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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26년'(감독 조근현)이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괴물'(감독 봉준호)과 비교돼 화제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비롯해 하나의 표적을 위해 작전을 실행하는 주인공들의 모습까지, 볼 수록 닮아 있다.
공통점1. 가족 복수극
봉준호 감독은 '괴물'에 대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괴물과 맞서 싸운 박강두(송강호)네 가족들이라고 밝힌 바 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처절하고 외로운 사투를 벌여야만 했던 우리의 가족들, 오직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잃고 싸우는 가족에 관한 영화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26년' 역시 1980년 5월에 일어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가족을 잃거나 비극을 겪은 이들이 26년 후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작전을 펼치는 액션 복수극이다. 그날 이후 26년이 흐른 현재로 시점을 옮겨 그날의 비극이 단순히 박제된 역사가 결코 아닌,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아픔과 상처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공통점2. 트레이닝복의 여전사
'괴물'에서 괴물을 처단하기 위해 사용된 무기는 전국체전 양궁 선수인 막내딸 박남주(배두나)의 활이다. 어릴 적부터 양궁을 시작했지만 운동선수답지 않게 행동이 굼뜨고 반사신경이 둔해 평소 움직임이 많이 느리고 남들보다 반 박자 늦게 반응을 보여 구박받지만 최종적으로는 괴물을 처치하는 데 큰 공을 세운다.
'26년'에서는 국가대표 사격선수 심미진이 총을 들었다.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복수를 꿈꾸던 중 김갑세(이경영)의 비서 김주안(배수빈)을 만나 작전에 가담하고 팀에서 가장 중요한 저격수 역할을 맡게 된다. 차갑고 냉정한 성격으로 타인에게 쉽게 다가가지도, 쉽게 마음을 열지도 않는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당찬 인물이지만 부모님이 겪었던 아픔에 통감하는 여린 심성은 마지막 순간 팀원들을 향한 연민에 흔들리게 된다.
이들 여전사들의 특징은 트레이닝복만 고집한다는 것. 덕분에 활동적이면서 외모에 신경 쓸 겨를 없는 그들의 사연까지 짐작하게 하며 영화적인 드라마 라인까지 형성하고 있다.
공통점3. 희생자에 대한 애도
'괴물'의 합동분향소는 한강 고수부지에서 괴물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모아 놓은 장소다. 박강두의 딸이 괴물한테 죽임을 당해서 죽은 딸의 영정을 부여잡고 울부짖는 등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던 이 장면은 배우들도 인상적인 촬영신으로 꼽을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가장 한국적인,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으로 손꼽힌다.
'26년'에 등장하는 국립 5.18 민주묘지 유영봉안소 역시 한국이기에 생겨날 수 밖에 없는 장소다. 자유와 민주, 정의를 갈망하는 세계인의 가슴속에 민주화의 성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유영봉안소 장면은 영화 속에서 가장 애틋한 감정을 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두 작품에 등장하는 합동분향소와 유영봉안소 모두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뜻하지 않은 이별을 겪어야 하는 가족들의 슬픔이 뒤섞이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또 공권력이 해결해주지 못한 개인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 영화가 내포한 의미를 드러내 관객들의 감정적인 공감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더욱 유사하게 비춰진다.
공통점4. 쫓기는 사람들
'괴물'과 '26년'은 동일한 구조로 극이 진행된다. 하나의 존재에게 고난을 받고 그를 표적으로 삼아 가는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이유를 모른 채 쫓기고 힘없이 당해야만 하는 인물들이 여러 이해관계와 권력의 음모 등이 뒤엉켜 가해지는 압력을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과정이 설득력을 갖는다.
또 불특정다수를 향해 가해진 공격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괴물 혹은 그 사람을 처단하기 위해 피해 당사자들이 직접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겪게 되는 위기의 상황, 절정으로 치닫는 동안 쌓아 올린 감정의 축적은 어느새 관객을 극에 몰입시킨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대 우리의 이야기로 대입시킬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공통점5. 두 괴물들
'괴물'에서는 2006년 여름, 한강 여의도 둔치에 나타난 괴생물체가 나타난다. 한강의 어류, 양서류, 파충류 중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생물체는 크기는 버스만하고, 다리 한 쌍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기형다리 1개, 뒷다리가 되다가 중단된 돌기, 길고 날렵한 꼬리, 5갈래로 갈라지며 흉측하게 벌어지는 형태의 입을 지니고 있다.
이 생물체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식욕과 탐욕으로 인해 먹이를 통째로 삼키고, 자신의 은신처에 먹이를 저장해 놓는다. 한강과 그 주변 둔치가 주요 활동무대며, 신경이 예민하고 날카롭기 때문에 매우 히스테리컬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그래서 때론 사람들을 잔인하게 공격하며 난폭한 모습을 보이지만 가끔 심술도 부리고 엄살을 떠는 등 어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생물체를 사람들은 괴물이라고 부른다.
'26년' 속에서는 1980년 5월, 대한민국 국군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는 전대미문의 비극이 발생한다. 이때의 사망자, 부상자 수는 6.25 전쟁 이후 최대로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4122명에 달한다. 당시 군의 권력자였던 '그 사람'은 대한민국의 11대 대통령이 됐다.
'그 사람'은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의 민주화 운동을 진압하고자 광주에 공수부대를 투입하여 수많은 광주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사살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학살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철통 같은 보안 속에 지내고 있다. 이 영화는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의 단죄 대상인 그를 '그 사람'이라 부른다.
'26년'은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배우들의 열연, 역사적인 사실에 상상을 더한 픽션으로서의 탄탄한 줄거리 등으로 호평받으며 예매율 1위를 기록하는 등 흥행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29일 개봉.
[사진 = 영화 '26년'과 '괴물' 포스터와 스틸컷]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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