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26년'은 상처에 관한 영화다. '그 사람'에 대한 복수도 결국은 그 상처를 극복하려는 과정의 일부분일 뿐이다. 김갑세(이경영)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사람'(장광)에게 "사과하라"고 외쳤으니, 결국 이 영화는 그 누구도 돌아봐주지 않았던 엄청난 상처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 속 배수빈이 연기한 김주안은 가장 다이내믹한 인물이다. 그는 부모를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잃고 말았다. 당시 계엄군이었던 김갑세가 그를 길렀다. 그리고 새롭게 태어난 부자(父子)는 복수를 함께 꿈꾸게 됐다. 원작 웹툰과는 설정이 다소 바뀌었다.
"원작에서는 주안이 김갑세의 친아들 이었는데, 영화화 과정에서 동기 부여가 잘 안 된다는 판단 하에, 감독님과 상의 끝에 설정을 덧붙였죠. 원작에서는 사실적으로 객관적인 인물이었고, 영화에서는 자기 사연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객관성을 유지해야 했죠.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 끝에 주안이 가진 냉철한 면은 의상이나 말투를 통해 전달하려 노력했고, 트라우마는 최대한 억누르면서 마지막 순간을 위해 참으면서 연기를 했어요. 마지막에 절규하는 것이 좀 더 다가가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웹툰에서의 주안 보다 사람같이 보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어요."
누군가에 의해 가족을 잃는다는 것, 가족을 잃은 것에 대해 모두가 침묵하는 것, 잊으라 강요하는 것,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상처다. 어마어마한 아픔을 연기한다는 것 역시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배수빈은 여러 사극의 작업을 통해 역사에 관심이 커졌고, 그런 관심이 '26년'으로 발걸음케 했다고 밝히며 "역사를 알아야지만 '내가 지금 왜 여기 서있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요. 내가 해야 할 것이 뭔지도 그 다음에 결정이 나죠. 그것이 또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고요. 나는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에요. 명제로서의 역사가 아닌 흐름과 에너지에 따라 바뀌어온 역사의 결과예요. 그것을 정확히 통찰하고 있어야 비극적인 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죠. 까먹고 잊어버리니까 재발되는 거예요. 이 영화도 어떻게 보면 그런 역사적인 것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주는 것이 목적이 있는 거죠"라고 전했다.
[배수빈. 사진 = 송일섭 기자andlyu@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