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저 선수 생활 할 때도 외박만 기다렸는데요 뭘.”
안양 KGC인삼공사 이상범 감독의 통큰 외박선물이 눈길을 끌고 있다. KGC는 23일 오리온스전 이후 선수단 외박을 실시했다. 25일 아침에 숙소로 돌아오면 된다. 무려 2박을 밖에서 보낼 수 있는 파격적인 특별 외박이다.
보통 프로농구 구단들의 시즌 중 외박은 하루다. KGC의 외박도 원래 24일 아침까지였다. 하지만 이상범 감독은 24일이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걸 감안해서 하루를 더 쉬게 해줬다. 크리스마스 이브에서 크리스마스로 넘어가는 밤을 여자친구, 혹은 가족과 함께 보내라는 이 감독의 배려다.
▲ 농구선수들은 외박을 기다린다
프로농구 시즌은 약 6개월이다. 선수들은 시즌 내내 단체로 붙어있다. 구단 연고지 내에 있는 숙소에서 먹고, 자고 연습도 한다. 원정경기를 하면 하루 전날 해당 연고지 호텔에서 1박을 한 뒤 경기 후 곧바로 숙소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프로야구의 경우 홈 3연전일 경우 집에서 출, 퇴근을 하지만 프로농구는 시즌 내내 가족들의 얼굴을 못 본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남녀 각 구단은 시즌 중 경기일정을 참고해서 외박을 실시한다. 감독의 재량이다. KGC의 경우 23일 오리온스전 이후 27일 SK와의 원정경기까지 3일간 게임이 없다. 게임과 게임 사이가 최소 3~4일 이상이면 하루 정도 외박을 주는 편이다. 경기 후 다음 날엔 회복훈련을 실시하고, 다음 경기 하루 전날엔 해당 경기장에서 전술훈련을 실시하면 하루 정도의 시간이 생긴다.
농구선수들도 사람이기에 바깥 바람을 맞아야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고3 수험생이 1년 내내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수험생들도 사실은 노는 걸 좋아하듯, 농구 선수들도 시즌 내내 쳇바퀴 돌아가듯 정해진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끼고 싶어 한다. 이 감독은 “나도 선수 때 외박만 기다렸다. 1달에 2~3번 정도는 외박을 주는 편이다”고 했다. 외박을 줘도 숙소에서 안 나가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 바깥 나들이에 나선다. 본가에 다녀오기도 한다.
▲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이상범의 배려와 믿음
이 감독은 이번 외박을 파격적인 2박으로 선택했다. 현재 KGC는 내부적으론 위기다. 부상 선수가 속출하고 있고, 오세근의 공백을 메우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23일 오리온스에 완패하며 위기가 수면으로 올라왔다. 이 감독은 오히려 선수들을 놓아버렸다. 그 경기와 관계없이 선수들을 내보낼 예정이었지만, 경기 내용과 결과가 좋지 않았음에도 특별 외박은 지켜진다고 했다. 사실 외박이 예정돼 있었는데, 외박 직전 경기의 내용이 형편없을 경우 외박을 취소하는 감독도 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기분전환이 중요하다고 봤다. “외박을 주기로 했는데 날짜가 24일이더라고. 젊은 선수가 많은데 크리스마스 이브엔 여자친구 만나야지. 그 나이 땐 크리스마스 이브에 여자친구 만나고 싶은 게 당연하다”며 “나도 20대 후반, 30대 초반을 겪어봐서 잘 안다. 선수 시절에 어쩌다가 한번 외박을 나갔는데 좋아 죽겠더라”라고 웃었다.
혹시 특별한 날에 주는 외박에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진 않을까. 이 감독은 걱정도 팔자라는 표정을 지었다. “프로다. 돈이 걸려있다. 선수들이 자기관리를 알아서 한다. 밖에 내보낸다고 해서 사고를 치는 선수는 없다”고 웃었다. 이 감독은 “예전에 월드컵 할 때 축구선수들이 여자친구나 부인을 데려오는 경우도 있지 않았나. 하루 밤을 같이 보내면서 대회에 참가해도 경기력에 별 지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외박이 끝나고 선수단에 합류해서 자칫 붕 뜨는 선수들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 감독은 “그런 선수보단 오히려 훈련에 더 집중하고 경기력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치는 선수가 많다”고 했다. 외박의 효과가 분명하다는 믿음이 있었다. 또 이 감독은 기본적으로 KGC 선수들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여자친구를 만나라고 하는 농구 감독, 이 감독 말고 또 있을까. 외박 이후 KGC의 경기력이 궁금하다.
[팔을 벌리고 환호하는 이상범 감독(위), 기뻐하는 KGC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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