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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전지현과 한가인은 욕을 했고, 류승룡은 이름 모를 젖소에게 사죄를 했으며, 이병헌은 도승지에게 '엿 드시오'라며 계급 역전에 호탕함을 더했다. 또 조정석은 로맨틱 코미디의 신개념 캐릭터 납득이로 등장해, 연신 "어떡하지?"를 반복하며 관객을 웃게 했다. 올해의 '대세' 배우 하정우의 "살아있네"는 상반기에 탄생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애용하는 유행어다.
한국영화의 풍년, 2012년에 스크린을 수놓은 주옥같은 유행어들을 모아봤다. 400만 이상 흥행작이 9편, 1000만 흥행작이 2편이나 탄생한 올해에는 그간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캐릭터를 선보이며 변신을 보여준 배우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 배우들의 입에서 터져나온 단 한 마디의 결정적 대사가 유행어가 됐다. 그만큼 관객들이 이들의 변신을 열렬히 반겼다는 뜻이다.
#미모의 여배우도 욕하는 세상, 스크린 속 파격변신
몇년 전만 해도 놀랄 노자의 일이다. 전지현이 그리고 한가인이 욕을 하다니. 그러나 올해 '도둑들'로 천만배우 반열에 오른 전지현과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첫사랑 그녀로 돌아온 한가인은 어마어마한 욕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두 여배우가 꽤 오랜만에 스크린 컴백을 했고, 그것이 성공적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 '블러드'(2009)와 '설화의 비밀의 부채'(2011) 등 해외에서 작품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국내 스크린 컴백은 지난 2008년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이후 4년만인 전지현은 실상 '엽기적인 그녀'(2001) 이후 뚜렷한 대표작 없이 비슷비슷한 이미지로 소비돼온, 그래서 작품보다는 주로 CF퀸으로 기억돼왔다. 그랬던 그녀는 '도둑들'의 예니콜 역을 통해 팬들의 목마름을 단 번에 해결해줬다.
예니콜은 청순하고 하늘거리는 이미지의 기존 전지현을 180도 탈바꿈시킨 캐릭터였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나온 '어마어마한 XX'이라는 대사는 유행어로 한동안 회자됐었다.
한가인 역시 마찬가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 이후 8년만에 스크린 컴백한 그녀는 첫사랑 그녀라는 뻔한 역할이 될 수도 있었던 서연 역에 '쌍X'으로 설명되는 대사로 성공적 변신을 알렸다. 늘 단아하던 이미지의 한가인도 이 작품으로 이미지 탈바꿈을 하며 그녀의 또 다른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 男배우도 가만있진 않았다. '살아있네'와 '젖소', 그리고 '어떡하지?'
여배우가 욕을 하던 사이, 남자배우들 역시 부지런히 유행어를 생산해냈다.
하정우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으로 충무로 대세남 자리를 공고히했다. 작년부터 하정우는 충무로 감독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우였다. 올해는 '범죄와의 전쟁' 속 건달 보스 최형배 역으로 여성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남자다운 마초적인 형배가 내뱉은 '살아있네'라는 대사는 충무로 감독들이 사랑하지만, 아직은 '국민 살인마' 이미지가 강했던 하정우를 순식간에 섹시한 남자배우로 만들어버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해 '최종병기 활'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줬던 류승룡의 변신도 눈부셨다. 그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 역을 맡아 관객을 웃기고 울렸다. 사랑받지 못해 외로운 아내를 유혹하는 카사노바 성기, 류승룡은 재기발랄한 대사와 여심을 감동시키는 각종 이벤트로 로맨틱 코미디에도 통하는 배우임을 증명했다.
특히 '젖소'로 대변되는 여심 사로잡는 유머와 이벤트가 압권이었다. 류승룡은 시상식에서도 이 젖소를 언급하며, 스크린 속 성기와 배우 류승룡의 경계를 허물었다.
앞선 두 사례가 배우들의 변신으로 탄생한 유행어라면, '건축학개론'의 납득이 조정석은 또 한 명의 골 때리는 신인탄생을 유행어로 예고했다.
짝사랑에 마음 졸이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승민(이제훈)의 친구, 납득으로 등장한 조정석은 90년대 촌스러운 캠퍼스 패션을 소화해내 비주얼로도 관객을 사로잡더니 답답할 때 마다 나오는 '어떡하지?'라는 대사로 모두를 포복절도케 했다.
'미친 존재감' 이상이 돼버린 조정석의 납득이는 개그 프로그램에도 등장하게 됐고, 조정석은 충무로가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스타로 성장해버렸다. 모든 것은 납득이의 '어떡하지?'가 있어 가능했다.
유행어란, 결코 쉽게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보다 대중에 익숙한 브라운관이 아닌 스크린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올해만 해도 여러 유행어가 탄생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한국영화들이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더불어 올해 한국영화 속에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캐릭터가 다수였다는 의미도 되며,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낸 배우들의 변신과 성장이 성공적이었다는 뜻도 된다.
[전지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하정우 한가인 조정석. 사진=영화 '도둑들', '범죄와의 전쟁', '건축학개론' 스틸컷]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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