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여전한 존재감이다.
상무 윤호영. 불사조 유니폼을 입은 그가 낯설다. 지난해까지 그는 동부 원주산성의 한 축이었다. 정규시즌 역대 최다 44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물오른 기량이었다. 강동희 감독은 트리플포스트의 축을 김주성에서 윤호영으로 바꿨고, 윤호영은 하이포스트와 로포스트를 오가며 철벽수비를 선보였다. 슈팅능력도 한층 좋아졌다. 동부에서 그는 평범한 포워드에서 국가대표급 포워드가 됐다.
그런 그가 지난 봄 상무에 입대했다. 군 복무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가 떠난 동부는 만신창이가 됐다.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그의 공백은 너무 크다. 반대로 상무 골밑엔 중량감을 높였다. 준 국가대표급 라인업 상무도 확실한 빅맨이 절실하다. 김명훈과 하재필만으론 아무래도 부족하다.
KT와의 3일 프로-아마최강전 8강전. 상무 이훈재 감독은 코뼈를 다친 데다 발목에 부상이 있는 윤호영 대신 하재필을 넣었다. 그는 김현민과 장재석을 막아서지 못했다. 결국 윤호영이 호출됐다. 장재석과 매치업이 되는 경우가 잦았다. 장재석은 높이와 탄력이 윤호영만큼 대단하지만, 공격에서의 세밀한 테크닉이 부족하다. 윤호영은 장재석에게 6차례나 블록슛을 해냈고, 흐름을 상무로 가져왔다. 17점과 5리바운드도 곁들였다. 상무는 준결승전에 올라 5일 결승전 진출을 타진한다.
그의 업그레이드가 된 기량은 1일 LG전서도 충분히 발휘됐다. 최악의 조직력을 선보인 상무였지만, 윤호영은 13점 17리바운드 9블록슛을 기록했다. 블록슛 1개만 더 했다면 트리플더블이었다. 공격보단 수비와 리바운드에 치중했다. 동료와의 수비 동선이 맞지 않았지만, 3일 KT전서는 매끈했다. 활동 반경도 넓었다. 위기의 상무를 결국 준결승전에 올려놓았다.
상무는 윈터리그서 무적의 77연승 행진이다. 올 시즌에도 6연승으로 선두 질주다. 윤호영은 6경기 모두 출장했으나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평균 14분 22초만 뛰었다. 기록은 5.7점 5.2리바운드. 시간대비 괜찮은 기록이다. 40분으로 환산하면 15점 15리바운드 정도 된다. 그는 동부에서처럼 공헌도가 높다. 상무 골밑의 빛이요 소금이다. 동부에서 파워포워드 혹은 스몰포워드를 넘나들었다면 상무에선 정통 센터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상무는 함지훈이 있었을 때도 골밑 자원이 가드, 포워드에 비해 넉넉하지 못했다. 윤호영이 버틴 지금도 그렇다. 이훈재 감독도 골밑이 상대적인 약점이라는 걸 안다. 결과적으로 프로-아마 최강전서 지금까지는 윤호영의 존재가 든든했다. 앞으로도 골밑을 든든하게 지켜줄까. 그의 준결승전 상대는 흥미롭다. 친정팀 동부 혹은 모비스 함지훈이다.
어떤 매치업이 되든 관심을 받을 것이다. 함지훈은 윤호영이 넘기 결코 쉽지 않은 존재다. 또 친정팀 동부는 그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안다. 김주성과 매치업하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윤호영 자신이다. 2경기서 보여준 강한 투쟁심과 보드 장악력이라면 누구와 붙더라도 팬들에게 표 값 아깝지 않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윤호영의 든든한 존재감은 상무가 프로-아마 최강전 우승을 꿈꾸는 이유다.
[슛을 시도하는 윤호영.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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