발전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마무리훈련은 스프링캠프와는 성격이 다르다. 좀 더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 개인의 기량 성장을 원한다면 마무리훈련을 강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스프링캠프의 경우 모든 부분을 신경써야 한다. 시즌 밑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틀에서 움직여야 한다. 연습경기의 비중도 높다. 반면 마무리훈련은 실전경기 비율보단 부족한 부분을 1대1로 집중 지도해 성장을 유도하는 성격이다”라고 설명했다.
넥센을 보면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염경엽 감독은 “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를 확실하게 키우는 데 필요하다. 타격이 부족한 선수는 타격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수비와 주루도 마찬가지다. 분야별 타격코치가 딱 붙어 부족한 부분을 수정한다”라고 했다. 실제 넥센은 이번 가고시마 마무리훈련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전해졌다.
마무리훈련은 스프링캠프보다 파트별 집중훈련 시간이 길고 강도도 높다. 스프링캠프서는 막판으로 갈수록 실전경기 비중이 높고 주전-비주전 옥석 가리기에 포커스를 맞춘다. 선수들의 기량 성장 측면에선 마무리 훈련을 강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 또 시즌 중 경기에 많이 나선 베테랑들과 주전선수들은 따로 충분히 휴식을 주거나 피로를 푸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무작정 모든 선수가 대책 없이 강하게 훈련을 하는 건 아니다.
▲ 강훈련도 좋지만, 강훈련만이 답인가
일각에선 여전히 초강력 마무리훈련의 무용론을 주장한다. 한 야구인은 “마무리훈련은 마무리훈련으로 끝나야 한다. 길고 긴 시즌을 치렀는데 휴식을 주진 못할 망정 또 다시 훈련을 거듭하면 피로만 쌓이고 부상 위험이 더 높아진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최근 마무리훈련이 양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중요성이 커졌지만, 여전히 국내 마무리훈련은 지나치게 강도가 높다고 본 것이다.
실제 미국과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마무리훈련을 강하게 하지 않는다. 사실상 마무리 단체훈련이라는 성격이 없다고 봐도 된다. 대신 선수 개개인이 따뜻한 지역에서 훈련과 휴식을 병행하는 자율성이 강하다. 역사가 오래됐고, 기후조건도 좋은 일본과 미국의 경우 한국과 처한 환경이 다르긴 하지만, 체력적으로 피곤한 상황에서 하는 훈련은 단순 노동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몇몇 팀이 강도높은 마무리훈련을 했지만, 성적은 하위권에 머물렀던 것 역시 사실이다.
야구는 결과론이다. 강한 마무리훈련에 정답은 없다. 강하게 훈련을 한다고 해서 체계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고, 긴 휴식을 하며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선수들이라도 해서 무작정 먹고 쉬는 건 아니다. 국내 프로선수도 이제 몸 관리와 훈련, 휴식의 중요성에 눈을 뜨면서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알아서 시즌을 마무리하고, 새 시즌을 준비하는 능력이 있다.
다만, 최근 몇 년간 마무리훈련을 체계적이면서 강하게 한 팀이 좋은 성적 속 한국야구 패러다임을 이끌어왔다. 그게 다른 팀으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대부분 선수들 역시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건 분명한 마무리훈련 패러다임의 변화다.
[한화 서산 마무리훈련장면(위, 아래), 한화 마무리훈련 스케줄(중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