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인배의 두근두근 시네마]
20년 간 반복된 그날… 20번의 특별한 하루!
풀장의 물살을 가르며 수영하는 앤 해서웨이의 모습과 자전거를 타고 런던 도심을 달리는 그녀의 클로즈업으로 시작되는 '원 데이'는 2006년 7월 15일을 기점으로 18년 전 과거의 시점인 1988년 7월 15일부터 현재 시점인 2011년 7월 15일까지 매년 7월 15일, 성 스위딘의 날로 불리는 그날 하루가 반복되면서 전개된다.
1988년 7월 15일, 우연히 대학 졸업파티에서 만난 엠마(앤 해서웨이)와 덱스터(짐 스터게스)는 우연히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작가를 꿈꾸는 엠마는 대학 4년 동안 덱스터를 흠모 해 왔기 때문에 원 나잇 스탠드를 거부하고 여자라면 섹스를 우선시하는 플레이보이 덱스터 역시 섹스 없이 함께 하룻밤을 보낸 순수한 엠마에게 지금껏 단 한 번도 여자에게서 느껴보지 못했던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날 이후, 엠마와 덱스터는 세상에 둘도 없는 소울 메이트가 되지만 부잣집에서 태어나 자유분방하면서도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덱스터와 꿈을 이루기 위해 식당에서 고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성실하게 살아가는 엠마는 시간이 갈수록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다.
이 영화에서 20년 동안 반복되는 7월 15일은 성 스위딘의 날로 이 날의 날씨가 이후 40일간 계속된다는 속설이 있다. 그날 비가 오면 이후 40일간 비가오고, 그날 맑으면 이후 40일간도 맑은 날이 된다고 한다.
그런 만큼 1988년부터 매년 7월 15일에 보여지는 엠마와 덱스터의 서로 다른 일상과 엇갈리는 두 사람의 진정한 사랑은 그들의 일 년을 함축시켜주고 서로의 진심을 확인시켜주는 특별한 하루로서 안타까운 사랑을 부각시켜준다.
서로가 진정으로 사랑하면서도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동거를 하면서도 엠마와 덱스터는 계속 만나고 또 살아온 삶을 나눈다.
이쯤 되면 엇갈린 사랑에 괴로워 하다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결정적인 클라이맥스가 있을 법 한데, 이 영화는 20년 동안 반복되는 서로의 삶을 지켜보며 긴 시간동안 유독 서로에게만 진심을 드러낼 용기가 없었던 두 사람의 애틋한 기다림만 각인시킨다.
드디어 차곡차곡 쌓인 20년의 시간은 진정한 사랑의 열매를 이루지만 오프닝 장면의 시점인 2006년 7월 15일은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비극의 장치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1988년 7월 15일을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으로 승화시킨다.
서로가 진심으로 사랑하면서도 그 사실을 서로에게 전하지 못하는 엠마와 덱스터의 마음을 열 수 있는 특별한 하루를 연이어 보여주면서 사랑과 인생의 의미를 각인시켜주는 이 영화는 현재의 감정에 좀 더 솔직하고 충실해야 한다는 교훈보다 삶의 진솔한 풍경을 보여준다.
1988년부터 2007년까지 20년 간의 7월 15일, 그 하루의 스토리들을 통해 덱스터와 엠마의 생각과 마음은 물론, 런던을 배경으로 영국사회의 변화의 모습을 적재적소에 잘 포착한 데이비드 니콜스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런던과 에딘버러, 그리고 프랑스 파리까지 아름다운 풍광과 슬프면서도 감미로운 주제곡이 일품이다. 또한 촌스러운 안경을 쓰고 대학생을 연기하는 앤 해서웨이와 '업사이드 다운'과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짐 스터게스의 연기는 감성에 호소하는 연인들의 데이트 무비인 이 영화의 꽃으로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2001년 '초급자를 위한 이태리어'로 제 51회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고 2009년 '언 애듀케이션'으로 선댄스 영화제 촬영상을 수상한 덴마크의 여류감독 론 쉐르픽의 섬세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연인이라는 말보다 더 각별하고 애틋한 느낌을 주는 소울메이트.
20년 간 반복된 7월 15일, 20번의 특별한 하루를 보여주는 '원 데이'는 사랑의 설레임을 주는 두근두근 시네마로 놓치기 아까운 감성 멜로 드라마다.
<고인배 영화평론가 paulgo@paran.com>
[영화 '원 데이' 스틸컷. 사진 = 조이앤컨텐츠그룹]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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