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영화 '26년'의 조근현 감독은 이 영화를 4년 전부터 준비해온 영화사 청어람 최용배 대표로부터 감독 제안을 받고는 잠시 고민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 고민들이 해결돼가는 지점이 그러하듯, 그는 이미 어느 정도의 답은 내어놓은 상태. 다만 스스로에게 물어볼 시간이 좀 더 필요했던 것이었다.
"사람이 결심을 할 때, 돌이켜보면 이미 한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 다시 자기검증을 하게 되는 것이지 않나. 나 역시도 그랬다. '혹시라도 망치면 어떡하나'하는 마음이 컸지만, 그 이전에 이미 이 영화를 연출할 분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적합한 감독을 찾기가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 몇몇 감독이 하면 맞겠다 하는 분들은 스케줄이 안 되고..감독 선임이 큰 난항이었다."
조근현 감독은 충무로의 유명한 미술감독으로, 이 작품으로 본의 아니게 감독 데뷔를 하게 된다. 아무리 계획에 없던 감독 데뷔라 할지라도 정치적 성향이 짙은 영화로 데뷔하는 것은 그 개인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을 텐데 이미 미술감독으로 참여하겠다 결정지어놓은 뒤부터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적극적으로 '26년'에 자신을 할애하겠다 마음먹었기에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정치적으로 이슈가 된 작품이니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싶겠지만, 그 때는 그런 생각은 안 했다. 이 영화가 내 삶에 어떤 이익을 가져오고 혹은 어떤 불이익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저울질은 하지 않았고, 영화 자체를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더 컸다. 처음에 이 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부터 어떤 식으로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사실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또 상업영화로 투자를 하시는 분들이 점점 찾아오는데 다들 '대선 전 개봉'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 시기를 놓치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의 용기를 그는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채 입봉한 미술 감독의 호기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후의 내 삶, 연출에 대한 또 다른 계획을 생각하지 않았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라는 뜻이다. 또 그는 영화를 철저하게 15세 이상 관객들을 위한 것으로 포커스를 뒀고, 목표는 오로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쉽게 만들려 했고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웃고 울 수 있는, 어떤 시대의 서민들이 흥얼흥얼 따라 부르는 민중가요처럼 만들고자 했다. 따라서 나는 영화에 대해 쏟아지는 일련의 품평에 대해서는 아무런 동요가 없다."
조근현 감독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관객의 평은, 초등학교 5학년 된 아들이 오프닝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도 고통스러워하며 결국 극장을 뛰쳐나갔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만화만 봐도 무서워했던 것이다. 그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웠을 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평생을 가도 그 공포를 버리지 못하겠지. 2대에 걸친 슬픔, 아무도 돌보지 않은 현실에 대해 국민들이 잊지 않고 공감해주는 것이 바로 영화가 갖는 매체의 힘인 것 같다. 실제 시사회장에서 광주 시민들을 보면 무척 격한 반응을 보여주신다. 그분들은 어떤 잔칫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잘 차려진 상이 아니라 이런 영화가 나온 그 자체에 감사해한다. 그들에게는 일종의 치유가 된 영화였던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 잘 했구나 싶었다."
그러나 원작과 달리 영화는 '그 사람'에 대한 저격에 실패하고 끝나고 만다.
이 엔딩에 대해 조근현 감독은 "진구(주연배우)에게도 말했는데 아직 해결되지 못한 이 일에 대해 우리는 다음 세대에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다. 나도 그렇고 김갑세(이경영)도 그렇고, 우리는 이걸 해결 못 한다. 그래서 진구에게 '저지른 놈도 사과 안하고 당한 이들도 사과를 못 받았다. 386세대까지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너희 세대가 해결해라'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진구는 술만 먹더라. 말도 안하고. 뭘 느낀 것 같다"라고 전했다.
영화 '26년'은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로 강풀 웹툰 원작 영화 중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현재 287만 관객을 모은 이 영화는 300만 고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조근현 감독. 사진=올댓시네마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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