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용병 몸값 상한선, 바꿔도 고민이고 안 바꿔도 고민이다.
야구규약에 따르면 외국인선수의 계약 첫 시즌 연봉상한액수는 30만달러다. 구단이 이 선수와 이듬해 재계약을 맺으려면 연봉 인상률은 25%가 한계다. 현실적으로 이 규정을 지키는 구단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최소 1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메이저리그 경험이 좀 있으면서 주로 트리플 A에서 뛴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 좀 더 수준 높은 선수를 데려오려면 그 이상의 웃돈을 얹어줘야 한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미국 볼티모어선은 지난 17일(한국시간) 한화와 계약을 맺은 대나 이브랜드의 몸값이 보장금액 67만5000달러, 옵션 22만5000달러 합계 90만달러라고 했다. 한화가 17일 야구규약대로 30만달러 계약을 맺었다고 한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물론 어느 쪽이 맞는 말을 하고 있는지 명확히 밝혀내긴 어렵다. 이건 한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리그 전체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 외국인선수들 몸값이 뛰는 이유
프로야구 수준은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1998년보다 높아졌다. 풀타임 메이저리거 출신들도 한국 무대에서 성공이 쉽지 않다. 구단들은 어떤가. 우승에 목이 말라 있다. 감독 목숨이 외국인선수에 달려있다는 말도 있다. 국내 구단들과 오랫동안 거래를 해온 에이전트들은 이런 한국리그 사정을 잘 안다. 에이전트가 중간에서 선수들의 몸값을 끌어올린다.
이닝 이터에 150km를 오가는 강속구, 국내선수들의 구사가 여전히 미흡한 홈 플레이트에서 살짝 꺾이는 변화구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투수들은 메이저리그에 가야 정상이다. 하지만, 국내리그 수준이 올라가면서 점점 메이저리그 수준에 준하는 투수를 찾게 되니 구단들이 ‘갑’이 된 에이전트 앞에서 ‘을’이 되고 만다.
규정 자체가 사문화가 됐다. 하지만, 제재할 방법은 없다.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간다고 해도 뚜렷한 증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저 야구판에 떠도는 설로 그치는 이유다. 한 야구인은 “구단들이 매년 올라가는 용병들의 몸값을 버거워하지만, 우승을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투자를 한다. 모든 팀이 이런 사정을 알기 때문에 서로 묵인하는 편”이라고 했다. 또 KBO가 사법기관이 아닌 이상 일일이 각 팀들의 은밀한 용병 계약 작업에 개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 상한선 폐지?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근 몇 년간 야구계에선 꾸준히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선을 없애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어차피 지켜지지 않는 사문화된 규정을 과감히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구단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선수들에게 많은 돈을 투자하는 걸 마냥 잘못된 시선으로 볼 순 없다. 문제는 상한선을 폐지할 경우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이 더욱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다.
지금도 일부 구단들은 외국인선수 관련 예산 책정이 부담스럽다. 돈 한푼 못 버는 국내 프로야구단들이다. 30만달러 상한선이 폐지될 경우 결국 자금력 있는 구단들이 경쟁적으로 좋은 용병들을 독식하기 위해 달려들 것이고, 외국인 선수 수급시장 자체가 혼탁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야구인은 “몸값 상한선 폐지가 맞는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지금보다 더 어마어마한 돈이 오가게 된다. 그렇게 용병을 모셔왔다가 실패라도 한다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하나”라고 했다.
이 야구인은 “30만달러가 아니라 야구인들의 의견 조율을 거쳐서 적정한 상한선을 다시 찾는 게 현실적인 것 같다”라고 했다.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그나마 규정 자체를 현실적으로 맞추는 데 의미가 있다. 또 일각에선 몸값이 싼 육성형 외국인선수를 데려와 2군에 두면서 활용하자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유망주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해볼 문제라는 평가다.
현 시점에선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선은 계륵이다. 구단들도 억울하다. 웃돈을 줘놓고도 실제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짐을 싸는 외국인선수가 태반이다. 외국인 선수 후보군을 주도 면밀하게 분석하고 선수의 성품까지 고려했다고 해도 막상 한국에 오면 적응을 하지 못한 채 향수병에 시달리는 외국인선수도 많았다. 쓸만한 외국인선수를 규정에 따라 계약을 하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야구계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된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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