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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감성밴드 넬의 콘서트에 가면 특별한 현상을 볼 수 있다. 하나는 관객들이 어느샌가 일어나 앉을 줄 모른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매우 열렬한 남성 광팬이 공연 중간 크게 소리를 지르며 넬과 소통을 꾀하는 모습이다.
넬은 24일 오후 7시 30분, 11시 59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서울특별시 학생 체육관에서 '넬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 공연은 5년 만에 넬이 크리스마스에 개최하는 콘서트다.
이날 공연장을 채운 관객들 중에는 산타복을 맞춰 입은 사람들, 야광봉과 갖가지 도구들을 들고 자리한 팬들 등이 눈에 띄었다. 모양은 달랐지만 이들은 모두 기대에 부풀어 넬의 음악을 기다렸다.
이날 '유령의 노래'로 포문을 연 넬은 거침 없이 무대를 이어 나갔다. 관객들은 넬의 노래와 연주에 온전히 몸을 맡기며 비트를 즐겼다. 이미 공연 초반부터 자리에서 일어난 팬들은 손을 흔들고 몸을 움직이며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넬과 함께 뚜벅뚜벅 걸었다.
넬은 '그리고 남겨진 것들' '기억을 걷는 시간' '백야' '스탠딩 인 더 레인(Standing Rain)' '뷰티풀 스트레인저(Beautiful Stranger)' 등의 곡을 쏟아냈다.
곡 '스테이(Stay)'를 부르며 무대 아래로 내려와 팬들을 만난 보컬 김종완을 노래를 마치고 "오늘 솔로도 왔어요? 내려가서 쭉 보니까 커플들도 있고, 솔로들도 있고 호모섹슈얼적인 분들도 있고"라며 팬들에게 농담 섞인 인사를 건넸다. 이어 "아니, 나쁘다는 건 아니고 다 취향이 다른 거니까요. 아, 사람은 다 각양각색이구나 생각했어요"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1:03'를 부르기에 앞서, 어김없이 팬들은 "김종완 사랑해" "형, 나도 오늘 생일이야" "결혼하자"라는 등 곳곳에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에 넬은 무심하게 반응하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무대를 이었다. 계속되는 '오후와의 대화' '프로미스 미(Promise me)' 등이 이어졌고, 중간중간 멤버들은 자신을 찾아준 무심한 듯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 드러머 정재원은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고 계신가요? 잇츠 타임 투 록"이라고 말했고, 기타리스트 이재경은 "크리스마스에 여러분과 함께해서 정말 좋네요"라고 마음을 전했다.
김종완은 "아직까지는 우리 공연이 그렇게 우울하진 않았던 것 같네요. 슬픔을 안고 온 분들을 위해서 이 노래를 부를게요"라며 '부서진 입가에 머물다'를 선사했다.
콘서트는 '백색외성'으로 끝을 향해 달렸고. 넬 멤버들은 "곧 끝이 날 예정이에요. 우리 다음에 또 만나요. 메리크리스마스!"라며 무대를 마쳤다.
공연장은 암전됐고, 연이어 울리는 '앙코르' 속에 멤버들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무대에 오른 김종완은 "아,'한번쯤은 앙코르 없는 공연을 해야되는데 마지막으로 한 곡만 부를게요"라며 '고(Go)'를 불렀다.
무대를 마치고 멤버들은 유유히 무대 뒤로 모습을 감췄다. 아쉬워 하는 팬들 위로 넬 멤버들의 영상편지가 이어졌다. 넬은 "여러분이 있어 이렇게 공연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여러분께 많은 것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며 팬들에 숨겨둔 마음을 고백했다.
더 감동적인 것은 그 다음이었다. 영상편지가 끝나자 각 멤버들은 2층 관객석 사이에 각각 나타나 공연장 내 길거리 공연을 연출했다. 팬들과 조금 더 가까이서 연주하고 노래하고픈 넬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팬들의 사랑에 조금은 무심하게 반응했지만, 팬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팬들은 넬 멤버들을 중심으로 주위를 둘러싸고 멀지 않은 곳에서 넬의 무대를 함께 했다.
노래를 마치고 공연장을 쭉 돌며 팬들을 만난 넬은 "정말 반가웠어요. 그리고 지금 밖에 눈이 내리는데 화이트 크리스마스네요!"라며 크리스마스 이브를 만끽했다. 그리고 "정말 고마워요, 우리 또 만나요"라며 작별을 고했다. 팬들은 무심해서 더 감동적인 넬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고 또 하나의 추억을 남겼다.
[넬과 보컬 김종완(오른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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