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12년 전, 박찬호(전 한화)와 김병현(넥센 히어로즈)이 끌어올린 메이저리그 인기의 전성시대를 돌아온 뱀띠 해에 류현진(LA 다저스)과 추신수(신시내티 레즈), 임창용(시카고 컵스)이 잇는다.
최근 수년간 국내에서 메이저리그의 인기는 시들했다. 박찬호가 더 이상 팀의 주축이 아니었고, 해외파 특별지명 이후 많은 선수들이 국내로 유턴하면서 추신수를 제외하면 팀 내에서 스타급 대접을 받는 한국인 선수가 없었던 탓이 컸다.
하지만 다가오는 계사년(2013)에는 국내 프로야구 최초로 일본을 거치지 않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에 직행하는 류현진과,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추신수, 부상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마련한 임창용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 메이저리그 인기가 부흥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와 김병현의 활약으로 인기의 절정을 맞았던 신사년(2001년)처럼, 뱀띠 해에 르네상스를 맞이할 전망이다.
마지막 뱀띠 해였던 2001년은 국내에서의 메이저리그 인기가 절정에 올랐던 해다. 박찬호(당시 LA 다저스)는 전년도(2000년)에 18승으로 아시아 투수로는 단일시즌 최다승을 올린 데 이어 2001년에도 15승으로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특히 2001년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올스타전에도 출전해 칼 립켄 주니어의 '아름다운 마무리'에 조연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가을에는 김병현(당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온 국민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2001년 정규시즌에 19세이브를 올린 김병현은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4경기에서 무실점으로 팀을 월드시리즈로 견인한 김병현은, 기대를 모았던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의 저력에 감내하기 힘든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팀이 7차전 혈투 끝에 우승을 차지하며 김병현의 월드시리즈는 해피엔딩으로 끝났고, 국내 팬들도 극적이고도 다행스런 결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듬해에 올스타에 선정됐고, 개인 최다 세이브(36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01년만큼 인상 깊었던 시즌은 없었다. 2001년은 김병현이 불펜투수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78경기)하고 가장 많은 이닝(98이닝)을 소화했던 시즌이었다.
이외에도 2001년에는 김선우(두산 베어스)가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데뷔하면서 5번째 코리언 빅리거가 됐다. 보스턴은 김선우 이전에도 조진호(전 삼성)와 이상훈(고양 원더스 코치)을 마운드에 올렸고, 이후에도 김병현을 데려오며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2002년에는 봉중근(당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서재응(당시 뉴욕 메츠), 최희섭(당시 시카고 컵스)이 연이어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며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양적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박찬호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맞이한 첫 해에 9승에 그치며 부침을 겪었고, 2001년의 추억에 견줄 수 있는 순간들은 다시 오지 않았다.
결국 2001년 이후 12년을 돌아 다시 돌아온 뱀띠 해에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다시 인기에 불을 지피게 됐다. 이번에도 12년 전과 같이 우리가 볼 수 있는 선수는 단 3명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된 과정은 저마다 달라 보는 재미를 준다.
추신수는 1세대 코리언 빅리거들처럼 마이너리그에서부터 올라왔고, 류현진은 입단 자체가 국내 프로야구의 역사를 바꾼 일대 사건이 된 선수다. 임창용은 한국에서 전성기가 훌쩍 지났다는 평가를 받을 때 일본에서 제 2의 전성기를 열었고, 일본에서 끝났다는 이야기가 들릴 때 가장 큰 무대로 건너간 배포가 있다.
이 중 팔꿈치 수술을 받은 임창용은 전반기 결장이 예상되지만, 임창용까지 돌아오면 세 명의 선수가 내셔널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메리칸리그에는 한국계 미국인 포수 행크 콩거(LA 에인절스, 한국명 최현)와 로스터가 확장되는 9월에 빅리그 진입을 노리는 이학주(탬파베이 레이스) 등도 있다.
이들로 인해 국내에서 메이저리그는 오프시즌부터 호황이다. 류현진의 입단을 전후로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이상 LA 다저스) 등의 메이저리거들도 여느 국내 프로야구 선수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과거 메이저리그는 '갈 수 없는 미지의 세계'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국내 선수가 미국에 가면 '진출'이라는 말을 썼다. 하지만 이제는 거창하게 진출이라는 단어를 쓰는 대신 '입단' 정도의 가치중립적 단어로도 우리 선수가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는 일을 표현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조되고 있는 메이저리그의 인기는 예전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이제 국내 팬들도 메이저리그를 동경의 시각으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류현진과 추신수, 임창용 등의 활약은 국내 팬들이 처음 메이저리그를 접했을 때의 호기심을 같은 크기의 당당함으로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를 '대단한 야구'가 아닌 야구 경기 그 자체로 볼 수 있는 시대에 다시 찾아온 메이저리그의 인기는 그래서 더욱 반갑다.
[위부터 박찬호-김병현-류현진. 사진 = gettyimagesKorea/멀티비츠]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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