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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이명세 감독이 갈등을 빚었던 윤제균 감독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안캠퍼스 KU 시네마트랩에서 열린 영화 '영화판'(제작 아우라픽쳐스 배급 마운틴픽쳐스) 관객과의 대화에 메가폰을 잡은 허철 감독, 영화 속 인터뷰어로 분한 정지영 감독, 특별 초대손님 이명세 감독이 참석했다.
이명세 감독은 지난 5월 제작사 JK필름과 투자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와 갈등을 빚던 중 영화 '미스터K'(현 제목 협상종결자)에서 중도 하차한 바 있다.
이날 이명세 감독은 JK필름의 윤제균 감독과 현재 관계가 어떻냐는 질문을 받자 "물론 섭섭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보면 비단 이 문제는 윤제균 감독과 그 회사 JK, CJ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기업의 자본이 너무 갑자기 몰리다 보니 모든 질서가 깨졌다. 돈이 넘치니까 사람들이 양산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전국의 영화과가 몇 백 개가 넘는다고 들었는데 일본도 한 두 개 뿐이고, 미국도 영화대학이 열 개 정도 되는데 우리만 해도 몇 백 개가 되니까 이 사람들이 갈데는 없는데 막 쏟아져 들어오면서 어떤 나름대로의 체계적인 공부가 없이 질서가 확 깨져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본에 대한 준비도 없이 창의력 있는 사람들이 나오니 한 쪽은 엉망진창이 됐다. 피라미드로 성장해야 하는데 역삼각형이다. 2~3년 안에 무너질 것이라 생각한다. 너무 불안불안한 시스템이다. 사실 윤제균 감독도 희생양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말을 듣고 있던 정지영 감독은 "이명세 감독이 '미스터 K'를 도중 하차한 것은 현재 한국영화계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 감독은 "이명세 감독에게 어떤 작품을 맡겼을 때는 이미 검증된 감독이기 때문에 '어떻게 만들 것이다'라고 짐작이 간다. 그런데 그 사람한테 맡기고 다른 영화를 요구한다"며 "원래 스타일 말고 다르게 만들어 달라. 이런 요구는 불가능 한 것이다. 다양성이 저하된다. 말하자면 한국영화가 대기업의 존속이 되다 보니까 영화가 획일화 되고 있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개봉한 '영화판'은 영화 '남부군', '하얀 전쟁' 등을 통해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제기해왔으며 최근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를 내놓은 정지영 감독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정지영 감독과 배우 윤진서가 인터뷰어가 돼 제작자와 감독, 감독과 배우 등 각기 다른 입장에 있는 영화인들의 신랄한 비판을 담아냈다.
[이명세, 허철, 정지영 감독(왼쪽부터). 사진 = 아우라픽쳐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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