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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제 모든 사람의 관심은 선발 순번에 쏠려있다.
LA 다저스와 6년 최대 4200만 달러 대박을 친 류현진. LA 다저스는 벌써 극진한 대접을 해주고 있다. 11일 오전 곧바로 다저스타디움에서 입단식을 가졌다. FA 계약에 합의한 잭 그레인키의 이름도 없는 홈페이지 선수 소개 페이지에도 곧바로 이름을 올렸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통역사도 붙여줄 예정이다.
다저스는 총액 6000만달러가 넘는 거금을 투자한 만큼의 효과를 내고 싶어 한다. 당연히 기대치가 높다. 그에게 현 시점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선발 순번일지 몰라도, 현실적으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많다. 선발 순번보단 오히려 162경기 끝까지 선발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있는 스테미너와 지구력을 입증시켜주는 게 절실하다. 팀 적응을 위한 영어 구사와 강인한 멘탈도 필수다.
▲ 3선발? 변수 많고 너무 신경 안 써도 된다
류현진과 다저스가 계약에 합의하자마자 현지에서 다저스 선발로테이션에 대한 예상이 줄을 잇고 있다. 2011년과 2009년 사이영상 수상자인 클레이튼 커쇼와 잭 크레인키의 원투펀치 형성은 확실한 상황. 이후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저스 홈페이지엔 커쇼에 이어 채드 빌링슬리-조시 베켓-류현진-크리스 카푸아노-애런 하랑-태드 릴리 순으로 적혀있다. 정황상 이걸 선발 순번이라 단정할 순 없다.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류현진을 3선발급이라 홍보했다. 정황상 그와 선발 순번을 다툴 것을 보이는 빌링슬리는 고질적인 팔꿈치 통증이 있다. 어깨 부상이 있는 노장 릴리도 내년 활약은 불투명하다. 또 다른 베테랑 하랑과 카푸아노는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류현진 입단으로 선발진이 포화상태가 됐기 때문에 네드 콜레티 단장은 선발진 정리에 들어갈 것이다. 류현진 영입도 선발진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미국 일부 언론에선 신중한 태도다. 류현진이 아무리 한국 최고 투수라고 해도 아직 메이저리그에선 보여준 게 아무것도 없는 미완의 대기다. 때문에 5선발 혹은 스윙맨 역할을 맡기는 게 낫다는 평가도 있다. 보장 연봉 390억원짜리 투수를 선발진 후미에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돈 메팅리 감독의 의중이 중요한 부분이다.
어쨌든 선발 순번은 류현진이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는 시작과 동시에 곧바로 시범경기에 들어간다. 시범경기를 스프링캠프의 일환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충분히 몸을 만들지 않고 스프링캠프에 들어간다면 낭패를 보기 쉽다. 한화에서처럼 여유 있게 몸 상태를 끌어올릴 수 없다. 다저스는 모든 상황이 류현진 중심으로 돌아갔던 한화 마운드와는 다르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이 내년 선발 순번에 지나치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내부 변수가 너무 많고, 어차피 거액을 받은만큼 기회는 보장돼 있다. 그가 스프링캠프부터 시즌 내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더 중요하다.
▲ 스테미너와 멘탈, 그리고 영어
국내 전문가들이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적응에 가장 중요한 건 선발진 순번을 신경쓰는 것보단 자신과의 싸움이라 보고 있다. 류현진은 이닝에 따라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5년간 750이닝을 소화하면 6년째엔 옵트아웃 조항이 부여된다. 연간 150이닝 소화는 국내에서 몇 차례 200이닝을 넘겼던 류현진에겐 크게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메이저리그는 162경기 대장정이다. 전용기를 타지만, 광활한 미국 대륙을 1년 내내 오가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체력이 약하면 컨디션 난조가 자주 찾아오는 법이다. 미국인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대륙 내 시차도 적응해야 한다. 선발로테이션을 시즌 끝까지 소화하려면 이런 변수에 적응해야 하고, 그 밑바탕엔 스테미너가 중요하다. 133경기에 맞춰졌던 한화 시절보다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다저스는 기본적으로 내년에 류현진의 성적도 성적이지만, 선발로테이션 자체를 거르지 않고 소화할 수 있는지를 눈 여겨볼 것이다. 그래야 5년간 선발진 한 자리를 믿고 맡길 수 있다. 류현진 본인도 5년차를 마친 뒤 옵트 아웃도 사용하고 FA 대박도 터뜨리려면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류현진과 함께 현역 메이저리거인 클리블랜드 추신수는 빅리거 선배답게 영어를 강조한다. 현실적으로 팀 적응을 위해선 영어회화를 못하면 안 된다. 류현진은 내년에 26세다. 머리가 팽팽 도는 젊은 피다. 영어 습득 속도가 빠를 것이라 기대된다. 적극적인 마인드를 보여준다면 남들보다 더 빨리 배울 수 있다. 통역사가 대동하겠지만, 너무 의지하면 안 된다.
멘탈도 중요한 부분이다. 류현진은 이제 한화에서 받은 몇 배 이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다. 미국 언론은 냉정하다. 좀 지켜보다 부진하다 싶으면 가차 없이 비난을 퍼붓는다. 다행히 류현진의 멘탈은 좋기로 소문이 났다. 미국에서도 분명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데, 그때 잘 넘길 수 있는 멘탈이 필요하다.
구위, 제구력, 수비 등 기본적인 기량은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통한다는 평가를 받은 류현진. 그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선발로테이션 순번이 아니다. 다저스가 충분히 제공할 기회를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는 오로지 류현진의 철저한 준비에 달렸다.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위), LA 다저스 선수소개(중간), 류현진이 LA로 출국하는 장면(중아래). 사진 = 류현진 트위터, LA 다저스 홈페이지 캡처,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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