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최민식의 말대로 한 해 영화계를 정리하는 흥겨운 잔칫날이었지만, 수상자들의 수상소감은 비장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3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3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이날 최우수작품상은 '피에타'가, 감독상은 '부러진 화살' 정지영 감독이, 남녀주연상은 '범죄와의 전쟁' 최민식, '내 아내의 모든 것' 임수정, 남녀조연상은 '내 아내의 모든 것' 류승룡, '연가시' 문정희 등이 가져간 가운데, 이들 수상자들의 이색적인 소감이 영화 관계자들의 귓가를 울렸다.
먼저 류승룡은 "얼마 안 있으면 큰 소통을 이뤄야 한다. 한 분 한 분 스스로를 킹 메이커라 생각하시고 소통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았으면 한다"며 대선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그는 '광해'에서 킹 메이커 역을 맡아 대종상에서는 이 영화로 조연상을 받은 바 있다.
이어 류승룡은 "스태프들이 정성껏 잘 차려준 밥상, 그 규모가 크거나 작거나, 자리가 상석이던지 말석이던지 밥그릇이 크던지 작던지 투정 안하고 편식 안하고 소화 잘 시켜 설거지까지 하는 배우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과거 황정민이 했던 밥상 소감에 살을 붙였다. 류승룡의 이런 소감은 수상 직후 '개념소감'으로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최민식은 하반기 '광해 왕이 된 남자'나 '도둑들', '피에타' 등 쟁쟁한 작품들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범죄와의 전쟁'으로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그 기쁨에 취하기도 전 그는 영화 '터치'의 민병훈 감독을 언급하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최민식은 "영화계의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잔칫날 마음 한 구석이 굉장히 무겁다. 어떤 동료 감독이 자기 자식 같은 작품을 스스로 죽이는 모습을 봤다. 우리는 주류에서 화려한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동료 감독 누군가는 비통에 젖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영화 '터치'의 민병훈 감독이 멀티플렉스의 교차상영으로 빛을 보지 못한 자기 작품을 일주일 만에 자체적으로 상영한 일을 언급한 것이다.
최민식은 "상업영화나 비상업 영화나 한 해 마무리 하는 이 날에 그런 일은 없어야 겠다.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주제 넘게 한 마디 했다"고 마무리 했다.
이들 둘의 소감은 올 한 해 두 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하고 한 해 동안의 한국영화 누적관객수가 1억명이 돌파해 신 르네상스로 불리는 동시에, 여전히 저예산 영화들은 살 길이 없는 양극화에 대한 영화계 내부의 자성의 목소리인 만큼 그 울림이 남달랐다.
[류승룡(왼)과 최민식.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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