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왜 헤인즈를 막지 못하는 걸까.
요즘 프로농구는 헤인즈 천하다. SK가 2위 전자랜드와 모비스를 2.5경기 차로 밀어내고 선두독주체제를 갖추게 된 일등공신이 바로 애런 헤인즈다. 헤인즈는 24경기서 평균 19.5점(2위), 8.8리바운드(4위), 2.6어시스트(16위), 1.2스틸(19위), 1블록슛(7위)로 3점슛을 빼놓곤 거의 전 부문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단연 올 시즌 최고 외국인선수다.
헤인즈는 그동안 저평가됐었다. 그는 2008-2009시즌 서울삼성에 대체 외국인선수로 입단한 뒤 모비스, 삼성, LG에서 대체 외국인선수 전문으로 활약했다. 어느덧 그는 국내에서 다섯 시즌째를 보내고 있다. 문경은 감독은 그의 진가를 알아보고 당당하게 1라운드에 선발했다. 문 감독의 노림수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지금 국내에서 그를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없다. 왜 그럴까.
▲ 뚜렷한 약점이 안 보인다
헤인즈는 201cm에 90kg의 체구다. 깡 말랐다. 힘에선 다른 어느 팀의 4~5번과 매치업이 되더라도 열세다. 하지만, 약점은 아니다. 일단 몸이 스프링처럼 굉장히 유연하고 발놀림이 가볍다. 순간적인 피벗 동작과 페이크 등으로 자신보다 육중한 수비수를 제칠 수 있는 개인기가 있다. 왼손잡이면서 양손 드리블이 능숙하고, 돌파 방향도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수비자 입장에선 헤인즈의 공격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또 올 시즌 중거리슛 시도가 늘어났고, 적중률도 높다. 붙으면 파고, 떨어지면 쏘는 농구의 정석에 충실한 선수다. 리바운드와 스틸, 속공 가담 모두 평균 이상이다.
헤인즈는 2011-2012시즌 평균 38분 51초간 27.6점을 올려 득점왕을 차지했다. 당시에 비하면 올 시즌은 무려 8.1점이나 떨어졌다. 하지만, 올 시즌 그는 단 2경기서만 한 자리 수 득점을 할 정도로 꾸준한 득점력이다. 또 올 시즌 그의 어시스트는 외국인선수 1위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집중 수비가 들어올 때 동료의 찬스를 보는 영리함이 있다. 득점은 좀 떨어져도 팀 공헌도는 꾸준하다. 수비자 3초룰 폐지로 겹수비가 가능한 상황에서도 헤인즈의 활약을 막기 힘든 이유다.
▲ SK의 시스템이 헤인즈 중심이 아니다
지난 시즌 LG의 중심은 헤인즈와 문태영이었다. 막대한 견제를 받았다. 헤인즈는 올 시즌에도 수비자 3초룰 폐지로 집중 수비를 받는다. 공격이 안 풀릴 경우 헤인즈에게 공이 투입된다. SK의 세부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SK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특유의 1가드 4포워드 시스템 자체가 헤인즈에게 의존할 때 하더라도 헤인즈 중심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SK 공격은 헤인즈만 수비한다고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김선형의 화려한 돌파와 속공, 김민수와 박상오의 내, 외곽 공격, 최부경의 힘 있는 골밑 공격 등 언제든 득점에 앞장서도 이상할 것이 없는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이런 선수들의 변수를 계산하다 보면 상대 팀으로선 마냥 헤인즈에게만 집중하기가 어렵다. 헤인즈 개인적으로선 오히려 농구를 하기가 쉬운 환경이다.
▲ KBL 역대 최악의 용병수준, 헤인즈 잡을 용병 안 보인다
최근 한 농구인은 “헤인즈가 완벽한 용병은 아니다. 그만큼 올 시즌 헤인즈보다 뛰어난 용병이 없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냉정한 분석이다. 사실 헤인즈가 완벽하다면 KBL에 장수할 이유가 없다. 기본적으로 외국인선수는 외국인선수가 제어를 해줘야 한다. 그러나 신체조건이 헤인즈보다 좋으면 기술이 헤인즈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2년만에 자유계약제도에서 드래프트 제도로 돌아온 올 시즌 KBL 외국인선수 수준은 15년 역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다.
헤인즈는 지난 4년간 꾸준히 리그 정상급 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엔 외국인선수 수준이 더 떨어졌으니 헤인즈와 SK가 자신들이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다. 실제 과거 득점력이 떨어져도 수비와 리바운드 능력은 확실한 블루워커형 세컨드 외국인선수가 있었다. 그런 선수가 득점력 높은 외국인선수를 전담마크 했으나 올 시즌엔 그런 선수가 안 보인다. 테크닉에선 KBL에서 따라올 자가 없는 헤인즈가 1인자가 된 이유다.
현 상황에선 헤인즈를 막을 팀이 안 보인다. 선두 다툼을 하는 모비스와 전자랜드도 헤인즈에게 번번이 다득점을 허용하면서 패배했다. 그 결과가 2위권과 2.5경기 차이다. 헤인즈를 완벽하게 막아내는 팀이 나오지 못한다면 SK의 선두질주를 막아서는 건 쉽지 않을 듯하다.
[올 시즌 최고 외국인선수 에런 헤인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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