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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배우 유하준은 만 33살에 삭발을 감행했다. 군입대도 심경의 변화도 아닌 오롯이 연기를 위해서다.
유하준은 최근 방송 중인 SBS 수목드라마 '대풍수'에서 땡중, 괴승, 요승으로 후대에 기억되는 고려말 승려이자 권력가 신돈 역을 맡았다. '대풍수'는 종영까지 많은 분량이 남았지만 유하준은 지난 6일 신돈의 죽음과 함께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삭발하고 좋은 일들이 많았어요."
최근 마이데일리에서 만난 그는 아직 까칠까칠한 머리로 극 중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아쉬움과 홀가분함이 공존하는 듯한 유하준에게 '대풍수' 촬영 종료 소감을 물었다.
"배역을 맡기 전부터 신돈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어요. 기존 신돈이 나왔던 드라마도 보고, 관련 설화도 다 봤어요. 점점 보다보니 신돈이란 인물이 참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 촬영, 마지막 신을 찍기 전에 감독님께 문자가 왔어요. 그동안 고생했고 마무리 잘하라는 문자였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찡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극 중) 죽기 전 안길강 선배님께서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대사가 있는데 눈물이 나왔어요. 담담히 죽어야 했기 때문에 꾹 참았죠."
아직 '대풍수'는 갈 길이 멀다. 유하준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고, 작품에 애정이 있었던 만큼 중간에 하차한 것에 대해 아쉬움도 많고 생각도 많았다. 신돈으로 살았던 그의 촬영 종료 후 근황을 물어봤다.
"촬영 끝나니 아침 8시 반이었어요. 집을 나선지 26시간째였죠. 막상 끝이 나니 잠을 못자서 그런지 멍했어요. 그래도 끝난 것에 대해 홀가분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집에 갔는데도 잠이 별로 안오더라고요. 집에가서 대본 모아놓은 것 정리하고 씻고 내일부터 현장에 안 간다는 사실에 적응해야 했어요."
무엇보다 유하준의 삭발은 극에서도 실제로도 화제였다. 꽃미남 배우로 불리던 유하준의 삭발은 신돈에 몰입하는데 도움을 줬고, 이는 시청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오디션 보는데 머리를 밀 수 있냐고 하셨어요. 이제 제가 30대 중반이 되는데 배우로서 연기를 위해 머리를 민다는 것이 정당성도 있고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도 삭발하고 좋은 일들이 많았어요. 역할 때문에 깎았지만 거부감도 없고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유하준은 인터뷰 중 독실한 크리스찬이라고 밝혔다. 크리스찬이 승려 신돈을 연기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연기는 연기일 뿐. 승려 연기하는 아들 걱정에 매일 새벽기도에 나가셨던 어머니도 아들의 연기를 인정했다.
"제가 그동안 영화를 많이 해서 그런지 어머니 또래 친구분들께서 저에 대한 말을 많이 안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근데 이번에 머리도 삭발하고, 존재감있는 배역을 연기했고, 작품을 통해 '강심장' 같은 예능프로그램에 나가니까 저에 대해 많이 물어보시나봐요. 가족들도 좋아해주셔서 저도 기분이 좋아요. 한편으로 앞으로 드라마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생도 많이 했고, 배운 것도 많았다. '대풍수'는 유하준에게 연기 외적으로도 특별한 동료애를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유하준의 촬영 분량은 종료됐지만 '대풍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간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이렇게 현장 분위기가 좋은 적은 처음이었어요. 종방연 때 당연히 가야죠. 정말 선후배 할 것 없이 다 친했어요. 안 그래도 연초에 새해 인사할 겸 촬영장에 놀러갈 생각이에요. 가서 도움 많이 주었던 지성과 안길강 형도 보고 반가운 스태프들에게 인사도 드리려고요."
지난 2003년 영화 '써클'로 데뷔한 유하준은 지난 10년간 무명 아닌 무명으로 연기했다. 연기는 우연치 않게 시작했지만 이제 연기는 그에게 운명이다.
"연기하게 된 동기도 오디션 공고가 나서 학교 선후배들과 우르르 몰려갔다가 우연찮게 됐어요. 이제 연기를 할 수 있는건가 했던 것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20대 때는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이 많아서 드라마 찍고 나서 연애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고민, 방황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20대를 누구보다 치열하게 보냈던 유하준이지만 현재 그는 3년째 여자친구가 없다. 그래서일까 오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예정돼 있는 '솔로대첩'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유하준은 밝게 웃었다.
"연애 못한지 올해로 3년째 됐어요. 그러다 보니 솔로대첩에 관심이 가고 많은 사람들이 정말 모일까 궁금해요. 사람들이 웅크려 있거나 술 먹는 것이 아니라 축제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제 30대 중반이니 가면 민폐겠죠(웃음). 제 이상형은 할리우드 배우 앤 해서웨이예요. 이목구비 큰 사람이 좋아요. 그래서 영화 '레미제라블' 꼭 볼 거에요. 앤 해서웨이 결혼 소식듣고 여배우로서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 속으로 응원도 했어요."
유하준은 '대풍수'를 통해 희망을 가지게 됐다. 그간 매 작품에 최선을 다했던 그는 이제서야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무슨 역할이든 무난하게 소화했지만 반대로 존재감이 적었던 유하준이 배우로서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를 마무리 하면서 배우로서 개인적으로 기대돼요. 내년 이 시간에는 또 어떤 인터뷰를 하면서 마무리하고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요. 그동안 저는 이런 기대감을 가지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항상 자기 전에 칸 영화제를 걸어가며 수상소감하는 꿈을 꿨지만 현실적인 기대감이 비로소 생겼어요. 내년에는 더 좋은 배우로 변하기 위해 설레이는 기대감을 안고 시작할거예요."
[배우 유하준.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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